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IT기업이 자동차 산업 피라미드의 정점에 군림한다" 인공지능(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배스천 스런의 말이다. 미 IT기업 구글은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동시에 자율 주행차 분야에서도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알리바바는 상하이차와 손잡고 "스마트카가 자동차의 미래"라며 커넥티드 카 '로위(Roewe) RX5'를 출시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숙기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던 컴퓨터 산업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점점 둔화세를 겪다 최근 심각한 역성장에 직면했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시작으로 PC 이후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며 IT 산업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 역시 성장 속도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완전 성숙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2016년 1분기(1월~3월)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 전 분기 대비 44% 급락하였고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10% 가까운 주가 급락세를 보였다.

시장 조사업체 IDC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9.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IDC는 2019년까지 스마트폰 성장률이 연평균 7.4%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더 이상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IT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2014년 이후 진행한 65건의 M&A 중 기존 산업을 보조하는 목적은 20%가량에 그쳤다. 나머지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신사업 관련 M&A로 나타났다. 인수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주로 드론, VR/AR, 인공지능, 자율 주행 자동차 분야였다. 그중에서도 자율 주행 자동차는 현재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종목이다.

자동차,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으로 진화

꽉 막힌 출퇴근길, 누구나 도로 위의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 미국인 근로자 70.4%가 자동차로 혼자 출퇴근을 할 정도로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밀접한 물건이 되었다. 여기에 앞으로 펼쳐질 자율 주행이 완벽하게 상용화된다면 자동차 시장은 혁명을 맞이할 것이고 애플의 모바일 디바이스가 삶의 방향을 바꾸었듯 자동차 사용자들의 생활도 확실하게 바뀔 전망이다. 즉 구글을 비롯한 IT기업들은 자율 주행으로 시간과 생각이 자유로워진 사용자들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IT기업이 앞다퉈 자동차 산업으로 진출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이외에 자동차도 모바일 플랫폼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IT기업들은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에서도 사용자의 편의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크게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있는 것처럼 자동차용 운영체제를 구축하여 운전자들이 다양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의 ‘카플레이’다.

운전하지 말고 구글링하라

하지만 자동차는 운전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자유롭게 이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그런 이유로 IT기업들은 자율 주행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구글은 자율 주행 개발 이유 중 하나로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하는 대신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엔진을 한 번이라도 더 이용하기를 원한다고 했을 정도다. 구글이 이미 딥러닝이라는 플랫폼으로 인공지능을 완성하고 있는 단계임을 생각하면 자율 주행과의 시너지는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구글보다 친숙한 검색엔진 네이버도 이러한 흐름에 빠르게 발맞추고 있다. 2017년 1월, 네이버는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자회사로 ‘NAVER LABS(네이버 랩스)’를 분사했는데 그중에는 자율 주행 차도 포함되어 있다. 네이버 랩스가 보유한 자율 주행차 기술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자율 주행 단계 중 3단계 수준으로 다른 기업과 견주어 볼 때 뒤처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네이버 랩스의 최근 정관 사업목적에 ‘자동차 부속품 및 관련 용품 제조 임대 판매 서비스업’과 ‘카 셰어링 및 관련 중개업’이 추가된 것으로 보아 자율 주행차를 이용한 카셰어링 사업 진출에 대한 계획도 엿볼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IT 기업들

자동차 산업 자체의 혁신도 IT기업들을 시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산업 기술 혁신 패턴에 대한 가장 선구적 연구인 Utterback 과 Abernathy의 ‘기술 혁신 주기 모형’에 따르면 한 산업이 경화기에 접어들더라도 급진적인 제품 혁신이 있다면 혁신 주기가 다시 시작된다. 최근 자동차 시장은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여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자동차로 커다란 제품 혁신이 다시 시작됐다. 이러한 변화가 콘텐츠 확대, 시장 확대 등을 목표로 하는 IT 산업과 시기적, 전략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다양한 IT 회사들이 자동차 산업에 몰리게 된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IT 기업들이 자율 주행차 시장을 위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분야는 운전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음악,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초기에는 간단한 경로 안내와 라디오 및 음악 재생 정도만 제공할 수 있는 부품으로 간주되어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 각종 IT 기술의 적용으로 자동차 내외부 구동 정보 및 인터넷 검색, 통화, 터치와 음성 인터페이스 등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는 추세이다.

KBS 뉴스

이런 흐름에 따라 삼성전자도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했다. 삼성은 하만 인수를 통해 오디오 분야를 넘어 커넥티드 카 사업에 한 걸음 다가갈 예정이다. 하만은 커넥티드 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 전장사업 분야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룹 내 총매출 중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커넥티드 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 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커넥티드 카 관련 전장 시장이 연평균 9%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만큼 삼성은 미리 플랫폼을 선점해 애플과 같은 경쟁회사 대비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직접 완성차를 만들지는 않지만 본격적으로 자동차 관련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스마트시티와 자동차 산업

구글의 창업자이자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는 2013년 ‘구글Y’라는 조직을 신설하여 알파벳 자회사 중 하나인 ‘사이드워크 랩(Sidewalk Labs)’와 함께 스마트 시티 건설을 계획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중요 분야들과 ICT(정보통신기술)가 결합되어 시민들에게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미래형 도시를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이동성을 지닌 자율 주행차는 교통, 물류 등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며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IoE(Internet of Everything) 시대에 도시 곳곳의 인프라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다. 그리고 IT기업들은 다가올 스마트 시티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플랫폼 비즈니스 선두 주자’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자율 주행차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은 기계 및 IT 기술은 물론 통신 네트워크와 교통관제 시스템 등 외부 인프라가 총체적으로 집약되는 분야가 될 것인 만큼, 자동차 및 IT 기업은 물론 직접적 연관이 없는 다양한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임유빈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