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세계 점유율 2위로 내려앉은 삼성전자와 G5 판매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 했던 LG전자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차기작 준비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27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삼성전자는 3월경 별도의 언팩 행사를 통해 올해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사가 전작의 실패를 딛고 올해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명예 회복 위해 신제품 준비 총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개를 앞두고 공식 석상에서 신제품 관련 언급을 늘리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23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규명 발표 간담회에서 "제품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고, 윤부현 LG전자 전무는 1월 25일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G5와 같은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 온 것이 G6"라고 말했다.

양사는 차기 전략폰에서 특히 품질 혁신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로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LG전자는 7분기 연속 적자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역전시키기 위해 일제히 품질 우선주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실적 회복 키 쥔 스마트폰 사업

갤럭시S8보다 한 달 먼저 G6를 내놓는 LG전자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신제품 G6는 무리한 차별화를 추구하기보다 다수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과 품질, LG만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며 “다음 달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확인하겠지만 완성도와 품질, 신뢰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시도한 G6가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G6는 인공지능(AI) 음성 인식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 18대 9비율의 5.7인치 고해상도 화면, 일체형 배터리, 방수 및 방진 기능 등을 지원한다. 노트북, PC 등에 많이 사용하는 냉각장치 '히트파이프'를 적용해 발열을 낮추고, 국제 기준보다 높은 다양한 품질 테스트를 도입해 안전성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독특함으로 승부하기보다 고객에게 중요한 기능을 제대로 제공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대와 우려 섞인 시장 반응

윤부현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전무가 "G6는 LG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이를 기대와 우려가 섞인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G6를 오는 3월 10일에 출시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전작 G5보다 한 달 가량 빠르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3사와 협의가 끝났다는 후문이다.

LG전자가 이처럼 G6 출시에 잰걸음으로 나서는 이유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시장을 선점, 지난해 모바일 부문 참패를 만회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G6도 갤럭시노트7 못지않게 무거운 스펙과 다양한 기능이 장착된 제품"이라며 "시장 선점이라는 토끼 한 마리를 잡으려다가 갤럭시노트7과 같은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LG전자 주가는 스마트폰 사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G6는 경쟁사 주력 제품이 지연되는 2개월간의 판매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갤럭시S8, 이미지 및 신뢰도 회복 분수령 예상

갤럭시노트7 소손 사태로 지난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에 역전을 허용했지만 지난해 전체로는 1위 자리를 지켜낸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4분기 IM(IT·모바일)사업부가 2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면에서는 갤럭시의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를 의식한 삼성전자는 그간 데뷔 무대로 활용했던 MWC 출격도 미룬 채 최종 점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기작 갤럭시S8 공개 전 노트7의 모든 짐을 털고 가기 위해 지난 1월 23일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규명 발표 간담회를 열고 ‘품질 최우선 경영’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배터리 안전 설계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다중 안전장치 등을 차기작에 전부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품질과 소비자 안전이 한층 올라간 제품을 통해 잃어버렸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검사 강화 등 안전성 최우선 설계

실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재발 방지 대책으로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갤럭시S8을 비롯해 앞으로 출시되는 스마트폰 배터리에 대해 8단계 안전검사를 실시하며,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맥락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과거와 달리 MWC가 아닌 3월에 공개를 하기로 결정했다. 출시를 조금 늦추더라도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연간 단위로 진행되는 신제품 개발 특성상 갤럭시S8에 보완된 배터리 탑재가 시기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갤럭시노트7 소손 관련 삼성전자 내부분석은 지난해 11월 말에 마무리됐고 제3자 전문기관들의 평가는 이달 초에 끝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 사장은 "지난 3~4개월이 짧은 시간으로 보일 수 있지만 무선사업부 모든 임직원이 거의 주말 없이, 때로는 밤새워 분석해 차기 제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플랫과 엣지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던 갤럭시S 시리즈는 올해 화면 크기에 따라 갤럭시S8(5.7인치)과 갤럭시S8플러스(6.2인치)로 선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물리적 홈버튼을 없애고 베젤을 최소화시킨 디자인으로 전면 디스플레이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8에는 삼성전자의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기능인 빅스비(Bixby) 탑재 가능성도 점쳐진다.

‘품질과 혁신’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성능 향상을 위해 배터리 크기를 더 작게 만들되 배터리 용량은 늘려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갤럭시노트7 원인 조사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가 배터리의 손상을 크게 만드는 데 일부 기여했을 가능성이 지적됨에 따라 갤럭시S8의 배터리 용량을 갤럭시노트7보다 약 15% 낮은 3000 mAh 안팎으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방침 변화에 따라 그간 '극한의 성능'을 추구해 온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혁신이 다소 주춤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성능을 높이고 사용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영업실적이 지난해 4분기 최저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마무리 작업 중에 있는 사업구조 개선 활동의 효과가 올해 1분기부터는 가시화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윤부현 전무는 "사업구조 개선 활동의 결과와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보급형 신모델의 성공적인 출시가 시너지를 발휘하면 올해 매출과 손익 측면에서 모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수익성 중심 성장을 통해 2017년에 반드시 흑자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품질을 내세우고 있지만 처한 상황은 다르다"며 “양사의 품질 혁신 전략이 과연 흥행 판매로 이어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유빈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