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광풍을 불러일으킨 상황에서, 우리들이 마주했던 가장 당혹스러운 소식은 가상화폐 거래자들의 상당수가 ‘10대’였다는 점이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혹은 집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10대들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며 가상화폐의 시세를 체크했고, 또 상당한 금액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 열풍이 다소 잠잠해진 지금, 가상화폐에 열중했던 10대들은 가상화폐가 아닌 진짜 도박에 몸을 던지고 있다. 10대들 사이에서는 지금 ‘비트코인 게임’으로 불리는 고전적인 도박 게임이 급속도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소셜그래프라는 이름의 게임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화폐는 급속도로 변하는 거래가로 인해 세간으로부터 도박, 투기에 가까운 형태를 띠게 되었다. 암화화폐를 거래하는 것이 과연 도박 혹은 투기인가의 정의는 차치하도록 하자.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이름을 빌려서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이야기다. 비트코인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소셜그래프 게임’이다.

소셜그래프 게임이란 어느 특정된 하나의 게임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복수의 업체들이 제공하고 있는 비슷한 장르의 도박성 짙은 게임을 장르적으로 가리켜 현재 10대들은 소셜그래프 게임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게임은 앱 혹은 온라인으로 간단한 회원가입 정보를 기입한 이후 나타나는 계좌로 현금을 입금해 사이버 머니로 치환시키고 또 이를 필요에 따라 출금할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 그리고 이 사이버 머니는 소셜그래프 게임을 통해 결정되는 게임 결과로 인해 불어나기도 하고 또 줄어들기도 한다.

소셜그래프 게임이란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는 게임일까. 그 방법은 실로 간단하다. 게임이 시작되면 그래프가 그려지고 화면에는 배수가 표시된다. 두 배, 세 배 그래프가 늘어날 때 ‘즉시 출금’ 버튼을 누르면, 그 버튼을 누른 이용자는 게임 시작 전 배팅한 금액에 배수를 곱한 금액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그래프는 멈추고 표시되는 배수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된다. 그래프가 멈추기 전까지 즉시 출금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용자는 그대로 자신의 배팅 금액을 잃어버리게 된다. 오래 버티면 더 높은 배당으로 출금할 수 있지만, 그만큼 원금채로 속절없이 잃어버리게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이 게임의 전체 과정은 길어도 10초를 넘기지 않는다. 이 게임이 ‘비트코인 게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그래프의 상승곡선이 비트코인의 시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마치 지극히 합리적인 게임인양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도박 중독자들

소셜그래프 게임은 인터넷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연하지만 이런 종류의 게임들이 실제 비트코인 시세와 연동해 그래프가 그려질 리 없다. 그리고 많은 소셜그래프 게임 이용자들은 실제로 비트코인과 게임이 연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트코인 게임으로 이 게임을 칭하는 이유는 가상화폐처럼 등락폭이 격심하고, 또 짧은 ‘투자’기간으로 거금을 딸 수 있다는 믿음에 기인하고 있다. 사실 이 소셜그래프라고 불리는 게임의 원래 이름은 ‘부스타빗(BustaBit)’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도박 게임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도박 게임은 소셜그래프 게임만이 아닌데, 이 외에도 달팽이 레이싱, 사다리 게임, 불법 스포츠 도박, 로하이, 파워볼 등등 다양한 도박 게임이 현재 10대들 사이에서 급격히 퍼져나가고 있다.

