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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SK플래닛 역사, 다시 시작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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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오픈마켓 11번가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한 통의 메일이 발송됐다. 11번가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SK플래닛(주)에서 2018년 9월 1일 자로 분할신설법인인 11번가(주)로 이전될 예정이며, 11번가의 운영주체도 분할신설법인으로 이전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을 통해 메일을 수령한 이들은 두 가지의 새삼 새로운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나는 오픈마켓의 이름을 그대로 딴 새로운 회사가 설립돼 11번가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껏 11번가를 운영해 온 주체가 SK플래닛이라는 이름의 회사였다는 점이다. 과연 지금껏 11번가라는 국내 2위 오픈마켓 플랫폼을 운영해 온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져서 이와 같은 운영주체 변경이라는 사건을 맞이하게 된 걸까.

 

 

 

SK텔레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출범

지난 2010년대에 접어들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의 ICT 시장은 커다란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스마트폰 혁명을 통해 사람들은 이제 어디에서나 쉽게 인터넷에 접속하고, 어디에서나 다른 이들과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의 보급은 컴퓨터 앞에서만 펼쳐졌던 온라인이라는 세계가 사람들의 손 안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시대를 가지고 왔으며, 이는 그때까지 ICT 시장에서 활약하던 기업들에게도 위기이자 또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역할하게 됐다.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 SK플래

 

통신 시장의 일인자인 SK텔레콤 또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물적 분할을 통해 SK텔레콤의 자회사인 티맵, 티스토어, 커머스, 뉴미디어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새로운 회사의 설립을 결의하기에 이른다.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출범한 그 독립법인의 이름은 ‘SK플랫폼’이라는 가칭을 거쳐 마침내 2011년 10월 1일 ‘SK플래닛’이라는 이름으로 SK텔레콤에서 분사하며 자본금 300억 원의 규모로 만들어지게 된다.

 

SK플래닛 사업 전개의 초창기의 주된 동력이었던 OK캐쉬백

 

출범 초기의 SK플래닛은 향후의 SK텔레콤을 끌어갈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해 새로운 매출원을 발굴해낼 것으로 기대됐던 SK플래닛은, 출범 만 7년이 다가오는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오히려 SK텔레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에는 총 3,65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그리고 작년에도 2,4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SK플래닛은 지분 98.1%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SK플래닛은 어쩌다가 SK텔레콤에게 있어 ‘애물단지’와 같은 존재가 되고 만 것일까.

 

 



연이은 실패, 골칫거리가 된 11번가

SK플래닛이 사업 초기에 집중했던 분야는 과거 스마트월렛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디지털 지갑 서비스인 ‘시럽 월렛’이었다. 2010년 6월 1일 SK텔레콤이 오픈한 이 서비스는 2011년 3월에는 스마트월렛으로, 그리고 2011년 10월 1일 자로 SK플래닛으로 서비스가 이관되게 된다. 여기에 시럽(Syrup)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2014년 6월 2일로, 이는 기존의 스마트월렛과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 OK캐쉬백, 그리고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콘이 통합된 커머스 플랫폼이었다. 시럽은 당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을 야심차게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마트월렛 시절에부터 시럽에 이르기까지, SK플래닛이 꿈꾸던 커머스 플랫폼은 대규모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적을 거두지 못하며 실패를 거두게 된다.

 

야심차게 시작한 SK플래닛의 초창기 주력 사업, 시럽 플랫폼

  

2008년 2월 설립된 SK플래닛의 오픈마켓인 ‘11번가’는 SK플래닛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11번가는 스마트폰 시기에 맞춰 일찌감치 완성도 높은 앱을 선보이며 점유율 확대를 꾀해, 시장의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간 오픈마켓이었다. SK플래닛은 11번가를 운영하던 자회사 ‘커머스플래닛’을 지난 2016년 흡수합병하며 커머스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으며, 그 덕에 작년에는 기존의 1위 오픈마켓이었던 G마켓을 제치고 거래액 1위 플랫폼으로도 부상한 바 있다. 현재 11번가는 오픈마켓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양한 브랜드와 제휴하며 시럽 플랫폼은 영역을 넓히는 데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번가는 실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SK플래닛을 압박하고 있는 존재가 되어 있다. 흡수합병 당초 SK플래닛이 상정하고 있던 것과 현재의 시장 상황이 너무나도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선점 효과를 누리며 튼튼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경쟁사와는 달리, 11번가는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마케팅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영업손실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을 흡수합병 이후 지금의 시점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 격심화로 인해, 거래액 1위의 자리를 차지한 지금의 시점에서도 점유율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와 재무구조 개선은 기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심지어 법인 단위로 보자면 아직까지도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에 뒤진 2위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가격경쟁의 심화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은 끝이 보이지 않는 때이기에, 11번가의 점유율을 통한 자연스러운 실적 개선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는 SK플래닛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어버렸다

