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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유해사이트 차단' 피해자 보호인가, 공권력 남용인가

기사 입력시간 : |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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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사이트 차단이 불법 음란물 유포 사이트보다 많았다

 

논란, 즉 말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장과 근거다. 그런데 대부분의 ‘끝나지 않을’ 논란은 서로가 서로의 주장을 잘못 받아들이고, 서로의 근거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2월 11일, 정부는 895 건의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했다. 이것에 반대하는 국민청원과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찬반 논란은 수많은 말들을 낳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보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불법과 합법에 대한 기준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일단 성인 영상물의 법적 합불 기준은 여성가족부의 고시에 따른다. 그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방통위법’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및 같은 법 시행령의 제8조(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 정보)에 따라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항(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의 법률적 기준으로 영상물을 심의한다. 이 기준에 부합한 것은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하여 ‘합법’이 된다. 

 

따라서 이 고시에 반하는 영상물은 모두 불법이다. 정부가 이번에 차단한 사이트는 대부분 이러한 불법 영상물을 유통하거나 게시한 곳이 해당되었다. 이러한 불법 성인 영상물 때문에 차단된 사이트는 96건이다. 사실 차단 사이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도박’이다. 국내법 기준으로, 내국인이 도박을 하도록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도박을 하면 다 불법이다. 온라인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승인한 사이트 외에 다른 곳은 다 불법이다. 이 기준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로 규정되어 차단된 사이트는 776건이다.

 

 



검열과 자유에 대한 불붙은 논쟁

 

차단에 반대하는 목소리에서 가장 굵은 단어가 바로 ‘검열’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차단에 대해 ‘전체주의’, ‘독재국가’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를 언급하며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결국 검열이고, 결국 개인 자유 침해라는 비판에 대해 정부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정부가 온라인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식은 ‘https 차단’이다.

 

▲https는 최초 1회 온전한 데이터를 송수신한다

 

예전에 URL이나 DNS를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은 ‘http’ 접속방식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https’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https’ 기반의 사이트를 더 이상 차단할 수 없었다. 그런데 ‘https’는 암호화되기 전에 무조건 처음 한 번은 온전한 데이터를 송수신해야 한다는 취약점이 있다. 이 ‘온전한’ 부분이 바로 ‘SNI’(Sever Name Indication) 필드다. 이번 차단은, 이 필드에서 보이는 값에 따라 차단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이번 차단은 ‘https’를 차단하는 것이며, 이 방법으로 ‘SNI’를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SNI를 들여다 본다? 검열한다?

 

일단 정부는 방심위의 독립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 검열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단 사이트에 대한 결정 자체를 방심위에서 하는데, 이 위원회 자체가 독립적이며, ISP 업체들에게 차단 리스트를 보내도, 실제 차단 결정은 그 업체들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방심위가 여야 추천인사로 구성되었다는 것만으로 독립성을 인정할 수 없고, 정부기관이 요구하는 사항을 민간 업체가 얼마나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 심지어 ISP업체들이 이를 계기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들여다보게 될 것인지 우려하며, 차단을 요청받은 리스트를 실제로 차단하는 과정의 합법성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호와 권리, 피해자와 가해자, 지금과 나중에 대한 문제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해명에 따르면, ‘암호화하지 않은 SNI 필드값만 확인하고, 나머지 https 패킷은 내용을 알 수도 없기 때문에 이번 차단은 검열이 될 수 없다'고 피력하고 있다. 택배송장만 보고 차단 대상 주소지로 가는 택배를 사전 차단하는 것은, 택배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그게 검열이 아니면 뭐냐’라는 입장이다. ‘SNI 필드값을 보고 차단을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의 내용을 보지 않기 때문에 검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국 인터넷 프로토콜 정보를 정부가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검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검열’에 대한 다양한 의미와 측면을 분석하기에 이르렀고, 각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끝없는 말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개인 자유에 대한 논쟁까지 불붙이고 말았다.

 

 

보호하는 방식과 실효성 문제

▲피해자의 인권 보호가 정부의 최종 목적

 

검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최종 방향성은 ‘피해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 지난달 12일 방통위의 발표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 영상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웹툰 등 창작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것을 언급했다.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리벤지 포르노’에 따른 무고한 개인의 피해와 강간, 성폭행 등의 영상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강력한 정부의 의지다. 차단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러한 ‘피해자 보호’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사이트를 무작정 차단하는 것은 근본적이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차단을 한들 그것을 우회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디지털성범죄 등의 가해자를 처벌하는 방향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까지 원천봉쇄되는 차단 방식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잘 모르겠으니 다 막아보자는 것?

 

실제로 이미 https의 보안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TLS 1.2 표준을 보완한 TLS 1.3 표준이 개발된 상태다. 이것을 기반으로 SNI 필드에 노출되는 평문조차 암호화하는 ESNI가 보급되면 현재 방식의 차단은 다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단체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방침이 드디어 여성인권을 보호하기 시작했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제도적, 기술적 완결성을 100% 보장할 수 없어도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평행선을 걸어갈듯한 논쟁

 

▲오해는 이렇게 무서운 법이다

 

차단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불법’에 대한 공권력의 남용, ‘검열’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을 불신하며, 차단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정부와 차단 찬성 측에서는 상당한 유해사이트의 활동을 막는 실효성은 검열 위험보다 더 공익적이며, 기술적 문제로 이 방식이 향후 무의미해진다 하더라도 이러한 방침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반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일부에서는, 최초에 정부가 자세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차단을 강행한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민청원에 답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시행 이후, 12일, 13일 연이어 방통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해명을 해야 했고, 그사이 ‘차단 반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시민의 수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결국 같은 달 21일, 즉 시행 후 단 열흘 만에 방통위원장이 직접 국민청원에 답변해야 했고, 그것은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 한 채, 기존 입장 차이를 확인할 뿐이었다. 정부의 설명과 해명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이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그 설명과 해명이 제대로 닿지 않는 곳에서 이 문제는 다른 갈등과 자극적 단어(야동, 남성, 독재 등)로 끝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차단’의 실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정부가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 한 결과다. 정부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우리 모두에게 정책을 명확히 설명하고, 우리 모두는 ‘논란거리’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비판해야 한다. 왜곡된 정보의 유통과 재생산은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말싸움으로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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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예슬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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