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란 손상 없이 휠 수도, 접을 수도, 말 수도 있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관련 업계는 올해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볍고 충격에 강한 것은 물론 공간의 제약이 없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웨어러블 기기로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활 곳곳에서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디스플레이의 혁명, 평면에서 말고 접는 형태로

1세대 디스플레이인 CRT(Cathode Ray Tube), 2세대 디스플레이인 평판디스플레이에 이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3세대 디스플레이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흔히 사용되고 있는 2세대 디스플레이는 1세대 디스플레이에 비해 현격히 얇아졌지만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남아있다. 하지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로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충격에도 강한 신제품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그 형태에 따라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패널), 벤더블(bendable, 구부릴 수 있는 패널), 롤러블(rollable, 둘둘 말 수 있는 패널), 폴더블(foldable,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패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는 벤더블(곡면) 디스플레이 상품이 주로 출시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듀얼 엣지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용 단말기 등이 있다.

이젠 스마트폰도 접는 시대

시장에서는 특히 화면을 완전히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폴더블폰은 접히는 방식과 디스플레이 위치에 따라 내부에 디스플레이가 위치하는 '인폴딩',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양쪽으로 접히는 '인앤아웃폴딩' 방식으로 나뉜다. 접히는 방식은 디스플레이 내구성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는 사용성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기술적 난이도는 인폴딩<아웃폴딩<인앤아웃폴딩 순서로 높으며 현재 삼성, LG 등 주요 기업들은 아웃폴딩 및 인앤아웃폴딩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특허청(USPTO)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듀얼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디자인을 출원한 데 이어 힌지(경첩)가 달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폴더블폰 특허를 출원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폴더블 디바이스 프로젝트명 '갤럭시X'를 세계 최초로 출시할 것으로도 전해진다. 갤럭시X는 4K QLED(LCD) 디스플레이 두 개를 활용해 안과 밖으로 모두 접히는 인앤아웃폴딩 방식으로, 펼치면 7인치 크기의 태블릿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듀얼 디스플레이 폴더블폰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 크기 제약 벗고 휴대성 증대까지

LG전자도 지난해 1월 7일 미국 특허청에 폴더블폰 특허를 출원했다. 7인치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이 폴더블폰은 힌지가 없는 아웃폴딩 방식으로 평소에는 태블릿PC처럼 사용하다 뒤로 접으면 5.5인치대 스마트폰으로 사용이 가능한 형태다. LG전자는 올 하반기까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 준비를 마칠 예정으로, 지난해 7월부터 벤더블, 롤러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가공할 수 있는 6세대 POLED 생산 장비를 들여와 올해 상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레노버는 구부려서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폴리오'를 공개했다. 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웨어러블의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하드웨어적 새로움을 넘어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고 휴대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폴더블폰은 평소에는 접어서 휴대성을 높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펼쳐서 화면 크기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스마트폰이 겪어 왔던 크기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패블릿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모두를 원하는 수요를 반영한 것인데 폴더블폰이 이러한 소비자 요구를 적절히 만족시킨다면 두 제품의 수요를 모두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폰 넘어 다양한 기기로 확장

이 같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성장은 스마트폰을 넘어 TV와 자동차, VR 같은 기기로도 점차 그 사용처가 늘어나며 2023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오포·비보와 화웨이의 조인트벤처(JV) 투자를 받은 로욜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자사 패널이 들어간 3D 가상현실(VR) 기기 '문(Moon)'을 전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로욜은 지난 2012년 스탠퍼드 출신 중국 연구원들이 설립한 회사로, 2014년 초박막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문(Moon)'은 3D 구현 최적화를 위해 눈에 꼭 맞게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VR 용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다. 이 자리에서는 차량 센터페시아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함께 공개됐다. 로욜의 차량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조작 장치를 모두 디스플레이로 나타내고 모든 동작을 터치로 수행하는 점 외에도 차량의 실내 곡면에 적용되는 유연한 디자인을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지배하는 세상

이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확장은 다양한 정보 기기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태블릿PC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전자책이 앞으로는 말 그대로 책처럼 접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완벽한 전자책으로 진화할 수 있고, TV도 더 이상 거실 한 공간을 차지하는 대형 가전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접어두거나 둘둘 말아 보관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휴대용 형태의 가전으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곡면이 있는 안경, 유리창, 의복 등에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OLED 기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하며 최고급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우리 생활 주변의 모든 디스플레이 기기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우리 생활 속에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올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임유빈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