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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할 수 없는 거대함, 세계를 향하는 중국의 'IT 굴기'

기사 입력시간 : |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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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몸을 일으킨다. 유럽 대륙 변방의 섬나라에게 가냘프게 쓰러졌던 임칙서의 수군 이래로 그 거대한 몸은 난도질당했지만 육체는 단단하게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이제 세계를 마주 보고 섰다. 마주 보고 섰을 뿐 아니라 세계를 손에 쥐었다. 지구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IT 기술을 손에 쥐고 세계를 흔든다. 이젠 놀랄 것도 없는 중국의 IT굴기, 그 면면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그리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잠시 멈추어 서 본다. 

 

제1차 아편전쟁 (1839~1842)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시작은 대륙에서,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1999년 설립됐다. 설립자의 나이가 30대 후반에 들어설 때였다. 온라인 B2B (기업 대 기업)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알리바바는 ‘없는 것 빼고 다 판다’는 중국의 아마존을 자처하며 시장을 지배했고, 이제는 굳이 ‘중국의’라는 수식어조차 필요 없게 되었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광군절(독신자의 날)’에서 행사 개시 28초 만에 매출 약 1682억 원을 돌파하고, 그 이전해인 2016년 광군절에는 52초 만에 저 매출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 80%, 중국 소포 거래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는 타오바오를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지금은 ‘알리바바그룹’으로, 관련 시장의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성장하면서 이제는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주요 IT 기술과 필요한 플랫폼을 죄다 긁어모았다. 대륙을 조롱하고 멸시하던 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2014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평가된 기업 가치는 약 1,667억 달러였다. 그때 전자상거래 혁신의 아이콘 아마존은 약 1,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었다. 현재 알리바바그룹 사이트의 월간 이용자 수는 2억에서 3억 명 가량이며, 최근에는 자동차 판매기까지 중국에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알리바바가 광군제에 사상 최대 28조 원 판매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광군절은 본디 별 볼 일 없는 사소한 날이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까지 독신자의 날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중국 밖의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광군절에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알리바바에 매달리고 있다.

 

 



글로벌 드론의 시작은 대륙에서, Dji

‘Dji’는 2006년 설립됐다. 드론 만드는 회사다. 드론을 잘 만들어서 2017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이 약 70%에 달했다. ‘다장촹신커지(大疆創新科技; 대강창신과기)’라는 사명에 걸맞게 엄청난 과학 재주를 뽐내고 있다. 설립자는 1980년 생이니, 설립 당시 나이가 20대 후반이다. 중국은 참 나이가 적든 많든 창업도 잘 한다.

 

현재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등에 지사를 설립하며 임직원 약 6천 명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80%를 차지하며, 드론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Dji의 회사소개는 가능성의 미래다

 

매빅, 팬텀, 스파크, 인스파이어 등의 다양한 제품군은 성능과 가격, 타깃층이 정확히 구분되어 있다. 휴대성, 비행시간, 크기, 강도, 무게, 카메라 등의 기능별 성능을 정확히 재단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인스파이어 같은 모델은, 얼마 전 모 방송의 모 연예인이 들고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강력한 힘과 빠른 속도, 고효율 배터리 등으로 주로 혹독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할 때 쓰인다. 스파크는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을 콘셉트로 출시된다. 

 

 

드론 시장 초창기부터 강력한 신제품과 혁신으로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지만, 이렇듯 명확한 제품별 콘셉트를 시장에 내놓은 시장 전략도 Dji의 시장 선도에 한몫했다. 난생 처음 보는 기기와 기술을 앞장서 끌어모은 혜안과 누구나 다 하고 있던 경영전략을 접목시켜 단숨에 글로벌 선도 업체로 자리 잡은 Dji는 혁신의 아이콘이 되기 충분하다.