 

 

오직 11번가만 붙잡고 있던 SK플래닛

당초의 주력 사업이었던 O2O 커머스 플랫폼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단행했던 11번가의 흡수합병은 SK플래닛의 커다란 독이 됐다. 11번가를 인수하기 전 SK플래닛의 상황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2014년까지는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으며, 적자전환한 2015년에도 그 폭은 58억 원에 불과(?!)했다. 그것이 11번가를 흡수합병한 이후 급격히 불어나,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핀테크로의 도약에 힘쓴, 그러나 도약에 실패한 시럽 플랫폼

  

그럼에도 SK플래닛의 입장에서는 11번가는 적자의 원인임과 동시에 주력 사업부문이었기에, 쉽사리 놓을 수가 없었던 점을 간과할 수 없다. 11번가를 제외한 SK플래닛의 사업부문들의 존재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던 서비스들은 이미 그 전에 실적 개선을 위해 관계사로 혹은 모회사로 이관시킨 상태였다. 티맵은 2016년 1월 위치기반서비스 사업조직이 분할돼 SK텔레콤과 합병됐으며, 앱 마켓 사업을 운영하던 원스토어도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모바일 광고 사업인 시럽애드는 지난 2017년 인크로스, 광고사업부문은 에스엠컬처앤콘텐츠로 양도됐으며, 출범 초기부터 야심차게 진행해 온 해외진출 사업은 대부분의 해외법인을 청산하는 절차를 거치거나 혹은 거치고 있는 중이다.

 

결국 SK플래닛에 남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아킬레스건은 11번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을 이유로, 주력 사업부문인 11번가의 매각을 SK플래닛이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작년부터 돌기 시작했다. 작년 초 중국 투자유치에도 실패한 SK플래닛에게는 실적을 개선하고 회사의 적자를 멈추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11번가 포기’뿐이었기 때문이다. 2위 사업자라는 시장 지배력을 이유로 롯데, 신세계 등의 유통 대기업들이 11번가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SK플래닛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은 당시 “11번가를 한국의 아마존으로 육성하겠다"라며 타 그룹으로의 매각설을 일축하며, 시장의 전망과는 상반되는 대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기에 이른다.

 

 



마침내 분리되는 11번가, SK플래닛에 남겨진 숙제

SK텔레콤은 올해 6월 11번가를 ‘한국형 아마존’으로 키우겠다는 포부 하에, 5,000억 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이 투자한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는 H&Q코리아 등으로부터 11번가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어있었다. 회사에서 마케팅 부문을 떼어내는 투자 조건이 붙은 것이다. 이를 통해 SK플래닛은 7월 31일 이사회를 열어 11번가를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키고, 마케팅 사업부문과 SK테크엑스를 합병해 SK플래닛을 출범시키는 안을 가결시키게 된다.

 

11번가의 분사는 SK플래닛에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11번가는 이를 통해 직원 1,050명 규모의 조직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으며, 본격적으로 오픈마켓 운영만을 전담하는 회사로 운영될 예정이다. 11번가 대표이사로는 이상호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이 내정됐으며,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살려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커머스로 승부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운영 체계를 통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라는 기대, 혹은 그들이 목표로 삼은 아마존과 지금까지 목표로 삼아왔던 이베이와의 힘든 경쟁으로 인해 앞으로도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두 가지 상반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금번 11번가 독립을 계기로 국내 온라인 커머스 진형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SK테크엑스와의 시너지가 남겨진 SK플래닛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적적자를 떠안고 있는 존속법인 SK플래닛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신설법인 11번가보다는 멀어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SK테크엑스의 기술을 살려 ‘데이터 기술회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을 밝힌 SK플래닛에게는 11번가와 시럽이 아닌 새로운 매출원을 발굴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다행히도 과거 분리되었다가 다시 SK플래닛과 흡수합병되는 SK테크엑스는 최근 사업연도 당기순이익 268억 원을 기록한 흑자기업이다. 불어난 적자의 주된 원인이었음과 동시에 회사의 가장 큰 매출원이기도 했던 11번가를 잃은 SK플래닛은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2011년 출범 당시에 그렸던 장밋빛 미래를 지금에서야말로 그려나가게 될 것인지, 혹은 11번가가 가지고 있던 존재감을 다시 되찾지 못하고 그저 연명하는 데에 급급한 회사로 남게 될 것인지의 갈림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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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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