앞으로 10년 동안 우리 생활을 가장 획기적으로 바꿀 기술로 꼽히는 것은 바로 ‘드론’이다. 사람이 타지 않고 운용할 수 있는 무인기를 총칭하는 드론은 군사 목적으로 활용되던 초창기를 지나 현재는 취미의 영역은 물론 택배, 공중촬영 등 실제 산업에도 널리 쓰이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이루며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드론 산업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을 논할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기업은 드론 업계의 애플로 불리고 있는 중국의 기업 DJI다. DJI는 오는 2024년 전 세계 5조 원의 규모를 이룰 소비자용 드론 시장을 장악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유망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중국 선전시의 스타트업

아마존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드론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포춘지에서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무서운 속도로 중국의 신생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새로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들 대부분은 창업 15년 이내의 신생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기술력의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 이르렀으며 관련된 시장 그 자체를 일궈낸 것과 다름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 2006년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설립된 회사인 대강창신과기유한공사(大疆?新科技有限公司), 줄여서 다쟝이라고 부르는 ‘DJI(Da Jiang Innovation)’다.

DJI는 현재 100억 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업으로, 주된 사업영역은 ‘드론’이다. DJI는 세계 최대의 드론 제조사로, 전 세계 민간 드론용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절대적인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다. 이들은 드론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데,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던 것처럼 DJI가 드론 시장을 개척했다는 측면, 그리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과 빼어난 디자인의 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리 불리고 있다.

DJI를 설립한 인물은 1980년에 태어난 ‘왕타오(영문이름 프랭크 왕)’다.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모형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MIT와 스탠퍼드대에 지원 후 낙방, 화동사범대학에 입학 후 자퇴한 그는 홍콩과학기술대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리저샹 교수의 눈에 든 그는 대학원 과정에서 무선조종 헬기를 계속 연구했고, 2005년부터 2명의 동기와 함께 자율비행에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에 매진한 무선조종 헬기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은 그로부터 반년 뒤에 일이었다. 이때의 연구를 기반으로 창업 아이템을 구상한 왕타오는 자신을 대학원 과정으로 안내한 리저샹 교수를 비롯한 창업 멤버와 함께 200만 홍콩달러를 모아 선전시에 한 회사를 설립한다. 그 회사가 바로 전 세계 드론 시장을 장악한 DJI였다.

2012년 출시된 팬텀, 세계를 뒤흔들다

미래적 디자인을 취한 DJI는 드론 업계의 애플로 불리고 있다

DJI가 드론 출시 이전에 영위하던 사업 분야는 헬리콥터 부착용 영상 장치 개발이었다. 현재 드론으로 명성을 얻은 DJI지만, 설립 후 이들의 첫 드론 제품이 출시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시일이 소요됐다. 이들의 첫 드론인 ‘팬텀’이 출시된 것은 2012년이었다. 2006년 창업 이후 5년의 시일이 소요된 것이다.

제품 출시 이후 DJI는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다. 존재하던 시장이 아니라 완연히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선포한 것이기에, 먼저 드론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들이 택한 방법은 시장의 선도자들의 ‘간택’을 받는 것이었다. 제품 출시 이후 DJI가 먼저 찾아간 곳은 할리우드의 실리콘밸리였다. 영화 산업에 관련된 유명인들에게 찾아가 촬영용 카메라를 부착하고 있는 자사의 드론을 소개하고 무상으로 증정했으며,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은 스티브 잡스에게도 찾아갔다. 그 결과 DJI의 제품은 유명 드라마나 영화에도 노출될 수 있었으며, 애플스토어에 입점해 중국을 넘어 해외의 소비자들에게도 선보일 수 있었다.

DJI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창업자 왕타오 CEO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을 선택한 것은 DJI에게 있어 호재였다. 스마트폰 혁명의 시대를 맞아 모두가 스마트폰 개발에 매진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때, DJI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새로우며 독보적인 기업으로 부각되고 또 다른 회사들보다 쉬이 정부 지원을 받고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왕타오 CEO는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실패로 향하는 넓은 문을 선택했을 때, 나는 성공으로 가는 좁은 문을 택했다"라고 자평한 바 있다.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DJI는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사로 유명한 VC 악셀 파트너스로부터 지난 2015년 총 7,500만 달러, 한화 약 8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선전시에는 중국의 드론 개발자의 대부분이 모여 있다.

