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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본질, 그 끝에 있는 것은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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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인터넷 이용자의 허황된 망상으로 생각되었던 댓글 조작 사건은 이제 정치 스캔들로 번져가고 있다. 단순히 정치권에서의 이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은 현재 포털 사이트 중심의 뉴스 공급 체계, 뉴스 댓글의 여론 호도 효과, 소수가 쉽사리 좌우할 수 있는 댓글 시스템에 대한 논의, 심지어는 뉴스 댓글 폐지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기존의 올드 미디어들 이상의 매체력을 가지고 있는 지금, 이 논의들은 우리들이 현재 처해있는 뉴스 소비 환경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진 뉴스 소비 행태

우리나라의 미디어 환경은 과거와는 다른 양태를 띠고 있다. TV, 라디오, 신문과 같은 매체로 퍼졌던 뉴스는 이제 인터넷,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포털 사이트의 제공 영역을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일 TV 뉴스 프로그램이 40%의 시청률을 올리고 종이신문의 메인 뉴스에 모두가 주목하던 80년대와는 달리 현재 사람들이 가장 뉴스를 많이 접하는 창구는 ‘포털 사이트’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많은 이들은 모바일, PC로 대부분의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의 자료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응답이 93.3%로 나타나, 지상파 TV 뉴스(81.5%)와 케이블 채널 뉴스(61.6%)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포털 사이트 뉴스 이용자의 62.8%는 TV 뉴스보다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응답했으며, 이 수치는 TV 뉴스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는 응답자(19.8%)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디오(1.7%), 신문(2.5%)을 더 많이 본다는 응답은 포털 사이트, TV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수치를 기록했다.

 

고전적 미디어들의 영향력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하된 상태

 

엄밀히 따져서 포털 사이트는 언론으로는 보기 힘든 성격의 매체다. 포털 사이트가 자체적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있었던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는 “네이버를 언론으로 보느냐"라는 의원 질의에 “뉴스를 생산치 않아 기존의 언론과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국내 1위 포털 사이트 서비스사인 네이버는 그들 스스로를 언론이라고 보고 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들은 현재 다른 어떤 언론 매체보다도 더 강력한 매체력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 조작 사건의 발발, 댓글이 주목되다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드루이드에서 딴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한 인물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출판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파워블로거 김 모 씨, 소위 드루킹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모임인 경제적공진화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에서 각종 여론조작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댓글 조작 사건’으로 불리며 정치 스캔들로 발전된 이 사건의 전모는 아직 다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그가 여론 조작의 주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 포털 사이트라는 점은 확연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드루킹은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드루이드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측된다

 