 

 

글로벌 스마트폰의 시작은 대륙에서, 스마트폰 굴기

철 지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스마트폰 굴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국내시장에서 그걸 간신히 틀어막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통신기기 유통시장 구조다. 물론 중국도 마찬가지긴 하다. 오포(Oppo)와 비보(Vivo), 샤오미(Xiaomi), 화웨이(Huawei) 그리고 원플러스(Oneplus)까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면면은 매년, 매 분기 달라진다. 2016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업체 중 4개가 중국 업체다. 나머지 하나는 애플이다. 중국 시장은 그 자체로 수익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지배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오포, 비보, 원플러스는 모두 BBK그룹의 자회사로, 각 업체의 브랜드가 각기 다른 타깃층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시장을 평정했고, 이제 이들도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은 동남아시아를 향하지만 머지않아 중국 시장을 탐했던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있는 그 도시로 날아갈 것이다. 심지어 사실상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만 평정해도 소비자 양적으로 웬만한 ‘세계시장’이다. 글로벌 기업의 ‘세계 무대’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진짜 대단하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등장 초기엔 ‘저가’ 전략으로 접근했다. 가격 대비 성능은 이 정도면 괜찮다는 이른바 ‘가성비’ 전략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가격은 크게 올리지 않으면서, 기술력은 개선되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신선했다. 샤오미는 파격적인 가격뿐 아니라, 유통구조에서도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좁쌀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 선례를 보고 후발주자들은 더욱 다양한 제품을 더욱 기발한 형태로 시장에 출시했다. 이게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힘이다. 지금은 퀄컴도 몰아내려고 자체 칩셋 개발에도 하나둘 가세하고 있다. 무엇이든 서로 다 먹어치우려고 하니, 매년 시장점유율이 뒤바뀌고, 흥망성쇠가 거듭된다. 이런 모습 자체가 세계적 경쟁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 드론, 스마트폰 등의 IT 산업에서 중국 자본과 중국 본사의 기업들은 독보적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훨씬 빠르고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버를 물리친 디디추싱

디디추싱 어플, 간체자 빼고는 다 좋은 것 같다

 

‘디디추싱(滴滴出行; 적적출행)’은 2015년 두 기업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중국 IT 업체 ‘텐센트홀딩스(腾讯控股有限公司; 등신공고유한공사, 이하 텐센트)’가 투자한 ‘디디다처(滴滴打)’와 알리바바를 최대 투자자로 둔 ‘콰이디다처(快的打)’의 합병이었다. 그리고 디디다처를 설립한 사람은 알리바바그룹에서 알리페이 영업사원이었던 1983년 생의 한 청년이었다. 

 

디디추싱은 차량 공유 플랫폼 사업자다. 한마디로 ‘중국의 우버’다. 그런데 ‘중국의’란 수식어가 듣기 싫어서 그냥 우버 차이나를 2016년에 인수하고 중국 시장을 평정했다. 인수금액이 약 40조 원에 달했다고 한다. 마침내 중국 시장의 약 90%를 점유한 이후 최근에는 브라질 차량 공유 업체 ‘99’를 인수하여 남미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중국 최대 택시 앱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55억 달러(한화 약 6조 2천 억 원)를 투자 받았다.

 

디디추싱은 크게 세 가지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콰이처(쾌차), 죈처(전차), 하호처(호화차)가 그것인데, ‘일반차’, ‘좋은 차’, ‘진짜 좋은 차’ 같은 개념이다. 선택에 따라 차종과 서비스 수준이 달라진다. 


최근 디디추싱 설립자는 ‘우리의 경쟁자는 구글’이라며 IT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차량 공유 플랫폼은 서비스 외양으로는 교통 분야지만, 교통정보, 위치정보, 어플리케이션 등 관련 IT 기술의 편의성이 극대화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IT 기술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하나씩 집어삼키다 보면 IT 관련 분야엔 모두 진출해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진짜 구글처럼 될 것 같다.




FMC의 ‘바이톤’으로 보는 전기차
‘FMC(Future Mobility Corporation)’는 2016년 설립된 전기차 제조사다. 이전부터 사업을 영위하긴 했지만 중국 텐센트홀딩스가 투자한 이후 현재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2016년부터다. 닛산과 BMW, 테슬라 출신 외국인들이 설립했다. 중국의 베이징, 난징, 상하이뿐 아니라 미국과 스위스에도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9일~12일간 열렸던 CES 2018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FMC의 전기차 컨셉카인 바이톤이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참고로, CES의 기조연설자는 2년 연속 중국인이었다. 한국은 중국의 전자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는커녕 여전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늪에 빠져있다.

