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5%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모바일 결제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17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5.8% 성장한 7800억 달러(약 944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저마다 모바일 결제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5년 한국에서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뒤 미국, 중국, 스페인, 호주 등 해외 국가로 진출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쑥쑥 성장 중인 삼성페이

삼성페이는 세계 최초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뿐 아니라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마그네틱 보안전송) 단말기서도 이용이 가능한 간편 결제 솔루션이다. 2015년 3월 처음 공개된 후 2015년 8월 20일부터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결제뿐 아니라 온라인 결제, ATM 입출금, 교통카드, 멤버십, 기프트카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 이용자들의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페이는 출시 1주년 만에 국내 누적 결제 금액 2조 원을 돌파했고, 부가 서비스를 위해 등록한 카드 수만 이미 1100만 개를 넘어섰다.

한국, 미국, 중국, 스페인, 호주, 싱가포르, 브라질 7개 국가 통합 1억 건의 거래 건수를 달성한 삼성페이는 전 세계 500여 개의 주요 은행 외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유니온 페이, 마스터 카드, 비자 등 주요 카드사, 그리고 알리 페이 등과 협력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2월 1일부터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서도 삼성페이 이용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은 자사 모바일 결제 SSG페이를 내세우며 계열사에서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해왔는데 삼성페이 사용을 원하는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수요가 높아 결국 삼성페이를 허용한 것이다. 현재 삼성페이는 갤럭시 노트5, 갤럭시S6, 갤럭시S7, 갤럭시A5, 갤럭시A7, 갤럭시A8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출시 국가 늘리며 영토 확장 중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페이의 세력 확장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페이를 쓸 수 있는 국가는 10개로 늘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인도 영국 등지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삼성페이를 이용한 교통카드 서비스도 시작됐다. 베이징에서는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 삼성페이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상하이에서는 버스, 지하철뿐만 아니라 유람선에서도 쓸 수 있다. 삼성페이 교통카드는 별도로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사용 가능하다. 화면이 꺼져 있거나 동영상 등 다른 기능을 이용 중일 때도 스마트폰 뒷면을 교통카드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곧바로 결제된다.

최근 삼성페이는 미국에서 빠르게 영토를 확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나나 무르게산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략담당 VP는 “리워드 프로그램 실시 이후 거래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12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사용자 수와 거래 대금 등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말 실시한 ‘삼성페이 리워드’ 서비스를 계기로 사용자 및 사용 빈도가 늘어나면서 간편 결제 서비스 격전지인 미국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확산되는 페이 전쟁

다른 글로벌 IT기업들도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페이의 맞수로 꼽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는 지난 9월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싱가포르, 호주, 홍콩에서 출시된 데 이어 작년 말에는 일본으로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서비스 시행 국가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안드로이드페이는 2월부터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다.

삼성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는 모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구글이 향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안드로이드페이를 기본 탑재할 경우, 삼성 스마트폰에는 삼성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가 함께 담기게 된다. 또한 기본 탑재를 하지 않더라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4 버전 이상의 스마트폰에서는 안드로이드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즉 해당 운영체제 이상인 삼성 스마트폰은 삼성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를 함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한 스마트폰 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페이 국내 진출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먼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스마트폰 기기가 많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각종 페이가 차지해 온 시장을 단번에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삼성페이는 이용 가능한 스마트폰이 제한적이지만 안드로이드페이는 사실상 브랜드와 상관없이 대다수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안드로이드페이는 NFC 지원 단말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MST 단말기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리를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2월을 최종 목표로 잡고 구글, 비자카드와 상용화를 위한 제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NFC 결제가 되는 결제 단말기 확산”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요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통합 단말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ST 방식으로 선회한 LG페이

LG전자는 1년 반 가까이 추진해온 '화이트카드' 모바일 결제 시스템 방식을 백지화하고 삼성페이와 같은 MST(마그네틱 보안전송) 결제기술의 LG페이를 내놓기로 했다. 앞서 LG전자가 개발해온 화이트카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실물 카드였다. 이용자가 앱에 여러 카드를 등록해 놓으면 시스템이 스마트폰과 연동해 결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에 카드 정보를 담는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과 차별되는 부분이었다.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앱만 설치하면 사용 가능하고 NFC 단말기뿐 아니라 마그네틱과 IC칩 단말기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카드를 휴대하고 다녀야 한다는 단점이 지적됐었다.

