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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Others’ 신세된 삼성, 어디로 갈 것인가

기사 입력시간 : |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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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8년도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한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0.8% 수준의 점유율로 판매량 기준 9위에 그친 것이다. 말이 ‘9위’지 ‘Others’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신제품 효과’가 통했다고 했지만 중국의 갤럭시는 여전히 존재감이 없었다. 물론, 2018년도 1분기에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의 제조업체다. 사실 그게 더 위험하다.

 



삼성전자는 2017년도 1분기에도, 2018년도 1분기에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다. [출처 : Strategy Analytics]

 

 

아이폰 아니면 갤럭시

2018년도 1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출처 : CIRP 및 관련보도자료]

 

어차피 미국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 아니면 갤럭시가 된지 오래다. 정확히 말하자면, 2012년 1분기부터 갤럭시와 아이폰이 노키아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기 시작했다. 이후 노키아는 유럽 구석으로 사라졌고, 블랙베리와 엑스페리아는 아무도 모르는 신제품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모토로라는 시장점유율 발표할 때만 간신히 ‘Others’에서 벗어나는 수준을 면치 못 하고 있다.

 

세계 양차대전과 동시에 세계를 주름잡던 미국 제조기술이 전부 애플이나 퀄컴으로 몰려갔는지, 2012년 이후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줄곧 1,2위를 다투는 시장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 관련 미국 제조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되어 있는지, 완제품 브랜드가 아닌 1,2차 부품업체 가운데 미국 제조업체가 얼마나 많은지, 미국은 이제 ‘스마트폰 따위’에는 관심 없고 더 ‘고상한’ 산업(예를 들면 생명공학 같은)에 얼마나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지 등은 논외로 하고, 삼성전자가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5년 동안 상위권을 유지한다는 점에만 주목해본다면 삼성전자의 시장 장악 전술은 결코 평범하진 않다고 볼 수 있다.  

 

모토로라 ‘X4’

 

갤럭시의 기술적 스펙은 꾸준히 모토로라와 엑스페리아, 블랙베리 등을 앞서고 있으며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미국 소비자의 보편적 취향에 부담되지 않도록 진화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냅드래곤이나 엑시노스 몇을 쓰든, 안드로이드 7을 쓰든 8을 쓰든 프로세서 면에서 갤럭시는 신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시키고, S 플러스 및 노트 시리즈를 병행 출시하며 ‘갤럭시’란 브랜드 하나로 다양한 취향과 다양한 스펙에 걸맞은 제품을 시장에 융단폭격하는 통에 다른 스마트폰이 기술적 격차를 따라잡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블랙베리 ‘키원’

 

여기에 최근에는 빅스비 같은 미래지향적 기술까지 탑재하고 사용 환경의 기술적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와 더불어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소비자가 원하는 ‘최신 감각’의 디자인까지 앞서나간다. 그래서 모토X 시리즈가 카메라에 집중하든 말든, 엑스페리아와 블랙베리가 차별화된 디자인을 계속 고집하든 말든 ‘종합적’ 판단 측면에서 갤럭시는 미국 시장의 모든 경쟁자를 압도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제조업체들이 ‘철 지난’ 2차 산업 완제품 시장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안방 시장에서 처참하게 얻어맞는지 모르겠으나, 그것도 분명히 갤럭시 선전의 한 원인이다.

 

노키아 ‘노키아8’

 

애플은 갤럭시가 다른 경쟁자를 압도했던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갤럭시를 짓누른다. 브랜드 충성도와 고유의 가치 같은 것들로 말이다. 그래서 작년 4분기에는 애플이 1위였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니면 갤럭시’ 구도를 만든 삼성전자는 ‘운 좋은’ 1위를 하거나, ‘안심하고’ 2위는 할 수 있도록 시장을 잘 형성해놓았다.

 

 



아이폰 아니면 차라리

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은 모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모바일 제조업체다. 그래서 역사 속으로 묻혀버렸다. ‘잘 나갔던 과거’를 회상하며, ‘잘 나갔던’ 디자인이나 이름, 특징을 고집한 결과였다. 반대로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메이주 등은 사실 시작부터 ‘짝퉁’이었다. 회상할 과거가 없는 그들은 ‘지금’ 어떤 디자인이 가장 잘 팔리는지 주목했고 그 대상은 바로 아이폰이었다. 

 

2018년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화웨이가 차지했다. [출처 : Canalys]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분석할 때마다,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폰도 중국 시장에서는 5위권을 들락날락한다. 이게 도대체 왜 그런지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P20 Pro’를 보면 알 수 있다. 한눈에 봐도 ‘아이폰X’의 일란성 쌍둥이가 윙크만 한 수준이다. 오포의 ‘R15’도 여기에 질세라 ‘아이폰X’의 친동생을 자처하며 뒷모습만 다르게 만들어 내놓았다. 2018년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화웨이, 2위는 오포다. 태생부터 ‘아이폰 워너비’의 꿈을 간직한 샤오미도 같은 기간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샤오미는 2014년 2분기에 중국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화웨이 ‘P20’, ‘P20 Pro’

 

4년 전 1위였던 샤오미도 최근에는 3~4위권으로 추락하는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문제는 가성비와 모방 전략이 지속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그렇게 불안정한 상태로 경쟁하려는 중국 업체들이 더 많아졌고, 마치 누가 더 저렴한 아이폰을 만드는지 도전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와중에 스펙도 좋아지고, 제품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개성 있는 디자인까지 선보이는 바람에 정작 아이폰은 뒤로 밀려났고, 갤럭시는 노트7의 폭발과 함께 다 날려버렸다. 

