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업계의 대표적인 신흥기업을 뜻하는 약어는 BAT였다. 각각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뜻하는 이 말은 최근 BATX라는 말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새로 추가된 ‘X’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인 샤오미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경이로운 기업으로 추앙받고 있는 샤오미의, 그 빛나는 성장 뒤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이제는 주목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부터는 샤오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논란거리를 모아서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에서 유독 주목받는 샤오미

포브스가 발표한 아시아 최고 부자 20위권에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바이두의 리앤훙과 함께 샤오미의 CEO인 레이쥔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IT 시장 부흥기를 이끌었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의 3개 기업과는 달리, 샤오미는 비교적 새로운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샤오미는 누차 앱스토리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2010년 창업된 회사로 1998년 창업한 텐센트, 1999년의 알리바바그룹, 2000년의 바이두에 비하자면 업력이 한참 모자란 신흥기업이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에서 중국의 성장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기업은 단연 샤오미일 것이다. 국내에서 샤오미가 인지도를 높인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히고 있다. 첫 번째는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추월하며 삼성전자 어닝쇼크를 불러온 사건이 될 것이며, 두 번째는 극강의 가성비라는 평가를 받은 보조 배터리의 높은 판매고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사건 덕에 샤오미는 국내에서 어느덧 ‘중국의 실수’를 상징하는 하나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샤오미는 보조 배터리, 이어폰, 헤드폰, 웨어러블 기기 등을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특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비교적 적은 스마트 디바이스인 태블릿 ‘미패드’도 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에는 40인치의 MI TV가 정식으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I TV는 국내 국립전파연구원 적합성평가를 통과해 인증을 획득했으며, 2016년 1월 경부터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샤오미의 공동창업자 류더 부대표는 한국을 방문해 “곧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직접 진출의 포부를 이미 밝힌 바 있다.

몇몇 중국 제조사들 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샤오미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제조하기만 하는 제조사가 아니다. 샤오미의 Mi.com은 수천 가지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세 번째로 큰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샤오미의 앱스토어인 미스토어는 중국 로컬 마켓에서도 4~5번째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제 샤오미는 게임 퍼블리싱까지 개시한 상황이다(지난 12월 2일 샤오미는 9종의 게임을 자사 서비스로 미스토어에 게재해 서비스하고 있다).

돈이 되는 스마트 시장에는 모조리 발을 걸치고 있는 샤오미는 그러나, 유독 그 열풍에 중국 내에서만 거세다. ‘중국의 애플’이란 이명에 걸맞게 중국 내에서는 다수의 열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샤오미는 중국 시장에서 13% 내외의 스마트폰 점유율을 획득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는 물론이오 애플과 화웨이보다도 높은 점유율이다. 하지만 중국을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제 샤오미에게도 글로벌 진출은 ‘성장을 위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과업이 되어 있다.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은 4%로, 2014년보다 2%가 줄어들어,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오미의 글로벌 진출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진출, 철퇴를 맞다

샤오미는 최근 MI4, 홍미노트2 등에 대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본격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2월 6일, 미국의 특허 전문 기업인 블루스파이크가 텍사스 연방 지방 법원에 샤오미를 특허침해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블루스파이크는 샤오미 스마트폰이 자사의 ‘정보 보호 방법 및 기기’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특허는 향후로도 샤오미의 앞날을 지속적으로 막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샤오미는 금번 미국 진출을 위해 퀄컴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태세를 갖추던 중이었으나, 그 움직임은 이번 소송으로 당분간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특허전쟁이 격심할 뿐이라면 샤오미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중국 시장에서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샤오미가, 대체 왜 특허와 소송을 걱정하며 글로벌 진출을 미루고 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과거 스마트폰 관련 특허 문제가 가장 큰 소동을 일으켰던 사건으로는 단연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맞고소 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 4년 8개월 만에 5억 4,800만 달러의 배상금 지불합의가 이뤄졌다. 디자인 특허를 비롯해 핀치투줌 특허까지 다양한 쟁점을 놓고 벌어진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법정 다툼의 결과가 천문학적인 합의금 지불명령으로 이어진 것이다.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샤오미의 영업이익 규모를 봤을 때 이러한 합의금은 감당하기 힘든 액수일 뿐 아니라, 법정다툼을 벌인 양사와 샤오미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개수도 비교할 수가 없다.

