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평준화가 이루어져 앞으로의 성장세는 여태까지보다 조금씩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으로 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혜성처럼 등장한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PC들도 점점 사용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루한 모바일 시장에 활기를 넣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스마트 워치도 당초의 기대에 못 미치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로 시작된 다른 웨어러블 기기 역시, 그 뚜렷한 한계성을 여실히 보여주며 혁신은커녕 수요조차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당초의 기대

소니의 패블릿 엑스페리아 Z 울트라

스마트폰의 보급이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현대인들의 대인관계는 점점 실종되어 갔다.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점점 게을러졌으며 일상생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람 때문에 회의에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되었으며, 걸으며 스마트폰을 계속 보다 보니 사고도 빈번해지고,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스마트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방식의 중독을 양산해냈다. 또한, 점점 거대해지는 스마트폰을 꺼내고 넣는 데에도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마트 워치는 스마트폰이 가진 많은 문제점을 해결해 줄 구원자로 여겨졌다. 혹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어떤 존재로서 기대를 받기 시작했다. 팔목에 낀 시계에서 홀로그램이 튀어나와 흡사 스타워즈의 그것처럼 화상 통화 그 이상의 것들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때문에 스마트폰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소위 ‘가지고 다니는 작은 컴퓨터’라는 역할을 부여받았듯 스마트 워치는 가지고 다니다 못해 ‘몸에 착용하는 컴퓨터’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스마트 워치가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하니, 손목을 들어 올려 보는 것보다 곧장 볼 수 있도록 ‘증강현실(AR)’이 가능한 ‘구글 글라스’로 대표되는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그리고 그마저도 필요 없을 것 같은 옷이나 신발을 통한 스마트 기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출시된 웨어러블 기기들은 스타워즈에 나오는 홀로그램이나 아이언맨이 보여준 웨어러블의 새 발의 피만큼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는 세상에서도, 아직은 멀어 보인다.

어긋난 첫 단추

단추가 달린 옷을 입을 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빨리 첫 단추를 다시 보지 않는 한끝까지 끼워지기 전까지는 잘못 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가 힘들다. 어디에서든 적절하게 사용되는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의 비유는 스마트 워치로 태동된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많은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스마트폰을 보며 그다음 세대인 스마트 워치는 이미 발전된 기술로 빠르게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라 예상되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애플 아이폰4S에 탑재됐던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5에는 휴대폰에 온 알림을 모두 볼 수 있는 ‘알림 센터’라는 이름의 기능이 있다. 스마트 워치의 시작은 우리가 상상했던, 혹은 기대했던 홀로그램이 튀어나오는 엄청난 것이 아니라 단지 휴대폰의 ‘알림 센터’로 태어났다. 지난 2006년 당시 소니 에릭슨에서 출시한 MBW-100이라는 시계가 그랬다. 블루투스라는 기능의 쓰임새가 크기 않던 시절,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문자나 통화 알림, 그리고 발신자 번호 표시 등의 기능을 맡았다. 사실상 세계 최초의 스마트 워치가 되었던 소니 에릭슨의 이 시계는 놀라울 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2008년, LG가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던 프라다폰과 연결하는 ‘프라다 링크’라는 스마트 워치가 등장했다. 프라다 링크는 이름처럼 프라다폰의 보조 기기였다. 앞에서 등장한 소니 에릭슨의 스마트 워치에서 약간 더 발전된 문자 내용을 볼 수 있는 정도였다. ‘프라다’라는 이름값의 힘인지, 프라다 링크라는 존재 덕분인지,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거기까지였다. 심지어 휴대폰을 포함한 가격이 180만 원이었다. 어후.

