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도 변함없는 나쁜 남자들의 바이블!
맥심코리아 유승민 법인장

대한민국 60만 군인 장병들의 필독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잡다한 지식을 재미있게 알려 주는 잡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가득한 남성 전문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남성월간지 ‘맥심(MAXIM)’은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맥심의 이러한 인기가 이제는 디지털로 무대를 옮겨가고 있다. 2010년부터 발빠르게 아이폰용 앱을 출시했던 맥심코리아는 2012년 6월 현재, 국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매거진 앱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종이 매체들이 디지털 매거진으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맥심코리아의 유승민 법인장을 만나 디지털 매거진 시장의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매체의 존속이 광고에 의해 좌우된다면
결국은 독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아닌,
광고주가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로 도배되고 말 것이다."

맥심의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맥심의 기본 방향성 자체가 기존 잡지와 차별화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잡지들은 광고 성격이 강하면서 허세로 가득 차 있다. 많은 잡지들이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패션 잡지의 경우 이렇게 입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져 소외당할 것이라는 공포심을 심어준다. 우리는 절대 독자를 가르치려고 들지 말자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맥심을 만들고 있다. 친구 같고, 형 같은 느낌으로 다가서면서 허세를 배제하고, 무엇보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건 무엇이든 다룬다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가령 연애에 대한 칼럼을 작성할 때에도, 다른 매체에서는 이런 옷을 입고, 이런 음악을 듣고, 이런 차를 끌어야 여자가 좋아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꼼수를 알려준다. 이러한 격의 없는 자유분방함이 맥심이 가진 최고의 인기 요인이 아닐까.

최근 아이패드용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위도 기록하는 등 앱 시장에서의 반향도 만만치 않은데, 앱의 다운로드는 얼마나 발생하고 있나?

매달 변동 폭이 크고, 정확히 집계를 하고 있지 않아서 구체적인 수치는 나도 잘 모르고 있다. 다만, 뉴스 가판대가 도입되고, 이를 통해 정기구독자가 늘면서 다운로드 수도 크게 증가했다. 정기 구독이 없을 때는 가끔 생각날 때 앱을 다운로드하던 독자도 정기구독을 하면 꾸준히 앱을 다운로드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페이퍼 매거진과 디지털 매거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는 콘텐츠다. 종이로 보여줄 때 한계가 있었던 것들을 디지털 매거진에서는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맥심에는 많은 화보가 실리는데, 종이 잡지의 경우 지면의 한계상 싣지 못하는 사진들이 있다. 이렇게 묻힌 사진들이 디지털 매거진에서 추가로 제공되기도 한다. 또, 종이에서는 불가능한 동영상을 직접 수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맥심의 경우 에디터들이 색다른 시도들을 자주하는 편인데, 이러한 것들을 예전에는 글과 사진으로만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동영상으로 보다 생동감 있는 현장을 보여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바로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션 기능도 가능해 디지털 매거진은 페이퍼 매거진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종이 잡지를 디지털로 옮길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독성인데, 디지털 매거진을 계속 만들다 보니까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도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매거진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처음 디지털 매거진을 시작할 때는 우선 책을 만들고 나서, 그걸 다시 디지털로 옮겨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지금은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지털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고, 아이패드 전용 콘텐츠도 확보하는 수준이 됐다.

디지털 매거진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새로운 기술들이 다수 도입되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했었다. 맥심코리아에서는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와이어드가 아이패드용 매거진 앱을 출시했을 때에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독자들을 사로잡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초기 와이어드 앱의 용량은 600MB 수준이었는데, 화려한 퍼포먼스를 제거한 요즘에는 200MB 수준으로 줄었다. 우리도 손으로 문질러서 지워낸다거나 하는 시도를 몇 번 해봤는데, 결국 독자들은 이러한 퍼포먼스보다 콘텐츠 자체에 주목하는 것 같다. 처음에야 신기하고 흥미롭게 접근 했을지 몰라도 익숙해지면 오히려 귀찮아지게 마련이다. 이전에 한 패션지에서도 쇼핑백이 있고, 그걸 흔들면 제품이 튀어나오는 연출을 삽입했었다. 하지만 결국 독자들이 궁금했던 것은 이러한 연출이 아니라 쇼핑백에 들어 있는 ‘무엇’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신기한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쏟기보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종이 잡지를 스마트 단말기와 연동하는 시도는 어떤가? 증강현실 등 많은 잡지들이 시도했었는데?

많은 잡지들이 증강현실을 도입하면서 관심을 끌었었는데, 우리가 이러한 시도를 안 했던 것은 우선 비용이 많이 소요됐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소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우리가 선택한 것이 QR코드다. 국내 잡지 중에 QR코드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처음일 것이다. QR코드는 종이 잡지와 디지털 매거진의 사이에 위치한 중간 단계라고 생각한다. QR코드는 종이에 인쇄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추가 사진이나 영상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태블릿PC가 없는 사람이라도 종이 잡지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비슷한 수준의 콘텐츠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독자 이벤트도 QR코드를 활용하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예전에 모터쇼에서 레이싱모델들의 사진을 촬영하고 잡지에 작게 실은 뒤, 독자들의 투표를 받아 1위한 모델을 다음 달 화보로 섭외하겠다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이벤트를 QR코드로 진행했는데,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아이폰용 앱과 아이패드용 앱을 별도로 내고 있는데, 차이가 있나?