모터쇼가 아닌 전자제품박람회에 모습을 드러낸 전기차

한 번 충전으로 기본형은 약 400Km, 상위 모델은 약 52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약 80%까지 충전하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될 뿐이며, 20분 충전 시 240Km 남짓 달릴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SUV 형태로 제작되었고 전장 4,850mm, 전고 1,650mm, 전폭 1,940mm, 축거 2,950mm 수준의 제원이다. FMC 측에서는 이 차를 ‘SIV(Smart Intuitive Vehicle)’이라 정의한다. 똑똑하고 직관적인 기기라는 뜻이다. 

직관적이라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모든 걸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차는 일단 자기 상태를 사용자가 바로 알 수 있도록 외부의 LED 조명으로 스스로 나타낸다. 주행 상태에서는 백색과 적색, 충전 시에는 녹색이 된다. 운전자가 차를 타기 위해 다가가면 안면인식 카메라가 주인을 알아보고 문을 열어준다. 카메라는 앞문과 뒷문 사이에 있다. 유식하고 전문적인 사람들은 그곳을 ‘B 필러’라고 한다고 한다. 운전석에 타면 운전석 왼쪽 끝부터 조수석 오른쪽 끝까지 초원처럼 펼쳐진 거대한 디스플레이 장치가 아직 20세기에 머물러있는 심정의 운전자를 맞이한다. 사이드 미러 대신 그 디스플레이 화면에 사이드 뷰를 보여주기 때문에 운전자가 곁눈질할 필요가 없다. 조향 핸들 전면부에도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이 모든 디스플레이는 터치뿐 아니라 제스처와 음성인식으로도 동작이 가능하다. 

바이톤은 출시 예정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4,800만 원이며, FMC에서는 2022년까지 세 가지 차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시장을 잘 알고, 전기차 제조와 기술력에 일가견이 있는 창업자들은 바이톤 컨셉카 행사에서, ‘중국은 최고의 기술과 시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제 중국에서 미래를 만들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그 미래를 만들 돈은 중국 텐센트에서 나왔다. 텐센트는 이미 카카오톡 출시 초기 투자로 명성을 드높인 바 있다. 그런데 사실 텐센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내스퍼스(Naspers)’라는 미디어 기업이다. 


쉽고 간편한데 무섭기까지 한 알리페이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란 것이, 누구나 다 쉽고 편리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비록 잠시 남들보다 불편하게 만들었어도, 금세 그 간극을 매울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도토리 키를 재는 상황이 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의 기술력보다 더욱 중요한 건, 접근성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협박하고, 어르고 달래는 것이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경쟁력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알리바바그룹은 중국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서 알리페이로 결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무섭다.

알리페이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2004년 마윈은 알리페이를 설립하고 모바일 결제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결제수단으로 알리페이를 등장시킨 것이다. 그리고 10년 뒤 중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제패한다. 막대한 중국 내수시장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알리페이는 세계 무대로 뻗어나갔다. 전 세계 알리페이 결제 가능 국가는 약 70여 개, 가맹점은 약 8만 개, 이용자는 세계적으로 약 2억 명으로 추산된다. 2016년에는 인도 업체 지분 40%를 취득했으며, 최근에는 태국 업체와 제휴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미 알리페이는 세계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중이다. 

국내 면세점에서 알리페이 앱 바코드만 보여주면 바로 결제할 수 있다.