샤오미를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문제는 단순히 샤오미의 영업이익이 적기 때문에 특허전쟁에 잘못 휘말리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니다. 특허의 면에서 샤오미가 떳떳하다면 진출을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이며, 특허사냥꾼으로 불리는 기업들과 전쟁을 치르게 되더라도 영업활동을 통해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 될 문제다. 하지만 문제는 샤오미가 특허의 면에서 떳떳치 못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특허란 각 국가별로 상이하게 정의하고 있으나, 어느 국가든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발명한 사람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해 주는 것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 경제적 투자를 하지 않은 경쟁사가 독창적 요소를 카피해서 똑같은 제품을 판매해,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 원 개발자의 경제적 이익을 헤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심지어 경쟁사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판매할 경우에 원 제작사가 받는 불이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샤오미는 산업의 선두에 선 기업들의 기술을 베껴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워온 가장 대표적인 중국 기업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의 그럴듯한 표절 제품을 헝거 마케팅을 통해 공급을 조절하고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성공시킨 이후 물량공세를 통해 성장을 이뤘으며, 유력 외국인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해 마치 처음부터 혁신을 이뤄왔다는 이미지 메이킹으로 지금의 샤오미가 만들어 진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샤오미가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한 애플의 대표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는 샤오미의 제품에 대해 ‘도둑질’이란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샤오미의 CEO 레이쥔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그대로 따라하다시피 하며 얼리아답터들의 비웃음을 산 바 있다. 심지어 같은 중국의 기업인 화웨이와 ZTE마저 샤오미에 특허 도용에 대한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뒤져보면 허술한, 짝퉁의 샤오미

1. 샤오미 로고 & 맥스톤 브라우저 로고

샤오미는 자사의 기업명을 모두 쓰는 것보다는 MI라고 줄여서 불리는 것을 선호한다. Mi.com을 천문학적인 가격에 구매하고, 자사 제품에 접두어로 MI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샤오미의 제품에 새겨져 있는 MI 로고 자체도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MI 로고 디자인은 중국에서 만든 맥스톤 브라우저의 로고 M을 그대로 가져오다시피 한 것이다.

2. 샤오미 라우터 & 애플 트랙패드

샤오미의 디자인 표절은 단순히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경쟁제품의 디자인을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비슷해 질 수 있는 경우에는 어디서든 가져다 쓰는 경향을 보인다. 슬림한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샤오미의 라우터는 애플의 트랙패드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명백해 보인다.

3. 샤오미 미에어 & 발뮤다 에어엔진

석유보다 석탄의 사용량이 훨씬 많은 중국의 특성 때문에, 중국은 환경오염 중에서도 특히 대기오염 문제로 중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샤오미의 공기청정기 미에어가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미에어도 디자인 표절의 영역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발뮤다 에어엔진 제품과 거의 유사한 모양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에어 제품은 발뮤다 에어엔진의 OEM 제조사인 Zhimi 테크놀로지에 샤오미가 수주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4. 여차하면 섞어서, 샤오미 조이스틱

스마트폰 관련된 상품은 모조리 출시할 요량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조작할 수 있는 블루투스 조이패드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이 제품 역시 천천히 뜯어보자면 그립부와 버튼 배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360 패드를 닮았으며, 거기에 SCE의 듀얼쇼크3의 요소를 첨가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방향키 설계는 조이패드 제품에 있어 특허권에 특히 민감한 부분이기에, 이 제품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권에 휘말릴 소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5. 샤오미 스펙 거짓기재 논란

두 번째 홍미노트가 나아진 스펙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저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샤오미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의 샤프, 대만 AUO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리 실상은 4배 더 저렴한 중국의 TIANMA 디스플레이를 혼용하고 있다는 것이 출시 후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 제품의 카메라 센서 역시 삼성전자의 것이라고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이후 중국의 것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6. 개인정보 무단수집

백도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샤오미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에 가장 크게 부채질을 하고 있는 사건이다. 핀란드 보안업체 에프시큐어(F-Secure)는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단말에 저장된 모바일기기식별코드는 물론 전화번호부, 문자메시지의 발신자 번호 등을 샤오미 서버로 전송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미노트3의 지문인식 기능이 탑재됐으니, 샤오미는 이제 지문마저 수집할 모양인가보다.

7. 예약판매 수량 거짓발표

샤오미가 사업 초기에 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헝거 마케팅’이었다. 철저히 조절된 수량만 공급하고, 판매될 때마다 매진 신기록을 수립한 샤오미의 제품 판매량 발표가 거짓이었다면 어떨까. 샤오미는 타이완에서 판매량을 조작해 허위로 발표했다는 의혹을 샀으며, 검증결과 발표 수치보다 실제 수치가 모자란 것으로 드러나 60만 타이완달러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8. 광고물 무단도용 사건

단순히 제품의 컨셉을 가져올 뿐 아니라, 경쟁사의 화상을 무단으로 도용한 사례도 이미 수차례 발각된 바 있다. 특히 도용이 많았던 사례는 단연 애플의 것으로, 특히 MI3 출시 때 많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MI3 홍보물의 카메라 성능 소개장에서 샤오미는 애플의 사진편집 툴인 Aperture 아이콘을 MI3 카메라부에 합성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