본래는 아이폰용 앱을 먼저 선보였었다. 2010년 여름 즈음에 독자적인 앱을 만들어서 서비스했는데, 기자들이 HTML을 배워서 직접 편집해 기사를 올려야 했다. 게다가 아이폰에 맞춰 레이아웃을 일일이 변경해야 했는데,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아이폰용은 잡지를 그대로 PDF로 옮기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와 달리 아이패드의 경우에는 어도비사의 DPS를 사용해 태블릿PC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작했다. 종이 잡지를 기준으로 태블릿PC용 매거진이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면, 책과 동일한 내용을 작은 화면으로 보여주는 스마트폰용 매거진은 마이너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폰용 맥심코리아는 여건상 책을 사서 볼 수 없는 독자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어도비 DPS의 경우 가격이 꽤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사실 발행 부수가 적은 미디어라면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이다. 판매 부수가 일정 이상 발생하는 매체라면 별도의 프로세스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이패드용 맥심코리아는 가로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나?

원래는 지원했었는데, 몇 가지 복잡한 이유로 지금은 하고 있지 않다. 기사 같은 경우, 보는 방향에 따라 자동으로 레이아웃이 바뀌는데, 이를 위해서는 두 종류 레이아웃을 넣어야 한다. 용량도 늘어난다. 그래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라면 차라리 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일부 사진의 경우에는 가로로 보여줘야 하는 것들도 있긴 했는데, 지금은 사진도 아이패드를 고려해 세로컷을 위주로 촬영하고 있다.

현재 맥심코리아 디지털 매거진은 iOS용으로만 서비스되고 있는데, 안드로이드용 앱의 출시 계획은 없나?

예정은 있다. 국내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비중이 높은 만큼, 안드로이드용 앱을 내고 싶은 마음은 큰데, 우리가 사용하는 어도비 DPS에서 아직 안드로이드용 결제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만든다고 한지는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게다가 안드로이드의 경우 불법복제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 해킹버전이 돌아다닐 가능성도 있어, iOS 사용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 봐야 한다.

종이 매체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 종이 잡지와 디지털 매거진의 비율과 증감 현황은 어떻게 되나?

맥심코리아 역시 판매량이 급감한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오히려 아주 미세하게 상승세에 있다. 종이 잡지가 현상 유지를 하면서 디지털 매거진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놀라면서도 솔직히 기쁜 마음이다. 사실 1년 반 전만 하더라도 디지털 매거진 시장이 지금처럼 성장할 것이라고는 예측 못했다. 당시 3~4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던 디지털 매거진이 벌써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속도라면 예상보다도 빠르게 종이 매체가 디지털로 교체되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아이패드용 맥심코리아 최신호인 2012년 5월호를 봤더니, 용량이 400MB를 넘더라. 많은 트래픽이 발생할 텐데 어떻게 감당하나?

서버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게, 디지털 매거진의 제작 원가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서버 비용에, 제작툴 비용, 별도의 인건비 등이 발생하고, 매출의 30%는 애플이 가져간다. 게다가 매거진 가격도 2.99달러로 종이 잡지보다 저렴하다. 일부 독자들이 디지털 매거진은 거저먹으면서 너무 비싼 것 아니냐, 한 1000원이면 적당한 것 아니냐는 말들을 할 때마다 안타깝다.

현재 디지털 매거진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 모델의 정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앱 시장은 크게 유료와 무료로 나뉘어져 있다. 디지털 매거진 역시 예외는 아닌데, 문제는 종이 잡지는 유료로 판매하면서 디지털만 무료로 제공하는 매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많은 매체들이 디지털 시장에서는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광고 수익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매체의 존속이 광고에 의해 좌우된다면 결국은 독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아닌, 광고주가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로 도배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광고 시장은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기가 위축되면 매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디지털 매거진의 지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내 소비자들은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에 대해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질적인 것이 아닌 것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 의식이 결국은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광고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음원 시장도 초창기에는 불법복제로 인해 몸살을 앓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디지털 음원을 구입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도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유료 시장이 정착되어야 한다. 맥심코리아는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미래를 위해 유료화 정책을 계속 고수해 나갈 생각이다.

디지털 매거진을 비롯해 국내 전자책의 시작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 구입에 인색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상 전자책 시장이 정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맥심코리아처럼 이미 시장에서 입증된 매체들이 소비자 인식 개선에 앞장선다면, 향후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월간 앱스토리┃석주원 기자

김준혁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