이렇게 휘젓고 다니다가 자신감이 생기니까 향후 3년 내로 전 세계 가맹점 100만 개, 10년 내 이용자 20억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주로 해외에 체재하는 중국인들과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를 우선 공략한다. 중국에 사는 중국인들에게 알리페이를 필수품으로 여기게 만들면, 그들이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닐 때 알리페이도 같이 휘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외에서 중국에 들어온 외국인들도 중국인들이 쓰는 알리페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면 알리페이 가맹점을 찾아다닌다. 
즉 ‘중국에서 쓰니까 나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밖으로 여행밖에 나가보지 않는 당신이야 물론 알리페이는커녕 이 페이, 저 페이 한 번도 쓰지 않았겠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은 당신을 버려두고 변화하고 있다. 언젠간 당신 스스로 알리페이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짝퉁’과 ‘카피캣’을 넘어 세계로
알리바바는 세계 최초로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하지 않았다. Dji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드론을 만든 회사는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죄다 애플 이후에 등장했다. 모바일 차량 공유, 결제 플랫폼은 우버와 페이팔이 선두주자지만 중국에서 쓴맛을 보고 말았다. 부동의 전기차 1위 테슬라도 어느새 FMC의 바이톤에게 위협당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해 ‘글로벌’이 된 IT 기업들은 결코 ‘세계 최초’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의류, 잡화는 이제 옛날 얘기다. 자동차, 스마트폰 같은 고급 제품에서부터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무형 콘텐츠까지, 심지어 블랙프라이데이까지, 중국에는 모든 것에 대한 ‘짝퉁’이 존재한다. 짝퉁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원작의 소중한 가치를 왜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짝퉁은 대개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기 마련이고 그들만의 ‘짝퉁리그’ 안에만 존재하게 된다. 원작 고유의 가치까지 표방하진 못 한다는 한계 때문에 소비자에게 외면 받든, 법적으로 선고를 받든 짝퉁은 결국 쇠락한다. 그런데 중국의 짝퉁은 아이폰과 포르쉐를 넘어 세계로 날아가고 있다. 그냥 베끼는 것이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군소업체’였던 시절, 그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아이폰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하지만 하나둘 중국 시장에서 인정받더니, 하나둘 슬그머니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어 반격하기 시작했다.

쭝타이의 LAND WIND

최근 '루펑(lufeng; 陆风; 육풍)의 'X7'은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도전장을 던졌는데 사실 그 도전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자사 영문명부터 'Land wind'로 지어서 랜드로버의 분노를 삿기 때문이다. 하지만 'Land wind'는 2011년 정식으로 EU 상표권 등록을 이뤄냈다. 실로 대륙의 끈기가 아닐 수 없다.

‘쭝타이그룹(Zotye Groupe; 众泰集团; 중태집단)’이라는 중국의 완성차 제조사는 짝퉁에 대한 집착증세로 지난 수년간 수많은 짝퉁차를 세상에 제공해왔고 최근에는 포르쉐 까지 넘보는 ‘T7000’ 을 출시했다.  처음 상하이모터쇼에 갖다 놨을 때만 해도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출시할 작정이다. 그런데 지난해 중순, 포드가 쭝타이와 전기차 연구개발 제휴를 맺고 합작사 및 생산공장 설립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쭝타이는 이미 혼자 전기차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에게는 꽤 적절한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짝퉁에서 시작해, 온갖 기술을 다 빨아들이고,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마저 대륙으로 빨아들여 마침내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을, 중국인들은 만들고 있다.

원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 차를 베꼈다. 처음엔 포토샵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 차가 모터쇼에도 나오고 시장에서 팔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폭스바겐 짝퉁을 만들더니 나름대로 수준이 높아져서 더 고가 브랜드 차종을 베끼기 시작한 것이다. 쭝타이말고도 중국엔 수많은 완성차 업체가 있고, 그들은 수많은 짝퉁을 만들고 있다.


샤오미의 나인봇

중국 짝퉁은 원작을 집어삼키기도 한다. 샤오미는 2001년 세상에 등장한 2륜 전동휠 ‘세그웨이’에 감명을 받아 2012년 ‘나인봇’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똑같은 걸 만들었다. 그런데 세그웨이가 약 2백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을 자랑하며 시속 20Km조차 넘지 못 하면서 걸핏하면 넘어지는 동안, 나인봇은 35만 원짜리 제품부터 만들었다. 소비자의 선택은 나인봇이었다. 결국 세그웨이는 특허 소송을 걸었다. 원천 기술은 세그웨이가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나인봇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자꾸 세그웨이가 성가시게 하니까 나인봇은 그냥 세그웨이를 인수해버렸다. 

