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모바일 RPG, 아크스피어
위메이드 개발1본부 이현승 실장

1년 6개월 전, 위메이드는 ‘동경게임쇼2012’와 ‘지스타2012’를 통해 자사의 출시예정 모바일 게임들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지스타2012에서는 총 16종에 달하는 게임들을 공개했었는데 이 중 상당수가 Full 3D 기반의 액션, RPG 장르 게임이란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시 모바일게임은 애니팡과 같은 캐주얼게임의 흥행이 지속되었고 스마트폰의 특성상 성공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출시는 물론이거니와 개발은 마무리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2014년 모바일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RPG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에 당시 위메이드의 시장 예측력이 정확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무려 3년에 달하는 개발 기간, 아크스피어는 ‘세상에 없던 모바일 RPG’를 목표로 국내 시장에 드디어 출시하게 된다. 이에 앱스토리에서는 그간 아크스피어에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위메이드를 직접 방문해보기로 했다.

출시와 동시에 모바일게임으론 드물게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를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었나?
출시 전 개발단계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던 게임이었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MMORPG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구글플레이 출시 5일 만에 인기순위는 5위, 매출순위는 9위에 위치해있다. 그간 출시된 위메이드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인기나 매출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윈드러너와 같은 캐주얼게임에 비하면 다운로드 수가 낮지만 하드한 형태의 게임이 이 정도 수준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 또한 미드코어 게임은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은 장점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의 전망 또한 밝다.

3년 동안 제작했다고 하는데 전담팀이 구성되어 있었나?
그렇다, 별도의 전담팀이 구성되어 있었으며 처음 개발 당시 12명으로 시작했다. 이후 한창 개발인력이 필요할 때는 55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현재는 40명 수준에서 오픈 이후 준비할 부분이 많아 인력이 다시 늘고 있는 상태다. 초기 개발팀 내 핵심인력들은 꾸준히 남아있었기에 게임의 틀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순조롭게 출시되었다. 개발 기간은 실질적으로 2년 4개월 정도 걸렸는데 초반에는 1년 6개월 정도로 예상했다.

보통 모바일게임의 제작기간은 이보다 짧으며 제작비용도 온라인게임 대비 낮은 편이다. 아크스피어는 이와 반대인 상황인데 이토록 공을 들인 이유가 무엇인가?
먼저 담당자인 내가 PC온라인게임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성향이 묻어나왔다고 본다. 또한 위메이드에서 우리 개발팀을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기에 내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하고 싶은 만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평균적으로 모바일게임의 수명은 1년 남짓 정도다. 아크스피어는 어떤가?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아크스피어를 기획할 당시, 많은 투자와 개발인력을 동원해 ‘세상에 없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Full 3D 오픈형 MMORPG는 모바일 시장에서 위메이드가 첫 발을 내딛은 장르로 선점에 성공하면 향후 수익이나 운영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백만 까진 아니더라도 수십만 정도만 유지되어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 판단했었고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면 그 파이는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PC온라인게임 중에서 10년 넘게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아크스피어 또한 이와 동일하다.

기존 모바일게임들의 수명이 짧았던 이유는 틀 자체가 심플했기 때문이다. 잠시 접속해서 점수나 순위를 경쟁하기에 개발사들은 빠르게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되어 있고 몇 년 동안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아크스피어와 같은 게임은 같은 분량의 업데이트라도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무한에 가깝다. 물론 이러한 게임들도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크스피어는 이러한 게임들과 본질적인 성향에 차이점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그간 모바일게임 시장에 많은 MMORPG가 존재했다. 아크스피어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기존 게임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아크스피어가 ‘오픈형 MMORPG’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 유행하는 미드코어 RPG들은 사실 MORPG로 분류된다. MORPG는 마을과 같은 공간에선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만 실질적인 전투나 사냥에서는 필드의 연속성이나 같이 플레이하는 유저 수가 제한된다. 반면 아크스피어는 유저들과의 파티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같은 화면에 위치하며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할 수 있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Full 3D에 하이 퀄리티, 거기에 오픈형의 형태를 갖춘 게임은 아크스피어가 처음이다.