 

오포 ‘R15’

 

결국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점유’율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014년 2분기, 샤오미에게 1위를 내줄 당시 갤럭시는 12% 점유율을 차지한 2위 주자였다. 하지만 2017년 2분기에는 2.7%로 급전직하했다. 이게 아이폰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그나마 아이폰은 ‘초고가’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제품군이기 때문에 매출액 기준으로는 애플이 2018년 1분기 1위다. 삼성전자는 판매량으로 보든 매출액으로 보든 한숨만 나온다. ‘갤럭시’의 ‘프리미엄’은 이미 사라졌다.

 

샤오미 ‘미믹스 2S’


2018년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매출액 현황 [출처 : 사이눠(SINO) 시장연구]

 

즉,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도 아닌 것이, 중저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명석한 삼성전자 직원들이 이런 원인을 즉각 분석해내는 한편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는 일명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J5’

 

갤럭시 A 시리즈는 출시 직후부터 우리나라 할머니, 할아버지께 다소 호평을 받고 있으나 중국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갤럭시 C, J 시리즈나 ‘온7프라임’ 등은 마치 5년 전 창고에서 남은 부품을 다시 꺼내 조립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삼성페이 탑재나 자연 그대로의 색감을 전해주는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것 같진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듯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C8’

 

결국 가격이나,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아이폰 아니면 차라리 폭발하지 않는 다른 중국 제품을 원하게 되었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메이주는 아이폰과 똑닮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출시하지만, 그보다 현격히 저렴한 보급형 제품도 출시한다. 그리고 매우 빠르고 다양하게 시장을 공략한다. 갤럭시가 미국 시장에서 펼쳤던 전술과 상당히 유사한 것이다. 또한 그들의 프리미엄 제품 디자인은 아이폰을 닮아가고, 보급형 제품 디자인은 갤럭시 보다 개성 있다. 그들의 보급형 성능은 갤럭시 보급형보다 낫고, 모든 제품의 가격이 아이폰과 갤럭시보다 낮다. 그들의 프리미엄 제품 스펙은 여전히 ‘디테일’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매일 철인 3종 경기 코스로 출퇴근하지 않는 이상,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디테일’이 별로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삼성전자 ‘갤럭시 온7프라임’

 

 

역사를 좌우할 중국 시장

2012년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역사 속으로 보내 버리는 과정이었다. 2012년 2분기 전까지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절대적 1위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후 5년 동안 꾸준히 두들겨 맞으며 마침내 1%에도 못 미치는 점유율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무대라는 곳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안심하고 있던 중국 시장은 그야말로 ‘짜이찌엔’ 직전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삼성전자니까 ‘0.8%’도 점유율로 쳐 주고 ‘9위’라는 등수를 매겨 준 것이지, 사실상 ‘Others’나 마찬가지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18년도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섬뜩한 이야기가 날아들었다. 2017년도 중남미 시장은 갤럭시가 압도적 1위이긴 한데, 2위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모토로라다. 그리고 4위가 벌써 또 화웨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중국 밖에서 삼성전자와 격돌하고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경쟁 환경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2017년도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현황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결국 중국 시장의 향배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성패까지 좌우한다. 중국에서 갤럭시를 압도한 경쟁자들은 이제 중국 밖에서도 갤럭시와의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도 갤럭시가 그들을 이기지 못 하는데 3년 뒤, 5년 뒤에 인도와 중남미 시장에서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유럽과 미국 시장까지 빼앗기는 건 순식간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라고 느낀 순간 유효한 전략은 부재하고, 거스를 수 없는 물살이 몰아치며, 그래프는 매 분기 오른쪽 아래로 질주한다. 그런 식으로 1위에서 떨어지면 그 끝은 2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옛날부터 삼성전자가 역사를 통해 입증해왔다.

 

애플 ‘아이폰X’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어찌 되었든, 부품 자급률이 어찌 되었든, 고유의 가치가 있든 없든, 그들의 제품과 브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미국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 중국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은 갤럭시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곧 미국까지 날아가 미국에서도 갤럭시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 궁리를 할 것이다. 더 많이 파는 게 장사를 잘 하는 것이고, 장사를 잘 해야 역사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 아니면 ‘글로벌 1위’라는 트로피를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노키아는 옛날에 13년 동안 휴대전화 시장 ‘글로벌 1위’였다.

 

삼성전자 ‘갤럭시 S9’

 

그런데 15년 전 일본 사람들도, 10년 전 미국 사람들도, 5년 전 핀란드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15년 전 소니도, 10년 전 모토로라도, 5년 전 노키아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여전히 불안한 중국 시장

절세 두뇌들이 집결한 삼성전자는 사면초가에 빠진 중국 시장 공략의 전면적 쇄신을 위해 조직부터 싹 다 개편할 모양새다. 그런데 ‘조직개편’이란 말은 그 말부터 너무 대대적이어서 대대적인 말로만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영업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전략을 펼칠 만한 조직이 구성되어 힘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일부 시장조사업체도 삼성이 이대로 물러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기저에는 ‘설마 삼성인데’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전자제품으로 세계를 평정하고, 웬만한 부품은 전 세계 공장에서 자체 조달 가능한 글로벌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 업체들과의 장기적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물론, 조직과 규모라는 것이 실로 위력적이긴 하지만 10년 전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조직과 규모가 약해서 지금 저 지경이 된 건 아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가 갤럭시 S8의 연장선상에 있는 보급형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란 소식이 들린다. ‘갤럭시’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중저가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산이다.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계산을 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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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예슬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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