페블의 스마트워치(왼쪽)와 삼성의 기어S(오른쪽)

이후 등장한, 사실상 스마트 워치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는 ‘페블’이 킥스타터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알림 기능에 피트니스 기능이 더해져 조금 다른 길을 모색했다. 핏빗도 그렇게 등장했다. 그러나 삼성에서 마침내 스마트폰 없이 단독 사용이 가능한 ‘기어S’라는 스마트 워치가 등장했다. 갤럭시S를 손목에 맞게 줄여놓은 기어S는, 출시 초기 엄청난 관심을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방패 같은 디자인과 제한적인 사용 등의 이유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피트니스 기능을 강조한 애플 워치

혁신의 아이콘 애플은 어떠한가. 사람들은 모두 ‘애플은 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애플이 애플 워치를 공개할 때, 많은 사람들은 환호를 질렀지만, 반대로 그만큼 많은 사람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여태 나왔던 스마트 워치보다 예쁜 외모, 확대/축소 용으로 돌아가는 용두, 그리고 스스로 앱을 설치해 사용하는 점 등 여러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작은 화면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애플 역시 애플 워치를 편리한 알림 확인, 그리고 피트니스 트래커의 기능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기자의 지인이 애플 워치를 구매했는데, 그가 한 말이 스마트 워치의 현주소를 정확히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50만 원 가까이 주고 샀는데, 전화를 안 놓치는 것 외에 내 삶의 질에 변화가 없다”

지저분.

소니 에릭슨과 프라다 링크에서 시작된 휴대폰 알림 센터, 페블이 시작한 피트니스 트래커, 여전히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배터리도 짧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충전해야 할 기기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제는 시계나 벨트, 심지어 옷도 충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충전하면 되는 습관을 들인다고 해도 여행이라도 가는 날에는…….

샤오미의 스마트 러닝슈즈

스마트 러닝화, 스마트 슈트, 스마트 벨트 등 수많은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알림이나 피트니스 트래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많은 사람들은 결국 원래의 러닝화, 슈트, 벨트로 다시 돌아갔다. 야심 차게 등장했던 구글 글라스는 실패했고, 애플 워치도 당초의 기대에 못 미치는 중이며, 한때 스마트 워치 시장의 점유율 한 폭을 담당했던 페블은 2300만 달러에 세상에서 사라졌다. 웨어러블 기기의 선두주자 스마트 워치의 현재 모습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 풀어버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영화 ‘시빌 워’에 나왔던 토니 스타크의 스마트 워치 같은 것을 기대했던 우리에게는, 이미 스마트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을 스마트폰의 보조, 혹은 운동에 도움이 될만한 피트니스 트래커로서 굳어졌다. 그 역할로서 만족하며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이미 그런 역할로서 자리 잡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

LG워치 스포츠와 LG워치 스타일

배터리 수명이 가장 우선이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스마트 워치를 피하는 이유는 배터리 문제가 가장 크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매일 충전해야 하는 점도 고역이고, 집에서 떠날 상황에는 그렇지 않아도 많은 충전기에 충전기가 또 늘어나는 것도 골치다. 심지어 만약 충전을 못할 상황이 생긴다면 최소한의 시계 역할도 하지 못한다. 최근에 나오는 스마트폰들은 과거에 비해 사용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다른 기술에 비해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스마트 워치나 웨어러블 기기들도 같은 소재의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스마트 워치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더디다면 과감히 여러 기능들을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몇 가지 제품은 디스플레이가 없거나, 혹은 일부분에 알림의 표시 정도만 볼 수 있는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가진 제품들이 있다. 그래도 그들은 비교적 배터리 충전의 스트레스 속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시계라면 시간을 보여주는 역할에 집중하며 진동으로 알림이 왔다는 사실만 알리고, 피트니스 트래커의 기능은 보존하며 데이터는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라면 배터리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머지않아 아이언맨이 사용하는 스마트 워치 같은 기기가 나오면 배터리가 짧아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또 다르게는 스마트폰을 아예 팔목에 차는 방법이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휘어지는 배터리의 발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워치 류의 한정적인 사용 반경보다 오히려 스마트폰 자체를 입어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시계로 전화를 받고, 시계로 지도를 보고, 안경으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멋진 기능들이 있더라도 지속될 수 없다면 스마트폰보다 나을 것이 없다. 앞으로 이를 포함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화려했던 등장만큼 빠른 속도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성문경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