PC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은 컨트롤의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나?
‘간편채팅’이란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다. PC온라인게임 중 FPS 장르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는 ‘메크로 시스템’이며 아크스피어 플레이 중 간편채팅을 오픈하면 미리 지정된 아이콘 형태의 메크로를 사용할 수 있다. 즉 ‘터치to터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편의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사냥 또한 키패드가 아닌 ‘Only터치’로 구현했다. 최초 기획의도 또한 이와 동일했다. 아크스피어는 많으면 4~5시간까지 즐길 수 있게 설계된 방대한 콘텐츠를 지닌 게임이다. 그래서 컨트롤로 인한 피로도가 높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각했기에 최종적으로 유저가 익숙해졌을 때 가장 피로도가 적은 컨트롤 방식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었다. 결국 모든 컨트롤을 터치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초반에 적응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자동스킬, 자동이동과 같은 터치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적용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유저들이 이러한 컨트롤 방식에 만족했던 건 아니었다. CBT(클로즈베타테스트) 이전, Only터치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유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BT가 실시된 이후, 참여했던 유저들 사이에서 컨트롤에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모바일게임 내 RPG 장르는 대중성이 부족한 단점이 존재한다. 아크스피어에는 이러한 문제가 없나? 주타깃층이 있다면?
미드코어성 게임의 단점인 부족한 대중성은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더라도 아크스피어와 같은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은 분명 존재한다. 모바일게임 시장도 콘솔과 PC게임 시장과 동일한 형태와 흐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C온라인게임 또한 가장 많은 유저수를 확보한 장르는 보드형 게임이었다. 즉, 전체 유저들 중에서 하드한 게임에 목마른 유저들이 아크스피어의 주 타깃층이다. 파이는 적지만 그 파이의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위메이드의 전략인 셈이다.

아크스피어를 즐길 수 있는 최소사양은 어떻게 되나? 그리고 지원기종은?
갤럭시S2 정도의 하드웨어가 최소사양이며 그 정도만 되어도 솔로플레이를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파티플레이 혹은 화면에 보이는 개체수가 많아질 때는 그래픽 옵션 중 이펙트나 더미 항목을 조정해주면 된다.

PC와 달리, 모바일 기기는 기기별 성능이나 플랫폼이 천차만별이다. 최적화에 어려움을 겪을만도 한데?
앞서 개발기간이 몇 개월 연장된 이유가 바로 최적화 때문이었다.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기기에 따라 개발환경의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MMORPG는 메모리 점유율이 높은데 PC온라인게임이라면 약간 지연되는 정도겠지만 모바일게임의 경우, 최적화가 안 되어 있으면 게임 자체가 꺼져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이기 위해 개발기간이 더 소요된 것이다.

또한 모바일 기기는 네트워크 사용량에 민감하다. Full 3D, 그것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아크스피어는 네트워크 사용량에 문제가 없나?
CBT 당시 시간당 12MB를 사용했었는데 정식 출시 이후에는 7MB 수준으로 낮아졌다. 유저의 게임환경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네트워크 사용량 또한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12일 프리오픈 출시 이후, 다음날 바로 정식 서비스를 결정했다. 처음부터 정식 서비스라 얘기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서버안정성면에서 체크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프리오픈 형태로 먼저 출시를 했다. 예상대로 오픈 당일 문제가 없었고 정식 서비스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결정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크스피어는 CBT 서비스 기간을 포함해 단 한 번도 서버가 다운된 적이 없다. PC온라인게임에 맞먹는 서버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거의 필수요소라 일컫는 카카오게임 플랫폼으로 출시되지 않았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좀 불안한 느낌이 드는데?
라이트한 캐주얼게임이 아니라면 카카오게임이란 타이틀을 붙여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하드한 게임을 원하는 유저라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플레이할 게임이기 때문이다. 운영상의 문제도 있었다. 카카오게임으로 출시하려면 iOS와 동시에 출시해야 되는데 현재 iOS버전은 유니티 엔진의 버전 대응문제로 출시를 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MMORPG의 특성 상, 버그나 운영상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해야 되는데 iOS, 거기에 카카오게임 플랫폼까지 포함되어 버리면 지장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어 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모바일로만 존재하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역으로 PC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은 없는지?
이런 질문을 한건 앱스토리가 처음인데 의외로 개발팀 내부에서 관련 이슈가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유니티 엔진 자체가 멀티 플랫폼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웹버전으로 출시도 가능하다. 그래서 PC관련 버전도 생각 중에 있다. 일단은 국내외 모바일게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일정대로 소화할 계획이다.