중국은 인구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게 평균적인 수치가 아니어서, 고작 산둥성 인구 수준의 유럽 국가들이 연구했던 일반적인 시장경제 이론이나 과거 데이터가 무색해진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게도 공산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들은 일단 다짜고짜 짝퉁을 만든다. 숨어서 만들지 않고 벌건 대낮에 출시한다. 그리고 무병장수할 만큼 비난을 듣는다 해도, 수많은 업체가, 수많은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그리고 유럽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사람들을 다 합친 정도의 인구가 사는 ‘1개’ 나라에서 그 제품은 계속 팔린다.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짝퉁을 계속 사니까, 그냥 그 짝퉁은 하나의 새로운 원작이 되고 만다. 심지어 그 와중에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기능도 생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아지기까지 한다. 정작 원작 제품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모든 중국 기업이 짝퉁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짝퉁을 벌건 대낮에 만드는 모든 중국의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의 ‘짝퉁’이라고 해서 무조건 잡초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정식 이름을 가진 야생화가 되었고, 거대한 나무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요즘은 그 나무가 중국 밖으로까지 퍼져 나간다. 참 대단한 세계시장 진출이다. 참고로 스티브잡스는 2012년 즈음에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를 향해 ‘카피캣’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보면, ‘카피캣’이란, ‘독창적이지 않고 남을 모방하는 사람이나 기업 또는 제품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세계를 넘보는 대륙의 스타트업

중국 최대 배달 O2O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어러머’의 공동 창업자들

중국은 제도적으로 스타트업을 양성한다. 등록절차를 간소화하고, 실질적인 멘토링 체계를 잡아주고, 자금조달이나 금융혜택을 지원해준다. 심지어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 같은 무서운 사람들이 중국 영토에 발도 들여놓지 못 하게 막아준다. 참으로 든든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베이징에는 창업 특구로 지정된 중광촌이란 곳이 있다. 이러 저러한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중국 청년들이 사업, 창업, 스타트업의 꿈을 키우는 곳이다. 특히 이러한 촹커( ; 창객)들은 자국 정부가 무주공산으로 만들어 준 세계 최대의 IT 시장에 거침없이 도전한다. 

일단 2016년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중국 스타트업, 즉 유니콘들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자. ‘제2의 마윈’을 꿈꾸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이 5개로 가장 많다. 이어서 모바일 관련 사업이 줄줄이 뒤를 잇고 소프트웨어, 드론, 스마트폰 등의 사업이 포진해있다. 

중국 음식 배달 앱 '어러머'

‘모바일 관련’ 사업을 조금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디디추싱’과 같은 차량 공유 플랫폼, ‘어러머’와 같은 음식배달앱, ‘이다오용처’와 같은 카쉐어링 스타트업을 볼 수 있다. 모두 ‘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는 출산 후 경력단절 여성들을 중심으로 수공예 제품과 아이들 장난감을 공유하는 플랫폼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핵심 키워드인 공유 경제 분야에서 중국 스타트업은 이미 다양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스타트업이 무서운 이유는, 자동적으로 그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중국 스타트업은 자기들 안방 크기와, 안방에서 사는 사람들 숫자부터 다른 나라랑 다르다. 심지어 중국 안방 문은 밖에선 좀처럼 열기 힘들지만 안에서는 쉽게 열고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돈을 들고 밖에서 문을 두드리면 잘 열어준다. 그래서 중국 스타트업은 내수 시장에서 조금만 성공해도 큰 돈을 벌 수 있고, 그들의 내수를 탐하는 나라 밖 돈줄들에게 쉽게 돈을 얻을 수 있다. 

위에서 밝힌 유니콘 중 하나인 ‘어러머’라는 업체는 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2009년 설립하여 약 10년도 되기 전에 등록 고객수 5천만 명(대한민국 인구수 정도다), 제휴 음식점 수 50만 개를 확보했고, 2016년까지 조달 받은 자본이 약 2조 7천억 원이었다.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는 창업 3년 동안 약 1조 원을 투자 받았다고 한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앞다투어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중국 스타트업은 내수를 떠나 세계 무대로 진출한다. 앞서 ‘글로벌’ 기업으로 언급한 중국 자본의 기업들은 모두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 배달앱은 오히려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괴물로 질타 받기도 했다

스타트업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참혹한 현실이 거슬러 올라온다. 중국과 여러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나 에스토니아 같은 나라를 보면 내수의 크기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이쯤 되면 또 스타트업 관련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겠으나, 우리나라의 문제는 제도가 아니다. 