공격적인 R&D, 시장을 독점하는 자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시장에서 DJI의 위치는 독보적

DJI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100억 달러로 평가되며, 기업의 매출은 작년 기준 16억 달러를 돌파했다. 임직원은 6,000명을 넘어섰다. 전체 임직원의 약 30%가량은 순수한 기술 연구직으로, DJI는 다른 어떤 드론 기업들보다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수백여 개에 달하며, 이들이 내놓는 드론 제품은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의 측면에서도 경쟁사의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 2012년 처음으로 출시된 팬텀은 카메라를 단 채로 5Km를 비행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현재는 20Km를 넘어섰다. 스마트폰 앱으로 드론을 제어할 수 있으며, 탑재된 카메라로는 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2Kg 내외의 하중을 견디던 것이 지금은 10Kg 이상을 실을 수 있게 됐고, 무거운 농약을 싣고 비행하며 살포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DJI는 칩, 센서를 뺀 나머지 모든 부품을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특히 비행제어장치와 비행 상태에서의 촬영장비와 수평을 맞춰 촬영물을 흔들림 없이 취할 수 있는 짐벌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꼽힌다.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창업자를 비롯해 임직원들은 사업 초기, 회사에서 숙식하며 일주일에 80시간 이상을 근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력 유출의 방지를 위해 자사의 기술인력을 철저히 감추고, DJI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알리는 것도 금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도 만만치 않았다. 왕타오와 함께 DJI의 시작을 함께 했던 인력 대부분은 폐쇄적인 CEO의 정책과 회사 지분을 나눠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일주일 80시간의 연구 시간은 기술 개발 인력들의 열정이 남다르다는 긍정적인 면을, 또한 이와 함께 근무환경이 혹사에 가깝다는 부정적인 면을 함께 드러낸다. 여하간 그 덕에 DJI는 드론 시장에서 여타 기업들을 압도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용 드론 시장에서는 DJI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릴리로보틱스’는 폐업을 선언했고, 프랑스의 드론 제조사 ‘패럿’은 직원 3분의 1을 감축했다. DJI의 유력 경쟁사인 미국의 ‘3D로보틱스’는 산업용 드론 시장 집중을 위해 소비자용 드론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현재 DJI는 특히 소비자용 드론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기업이다.

DJI가 쓴 스타트업 신화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출시된 DJI 매빅 프로

DJI가 소비자용 드론 시장에서 이토록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른 신제품 출시 사이클, 그리고 신제품 출시에 맞춘 기존 제품의 할인 전략을 통한 파격적인 가격 정책 덕분으로 이야기된다. 중국 선전시에 본사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부품 조달 비용과 인건비가 경쟁사에 비해 낮다는 점, 그로 인해 높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기술적 우위에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키덜트의 취미 생활, 혹은 영상물 촬영에 집중돼 있는 드론은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탐방하는 데에 드론이 활발히 활용될 것이며, 농업 분야에서도 머지않아 DJI의 드론이 실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5년부터 본격화된 드론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주목도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기존의 DJI 드론들보다 크기를 줄이고 경량화시킨 접이식 드론 ‘매빅 프로’의 유튜브 프로모션 영상은 공개 10일 만에 12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DJ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작년에는 서울 마포구에 DJI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세워졌으며 최신작인 매빅 프로가 정식으로 출시돼 주목받고 있다.

DJI의 성공신화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다른 이들이 개척한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개척해 성공하고, 또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 성장이 유력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이런 스타트업의 신화를 우리나라에서 만난 적이 있었던가. 온라인 시장 형성기에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았지만, 스마트 혁명이 있었던 최근 몇 년 동안의 사례를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우리도 곧 DJI와 같은 스타트업 신화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