그간 RPG관련 인터뷰에서 개발자들은 ‘생각보다 콘텐츠 소모주기가 빠르다’며 곤란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아크스피어는 어떤가?
어떤 개발사든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또한 같은 생각이지만 아크스피어에는 정말 방대한 분량의 콘텐츠를 출시 초기부터 포함시켜놓았다. 아이템 4000여종, 퀘스트 1600개, 클래스 스킬 100개, 외형변경장비 130종 이상, 몬스터 660종 이상 등 타 게임과 비교할 수 없는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들이 탑재되어 있는 상태다. 여기에 개발 당시부터 업데이트 콘텐츠까지 고려해 미리 개발해두었기에 최소 1년 정도까지 소비하는 데 무리 없을 정도로 대비해두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급성장할 모바일게임 장르로 RPG를 꼽고 있다. 이러한 시장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나?
개발초기부터 예상했었다. 왜냐하면 콘솔이건 PC건 모두 현재의 모바일게임 시장과 동일한 상황을 겪고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특이한 것이 아니기에 누구나 예측이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캐주얼게임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며 이를 플레이하는 유저 중 일부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겪고 미드코어 게임을 찾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시장변화가 2년 내에 발생할 것이라 봤기 때문에 아크스피어는 오래전부터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덧붙여서 올해 모바일게임 시장 흐름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고 싶다.
앞서 급성장이라 표현했지만 아직 모바일게임 시장은 캐주얼게임 위주로 흘러갈 것으로 본다. 예전보다 RPG 유저가 증가하긴 했지만 올해는 RPG가 완전히 정착하는 형태가 아닌 과도기에 위치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스마트폰의 풀 네트워크 환경이 안정적으로 구현된 상태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 요소를 갖춘 게임들이 대거 출시될 것이라 예상한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기에 현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스펙이 좀 더 향상되어야지만 시장 내 확실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1~2년 후라면 스마트폰과 PC의 경계를 허물 정도의 게임이 탄생하지 않을까?

지스타와 동경게임쇼에 소개한 만큼, 글로벌 시장도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나?
해외사업부를 통해 계속 얘기가 오가고 있으며 아직 어디에 출시된다고 답변하기에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먼저 국내 애플 스토어와 T스토어에 입점이 완료되고 나서 차근차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영어나 일본어 등 번역작업은 마무리해둔 상태다.

향후 아크스피어의 운영 방향과 바라는 성과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초기 출시에 위치한 지금, 현재까지의 성과는 만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야될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밸런스나 추가 콘텐츠 등 다듬어야 될 부분이 많다. 우리는 아크스피어를 PC온라인게임과 동등하게 취급한다. 최초 성과도 중요하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보고 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게 아크스피어의 최종목표이자 바라는 점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아크스피어는 모바일게임이라기보단 PC온라인게임에 가깝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게임의 퀄리티가 가장 큰 이유지만 그에 앞서 운영 방식 자체가 여타 모바일게임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철저한 서버관리와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 개발진들이 생각하는 마인드 등 처음 기획 단계부터 아크스피어를 ‘꾸준히 장수하는 게임으로 만들 것이다’라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크스피어는 처음부터 100만, 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빅히트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홍보는 게임성’이라 믿는 위메이드 개발진들을 보면 이 게임은 내년도, 내후년에도 꾸준히 이슈가 생기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하게 된다.

앱스토리(www.appstory.co.kr) | 신효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