드루킹 일당은 직접 뉴스를 작성하고 또 전파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특정 뉴스에 댓글을 달고 또 그 뉴스를 다른 이들에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이용해서 전달하는 형태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초 드루킹을 비롯한 일당의 일탈로 비쳤던 이 사건은 조사 과정에서 포털 사이트의 뉴스 공급 시스템으로 초점이 옮겨가게 된다. 소수의 일당이 쉽사리 여론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의 뉴스 공급 체계가 왜곡돼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댓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커뮤니티 댓글 통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커뮤니티 댓글 분석 사이트 ‘워드미터’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4월 말 현재까지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단 아이디는 1천 개 이상 작성 계정이 약 3,500여 개로 전체인 175만 개의 0.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계정이 전체 네이버 뉴스 댓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이용자가 대부분의 댓글을 게재하면서, 소수의 의견을 대다수의 의견처럼 보이도록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드루킹의 경제적공진화모임의 가입자 수는 약 4,300명, 그중에서도 핵심인 비공개 모임의 가입자 수는 그 8분의 1 수준(540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뉴스 공급 시스템 하에서는 이들 인원이 움직여도 충분히 그 의견이 ‘여론’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소수 의견의 과대 대표, 허술함 드러나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을 통해 양대 포털 사이트들은 잇달아 ‘소수 의견의 과대 대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4월 25일 내놓은 대책은 계정 하나로 같은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에서 3개로 줄이는 것이었다. 또한 소위 ‘베댓’이라고 불리는 상위 게재 추천 댓글의 척도인 ‘공감, 비공감’ 횟수를 제한하고, 연속 댓글 작성 시간도 10초에서 60초로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다음은 동일한 댓글을 반복해서 작성하는 행위가 발견되는 아이디는 2시간 동안 댓글 작성을 금지시키고, 반복해서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는 계정은 정지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드루킹은 카페 회원들로부터 다수의 ID를 확보해, 이를 통해 댓글을 조작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댓글 조작 사건에서 문제가 된 드루킹의 또 하나의 행위가 매크로 구입, 그리고 이를 위한 카페 회원 아이디 614개 확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댓글 게재 제한으로 인해 일반 시민들이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매크로와 같은 적법치 않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소수의 발언력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댓글을 게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크로를 활용한 공감 수 조작 또한 이 조치로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극성스러운 소수가 대다수보다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댓글 조작 사건이 드러날수록 드루킹이란 인물의 망상들의 허황됨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대중은, 그리고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언론은 없을 것이다. 분명 이들은 스스로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의 포털 사이트의 뉴스 공급 시스템은 그런 허황된 망상들이 마치 여론인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드루킹 사건의 핵심, 그리고 현재 불거지고 있는 포털 사이트의 댓글 논란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계속되는 논의, 그 끝에 있는 것은?

많은 이들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왜곡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일부는 포털 사이트 내에서만 순환되는 뉴스 공급 시스템을 꼬집으며, 또 일부는 뉴스를 직접 생산하진 않더라도 ‘배치’를 통해 매체력을 갖게 되는 포털 사이트를 언론 매체로 규정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아웃링크 도입’은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포털 사이트의 페이지 안에서 뉴스를 보는 인링크 방식이 아니라, 뉴스 클릭 시에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되는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뉴스가 분산되고 댓글 조작 시도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현재 네이버는 국내 300여 언론사의 기사를 인링크 형태로 제공하고 있으며, 기사의 조회수와 댓글, 공감, 비공감 수를 통해 랭킹을 매겨 기사와 댓글을 선별해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4년 댓글 시스템을 폐지한 로이터통신, 해외에는 댓글을 완전 차단한 매체가 다수 존재한다

 

실제로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네이버 뉴스에 집중된 이용자 트래픽이 개별 언론사로 분산되게 된다. 혹자는 이로 인해 광고 수익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이것이 수익에 불이익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기 때문에 네이버가 아웃링크 방식을 꺼리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무작정 언론사의 트래픽을 끌어와 수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트래픽 관리비, 언론사 지급 전재료 등 네이버 뉴스 운영에도 막대한 비용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4월 26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아웃링크 방식에 대해 “언론사 및 유관기관의 의견을 듣고 협의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성숙 대표도 “이런 이슈로 네이버가 계속 언급된다면 브랜드에 치명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환경을 바꾸게 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금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돌아갈 것인가

 

인터넷이란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포털 사이트들이 성공을 거두며 막대한 이용자를 모았다. 그리고 그 이용자들은 포털 사이트 안에서 뉴스를 소비했으며, 마침내는 기존의 미디어들보다도 포털 사이트 내의 뉴스를 더 신뢰하고 댓글로 여론을 읽게 됐다. 바뀐 미디어 환경은 이제 새로운 개혁을 필요로 하는 시점을 맞았다. 댓글 조작 사건이 가져온 현재의 뉴스 공급 시스템에 대한 고찰은 댓글 시스템에서 현재는 아웃링크, 인링크 방식에 대한 논의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앞으로 이 논의는 사실상의 뉴스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포털 사이트의 매체력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분산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논의의 끝에 제2의 드루킹을 막을 수 있는 전면적인 개편이 찾아올 수 있을지 대중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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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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