화이트카드는 2015년 말 개발에 착수했지만 2016년 초 화이트카드 시스템 방식의 구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개진되면서 포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은 지난해 V20 발표회에서 LG페이를 탑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LG페이를) 단순히 출시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조만간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로 개발할 LG페이 서비스의 도입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LG전자가 삼성전자와 동일한 MST 방식의 기술 개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시중 마그네틱 카드 결제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높은 편의성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삼성페이와 미묘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 성장세 애플페이

애플페이는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페이의 지난 4분기 사용건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00%나 증가했다. 지난 한 달간의 거래 건수는 2015년 전체 거래 건수보다도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된 금액은 109억 달러(약 12조 3500억 원)에 달한다.

애플페이의 이용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미국 이외에 호주와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사용처와 국가를 늘리고 있다. 중국에서도 애플페이는 삼성페이보다 한 달 이상 빨리 출시됐다.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들이 늘어난 점도 성장률 견인에 많은 역할을 했다. 최신 아이폰 시리즈뿐 아니라 아이폰SE를 비롯해 애플워치와 연동된 구형 아이폰에서도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사용자가 늘어났다.

애플, 삼성페이 앱 등록 거부하며 초강수

삼성전자 역시 올해부터 삼성페이 지원 단말기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를 탑재하면 카드 정보를 마그네틱 자기장으로 보내는 마그네틱보안전송기술(MST) 모듈과 본인 확인을 위한 지문인식 모듈 등의 부품이 추가로 필요해 원가 부담이 올라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 상위 모델 등 비교적 고가 제품에만 삼성페이 서비스를 담았다. 하지만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경쟁 업체들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올해부터는 삼성페이 지원 단말기를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삼성페이는 지난해 2월부터 온라인 결제 비중을 높이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오프라인 결제 방식에 초점을 맞춘 삼성페이 플랫폼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미니 출시를 공식화하고 세계 카드 시장 점유율 1위 비자카드는 물론 마스터카드까지 협력파트너로 끌어들이며 온라인 결제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페이 미니는 스마트폰 브랜드나 운영체제와 무관하게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하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앱 기반 삼성페이 미니로 한국은 물론 세계 온라인 결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삼성이 아닌 제조사 스마트폰까지 지원하는 삼성페이의 전방위 세력 확장 전략에 애플은 앱스토어에 ‘삼성페이 미니’ 등록을 거부하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애플이 삼성페이 미니 앱 등록을 거부한 것은 연평균 200% 이상 성장 중인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파워를 조금이라도 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페이, 진화는 계속된다

애플이 삼성페이 미니 앱을 등록 거부하면서 삼성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집중하게 되었지만 삼성페이의 사용 영역 확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GSM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페이 새 버전에 ‘쇼핑’과 ‘미니’ 외에도 ‘빅스비(bixby)’가 선택 메뉴로 등장했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작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비브랩스’ 인수를 통해 갤럭시S8에 적용 예정인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다.

외신들은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빅스비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맞물려 작동하는 것이 하나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샘모바일은 “삼성페이에 빅스비가 적용됐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정확한 사용 방식은 알 수 없으나, 사용자의 음성 명령으로 “빅스비, 카를로스에게 30달러를 보내줘”와 같은 간편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신 베타 버전의 삼성페이 출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업계는 빅스비가 통합된 삼성 페이 최신 버전이 갤럭시S8과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서울신문

삼성 페이 국내 가입자 수는 이미 지난 10월 말 기준 100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결제 건수는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정확한 해외 가입자 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서비스 지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삼성페이는 사용 국가를 늘리고 지원 단말기 보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기종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 미니 앱과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 등 새로운 서비스로 다각도의 공략을 펼치고 있다. 지갑 없는 세상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삼성페이가 글로벌 페이 시장에서도 모바일 결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유빈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