청소년 도박 중독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며, 일각에서는 전국 3만 명의 청소년 도박 중독자가 존재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교문위 이철규 의원실(자유한국당)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청소년의 수는 3년 사이 4.7배 증가했으며, 청소년 도박 중독자들 중 절반을 넘는 이들(53%)은 1,0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도박으로 잃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중 절반 가까이는 온라인 불법 도박과 같은 사행성 게임을 경험해 본 것으로 전해지며, 재학 중인 청소년의 42.1%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의 62.7%가 사행성 게임을 해봤다고 응답한 바 있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10대들은 은어, 유행어에 민감하다. 10대들은 기성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은어를 사용하며 인터넷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서비스를 접는 ‘먹튀’, 도박 자금을 뜻하는 ‘총알’, 도박 결과에 대한 정보를 뜻하는 ‘픽’, 돈을 많이 획득한 사람이 그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지 않는 행태를 뜻하는 ‘졸업’이라는 등의 도박 은어들은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포털 사이트에 소셜그래프 게임을 검색할 경우 연관된 검색어로 따라오는 것은 ‘합법’이다. 소셜그래프 게임은 단순한 인터넷 도박이 아니라, 영국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았으며 한국에서도 불법의 소지가 없는 합법 게임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10대 이용자들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히 소셜그래프 게임은 엄연한 불법 게임이며, 소셜그래프 게임을 제공하는 이는 물론 이를 즐기는 이들도 우리나라의 현행법 처벌 대상에 속한다. 아울러 소셜그래프 게임을 통해 얻게 되는 경제적 피해는 그 어느 누구도 보전해 주지 않음이 당연하다. 설사 자신이 사이버 머니로 일확천금을 획득하게 될지라도, 불법 도박 운영사가 그 금액을 지급해 주지 않는다면 그것을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하거나 또 보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상화폐 거래가 기승을 부리면서 2030 세대의 인터넷 도박 이용률은 급속히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안정한 불법 도박이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로 투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대신 그 줄어든 만큼의 2030 세대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것은 우리나라의 10대들이었다.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이용한 청소년은 드러난 수치만 보더라도 3년 사이 7배가 늘어났다.

소셜그래프 게임을 차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해당 사이트의 폐쇄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인터넷 사이트를 근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불법 도박의 역사와 인터넷의 역사는 사실상 맞닿아 있으며,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셜그래프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불법 도박을 근절할 수 있는 가장 주된 방법은 우선 이 서비스가 불법이고 또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 홍보와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의 강화, 그에 뒤따르는 정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뒤따라야

젊은이들 중심의 인터넷 도박 중독, 가상화폐 광풍 현상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그리고 이와 함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로 커져가고 있는 물질만능주의, 한탕주의의 만연함에 대한 해소가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10대들의 소셜그래프 게임, 2030의 가상화폐 광풍은 모두 버블경제의 끝에 닿아있는 한탕주의와 노동 경시 현상과 이어져 있다. 가상화폐에 대해 정부가 규제의 뜻을 피력했을 때, 인터넷의 가상화폐 거래자들은 뜻을 모아 청와대에 청원을 올렸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그 청원은 현재의 젊은이들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보다 많은 돈을 단기간 내에 쉽게 벌 수 있도록 부디 규제를 중지해 달라’는 욕망이 그 청원 속에는 그대로 녹아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자의 대부분은 2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층이다. 물질만능주의하에서, 이들은 행복한 꿈의 척도를 물질과 재화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몇 차례 있었던 버블 경제가 불러온 가장 치명적인 부정적 효과는 노동 경시, 노동의 평가절하 현상이었다. 힘들여서 노동하고 취하는 대가가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대가보다 적음에 따라 노동자들을 어리석은 이들로 매도하고 경시하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하게 퍼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버블경제 현상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튤립파동 당시 노동자들의 1년 소득이 200길더 정도였다. 반면 노란색 튤립 구근 1파운드가 단 일주일 만에 20길더에서 1,200길더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는 노동자들을, 노동 자체를 경시하는 풍조가 생겨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상화폐 광풍 속의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몇 십억 원을 가상화폐 투자로 벌었다는 무용담이 만연했다. 일부의 가상화폐 비투자자들은 투자자들을 가리켜 ‘투기꾼’이라고 질타했고, 또 일부는 스스로의 노동의 가치를 여기에 비교하며 절망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튤립파동의 끝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버블이 남긴 일부의 벼락부자와 다수의 파산자들, 그리고 거품의 광풍을 반성하는 금욕주의였음을 명심해야 한다. 소셜그래프 게임 현상은 단순히 10대들의 문제로, 인터넷 불법 도박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이는 넓게 보자면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돈이 곧 현대의 신분으로 이어지는 물질만능주의와 대다수가 느끼고 있는 경제적 박탈감, 사회적 성공의 기회 찬탈의 문제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절망감이 한탄성의 흙수저론에서 한탕을 위한 가상화폐 광풍과 소셜그래프 게임 확산의 현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이것이 버블경제의 끝에 있는 사회적 노동 경시 현상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근본적인 고민과 사회적 합의의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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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