사업한다는 자식 말리는 부모, 취직 안 하고 사업하겠다는 친구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그 친구,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스타트업에 다닌다고 말끝을 흐리는 나 자신이 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문화가 문제다. 그런데 대책 없이 자꾸 젊은이들이여 창업하라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오피니언이 더 문제다. 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걸 문제라고 여기는 인식 자체가 문제다.


모바일을 넘어 인공지능으로

바이두’라는 단어는 중국 남송시대 시인의 시 중 한 글귀에서 나왔다고 한다

지금 중국에서는 B.A.T (Baidu, Alibaba, Tensent)로 일컬어지는 세 개의 IT 기업이 굴기를 이끌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검색엔진 ‘바이두(百度; 백도)’는 의료 분야에서, 알리바바는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텐센트는 가정 및 사무 분야에서 AI 굴기 중이다.

징동에서 만들고 텐센트에서 보급하는 '딩동'

바이두는 2012년 인공지능 사업 선전포고 후, 2013년 딥러닝 연구소를 설립하고, 2015년 중국 정부와 중국대뇌 계획을 구상했고, 2016베른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1월 15일 미국에서 열린 인공지능 대회에서 82.30의 정확도 점수를 얻은 인간에게 82.44로 앞서 우승을 차지했다
텐센트는 2017글로벌 QQ Family 펭귄 호텔개장으로, 체크인부터 객실 내 생활까지 모든 관련 기기를 자동화시켰으며, ‘2018 CES’에서 인공지능 비서 딩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네이버도 로봇 만들고 인공지능 연구한다. 그런데 텐센트의 로봇과 바이두의 인공지능이 네이버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역시 중국 내수 시장의 무자비한 우월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인구 수뿐 아니라, 훨씬 더 무서운 이유가 있다.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센스타임'

2017년 중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센스타임’이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했다. 인구 14,000,000명의 광저우시 당국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것이 결정적 성공 요인이었다. 이렇게 국가와 전 인민이 합심하여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도와준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다.  인공지능은 결국 방대한 빅데이터와 자료, 연산 등이 켜켜이 쌓여 이룩하는 결과물인데, 10억 명 이상이 모인 그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서로 공손히 협조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수집될지 부럽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앞서 말한 중국의 유니콘 중에 모바일 관련 스타트업이 상당수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들 역시 곧 인공지능 분야로 이동할 것이다. 모바일 차량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은 이미 모바일을 넘어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배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텐센트와 알리바바에서 투자하고 있는 모바일 차량 공유 플랫폼 스타트업이자, 우버의 짝퉁이지만, 우버를 중국에서 인수해버리고,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고, 모바일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시키고 있다. 이것이 중국의 IT 굴기다.


다시 천하의 중심으로
1405년에 명나라 내시 정화는 무역을 하러 7번이나 바다로 나간 게 아니라 중국의 문화를 전파하고 오랑캐의 문물을 탐험하기 위해 아프리카까지 가보았다. 이후로 중국에선 단 한 번도 해양 원정을 나가지 않았다. 1793년 건륭제는 영국 조지 3세의 친서를 들고 온 메카트니에게 ‘중국은 산물이 풍부하여 무역을 할 필요가 없다’고 타일러주고, 정 뭐가 필요하면 광저우 구석에서 조공이나 조금 하라는 은혜를 베풀었다. 그러다가 1839년 유럽 대륙 변방의 섬나라에게 박살이 난다.  그 이후에도 마오쩌둥 덕분에 세계 자본주의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마침내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한동안, 중궈(??; 중국)는 다시 천하의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레이스를 계속할 것이다. ‘굴기’는 몸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정화는 내시라서 수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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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예슬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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