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증권가의 가장 큰 화제는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 소식이다. 상반기 상장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넷마블게임즈의 상장과 함께, 다른 게임사들도 연이어 연내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게임사 대장주 자리가 바뀔 것으로 전망되는 대규모의 IPO, 그리고 그에 뒤따른 유망 기업들의 IPO 선언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과연 유독 많아진 연초의 기업공개 계획 발표를 그저 게임사들의 성장 덕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넷마블게임즈, 상반기 가장 큰 규모의 IPO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수위권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공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체질을 개편한 넷마블게임즈는 출시 이후 줄곧 매출 순위 수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는 ‘세븐나이츠’와 ‘모두의 마블’, 국내에 모바일 RPG 열풍을 가져온 ‘몬스터 길들이기’, 그리고 월 매출 2,000억 원의 신화를 이룬 ‘리니지2레볼루션’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전문 퍼블리셔다. 모바일 앱 통계 분석 사이트 앱애니가 발표한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총합 글로벌 게임 회사 앱 매출 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텐센트와 넷이즈, '클래시오브클랜'의 슈퍼셀, 일본의 믹시에 이어 넷마블게임즈가 5번째로 규모가 큰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로 꼽히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넷마블게임즈는 작년부터 꾸준히 기업공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르면 작년 중순에는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그 시기는 마침내 올해 5월 경이 될 것으로 확정된 분위기다. 넷마블게임즈는 작년 12월 16일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올해 상반기 내에는 증권 신고서 제출과 기관 수요 예측, 공모 청약 등의 절차를 거쳐 상장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과 JP모간이 상장을 위한 대표 주간사로 선정됐으며, 공모 규모는 약 2조 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넷마블게임즈의 시가총액은 약 5조 원. 하지만 지난달 출시돼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에 지금껏 없었던 규모의 숫자를 기록한 리니지2레볼루션의 순이익이 반영돼 이 수치는 더 상승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 매출 30억 원의 지금 기조가 유지된다면 기업가치는 7조 원에서 14조 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되는 시가총액으로 기업공개가 이뤄질 경우, 현재의 게임업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총액을 넘어설 수도 있다.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공개는 올해 상반기 게임업계를 넘어, 코스피 시장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도 상장을 준비 중

넷마블게임즈와 함께 올해 기업공개가 가장 유력한 곳으로 평가되는 곳은 카카오게임즈다. 작년 출시한 ‘놀러와마이홈’, ‘ONE’, ‘프렌즈 팝콘’, ‘쿵푸팬더3’ 등 다수의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 등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이들의 주 수익원이다. 2013년 설립된 ‘엔진’이라는 회사가 모태가 되는 이곳은 작년 4월 다음게임과 합병, 7월에는 사명을 지금의 카카오게임즈로 변경한 곳이며 카카오가 6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의 게임 전문 계열사다. 카카오게임즈가 올해 기업공개를 성공하게 될 경우, 상장사인 상태로 카카오와 합병한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할 경우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상장사가 되게 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기업공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의 게임부문을 독립회사로 설립한 것도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실제로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 카카오는 지속적으로 게임사업의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작년 온라인 게임 부문의 호성적과 ‘카카오게임S’라는 이름의 직접 퍼블리싱 타이틀들의 자리매김으로 인해 나름의 성과를 거둬들였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에 대해 아직까지는 시기 상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카카오게임S 중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검과마법’은 카카오게임즈의 콘텐츠가 아닌 룽투코리아 게임의 퍼블리싱 작이라는 점, 강력한 IP의 카카오프렌즈를 내세운 ‘프렌즈팝콘’을 비롯한 게임들의 성적이 장기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카카오게임즈의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의 모멘텀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 성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탄탄한 글로벌 성공작을 보유한 회사들도

넷마블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이외에도 올해 기업공개를 예정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기업은 ‘검은사막’을 서비스하고 있는 ‘펄어비스’다. 펄어비스는 상장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해 기업공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북미, 유럽에 이어 중화권과 동남아 지역으로 검은사막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펄어비스의 장외 주가 기준 기업가치는 5,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며, 업계에서는 올해 말 기업공개가 이뤄진다면 시가총액 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상반기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뒀으며, 작년 말부터는 일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바일 RPG ‘히트’의 개발사 ‘넷게임즈’는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가 이뤄질 전망이다. 넷게임즈는 넥슨이 전략적 투자를 통해 22.4%의 지분 인수를 한 전문 게임 개발사로, 작년 10월 엔에이치스팩9호와의 합병을 통한 스팩(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SPAC)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상장 심사를 통과할 경우 주주총회를 연 뒤 3월에는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합병 신주와 평균 주가를 반영해 계산할 때 약 2,5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기업공개 유망주로 꼽혔으나 작년 연이은 게임 흥행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엑스엘게임즈’도 올해에는 상장을 목표로 할 것이 전망되고 있다. 엑스엘게임즈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 ‘바람의나라’의 개발자로 알려져 있는 게임 개발 1세대의 대표주자 송재경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아키에이지의 흥행으로 상장을 앞둔 상태에서 ‘문명 온라인’, ‘브레이브스’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현재는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엑스엘게임즈는 올해 ‘아키에이지 비긴즈’, ‘달빛조각사’, ‘프로젝트Q4’ 등의 신작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성장의 끝에서 발견한 마지막 기회는 아닌가

리니지 IP의 파괴력. 대형 게임사의 매출만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일견 침체됐던 국내 게임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과연 실상도 그러할까. 작년까지 많은 게임사들은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이전보다 낮아진 진입장벽의 덕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상장사들은 히트작을 내놓은 이후 그 실적을 통해 기업공개를 성공시킨 후, 후속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는 '원 히트 원더'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늘어난 매출을 기반으로 기업공개 후 '상장 프리미엄'으로 관련자들이 이익을 실현하고, 정작 기업공개 이후의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빅 3 대형 게임사로 꼽을 수 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게임즈의 올해 매출은 합산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임 시장에 다시금 자금이 모이고 있지만 그 실적의 대부분은 대규모 게임사들이 거둬들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상장을 미뤄오고 있던 게임사들이 연이어 IPO를 선언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기업공개가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저변에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이는 부익부 빈익빈의 게임업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어, 연이은 IPO 선언이 게임업계 전체의 도약으로 볼 수는 없을 것으로도 생각된다.

넷마블게임즈 IPO 이후로는 게임업계에서 기업공개가 가능한 기업으로는 아직 기업공개에 대한 내부적 논의가 없는 넥스트플로어, 그리고 기업공개 일시를 뒤로 미룬 네시삼십삼분 정도만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사실상 올해의 기업공개 열풍이 끝나고 나면 당분간 게임사들이 기업공개에 대한 이야기로 주목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내 게임업계의 잔치도 끝이 난 걸까. 게임사 기업공개의 열풍이 성장의 끄트머리에 다다른 게임사들의 ‘한탕주의’에 따른 것은 아닐지 우려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IPO의 홍수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일지도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