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펼쳐지는 당신의 전장,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

1991년에 실리콘&시냅스란 이름으로 처음 설립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표 게임 개발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디아블로로 액션RPG의 시작을,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로 RTS게임의 부흥을 일으킨 블리자드는 2004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통해 MMORPG의 신화를 일궈내 더욱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매 출시하는 게임마다 이슈와 인기를 동시에 동반하고 있는 블리자드는 그만큼 개발과정이 섬세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는 작년 하반기에 출시된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이하 하스스톤)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콜렉터블 카드 게임’(CCG, Collectable Card Game)의 손맛을 그대로 느낌과 동시에 짜임새 있는 워크래프트의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수집의 재미까지 살려 현재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최근 블리자드에서는 또 한 차례 새로운 도전을 유저들에게 알렸다. 바로 하스스톤의 아이패드 버전이 출시된 것. 출시와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슈를 불어일으킨 하스스톤은 현재까지도 국내외 앱스토어 상위 랭킹에서 내려갈 줄을 모르고 있다.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지 지금의 하스스톤에 있게 한 두 개발자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에릭 도즈, 게임 디렉터
Eric Dodds Game Director

에릭 도즈는 1997년 블리자드에 입사했으며 재직 기간 동안 다양한 게임 개발과 더불어 이와 관련한 주요 역할을 수행했다. 첫 보직으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의 품질보증을 담당했으며 이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워크래프트Ⅱ: 배틀넷 에디션, 디아블로Ⅲ와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 등의 스트라이크팀 레벨 디자이너로 일한 바 있다. 또한 새롭게 조직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에 참여해 시스템 디자이너로 8년간 근무했다.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에서는 카드 디자인, 게임 플레이 밸런스, 게임 모드 및 유저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모든 작업을 감독하고 있다. 참고로 갤럭시 트러커, 라이어즈 다이스와 같은 보드게임 마니아이기도 하다.

제이슨 체이스 프로덕션 디렉터
Jason Chayes Production Director

제이슨 체이스는 2008년 블리자드에 입사했으며 그 이전에는 월트 디즈니와 EA에서 3D아티스트로 근무한 바 있다. 블리자드에서는 배틀넷 팀의 수석 프로듀서로 근무하면서 스타크래프트Ⅱ, 디아블로Ⅲ와 관련된 주요 기능 개발을 담당했다.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에서는 프로덕션 디렉터로서 실행 전략, 채용, 프로세스 수립과 같은 하스스톤 개발팀 관리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팀을 위해서 피자 주문을 할 정도로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팀 지원 외에도 하스스톤 출시를 위해 타 부서와의 협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Q 하스스톤은 블리자드가 처음으로 선보인 TCG이다. 그간 출시한 게임과는 전혀 다른 장르인데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에릭 : 우리가 하스스톤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블리자드는 항상 에픽하고 방대한 게임을 만들어 왔다. 스케일이 큰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멋진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작은 규모의 흥미로운 게임을 만드는 걸 가로막기도 했다. 하스스톤 팀은 이러한 기존 블리자드 게임들과 달리 더 작은 규모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탄생했으며 현재 그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또한 하스스톤 팀 탄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블리자드 직원들이 CCG를 수년간 함께 즐길 정도로 좋아하는 장르였다는 것이다. 특히 워크래프트 세계관과 이를 토대로 만든 카드게임을 좋아했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적용해 디지털 버전의 CCG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의 장르와 이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하스스톤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매우 설레였다.

제이슨 : 작년 하반기 PC버전 출시와 동시에 1000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하스스톤을 즐겼다. 아이패드 버전이 출시하기 전까지도 이 수치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아이패드 버전이 출시된 이후에는 더욱 그 수치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수많은 국가의 무료 다운로드 앱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존 CCG 마니아들은 물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저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Q 블리자드가 모바일 플랫폼에 첫 진출하게 되었는데 애플과 구글과 같은 모바일 기업들의 협력 및 지원 얘기도 있었을 법 하다.
제이슨 : 애플은 하스스톤 아이패드 버전을 준비하는 데 있어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 전략과 접근법은 아직 개발단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주기엔 곤란하다. 출시가 다가오면 관련 플랫폼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Q 블리자드는 결점 없는 현지화작업으로 유명하며 이는 하스스톤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다.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와 이러한 작업이 게임 성공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제이슨 : 완성도 높은 현지화는 하스스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우리는 모든 하수인과 영웅들의 목소리가 각 언어에서도 게임고유의 재미와 매력을 전달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모두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현지화 작업은 필수였다. 현재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언어로 게임을 제공할 수 있게 노력할 예정이다.

Q 일괄적 업데이트가 가능할 지 여부가 궁금하다. PC와 달리 모바일 앱마켓은 가이드라인으로 인한 업데이트 일정이 일부 소요되는 편인데?
제이슨 : 그렇다. 우리는 PC와 모바일 하스스톤 간 싱크를 맞춰서 선보일 예정이다. 양 플랫폼의 플레이가 한결같고 공평한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들의 리뷰 시간을 고려할 수 있는 출시 방법을 개발 중에 있다.

제이슨 : 블리자드 QA팀은 아이패드 버전의 모든 요소들을 테스트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QA팀은 PC와 콘솔을 포함한 블리자드 내 다양한 게임들의 테스트 경험이 풍부하며 이를 토대로 하스스톤 모바일 버전 또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아이패드 버전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세 개 국가에 최초 출시한 뒤, 몇 주 후 다른 국가에 선보이는 방식으로 출시계획을 잡았다. 선출시된 국가에서 습득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타 국가 출시 때 적용하여 더욱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Q CCG 장르 최고의 재미는 카드 수집에 대한 욕구일 것이다. 이는 매출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하스스톤 내 카드수집 시스템은 어떻게 구성했나?
에릭 : 평소 CCG를 플레이하면서 팩을 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카드를 확인할 때의 긴장감을 매우 좋아한다. 이에 하스스톤에서도 이 즐거움과 쾌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보드에서 카드를 이동하거나 카드 팩을 오픈하는 것과 같이 카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매우 역동적으로 디자인했다.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에 마치 오프라인처럼 직접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거나 카드 팩을 개봉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PC버전에서 이 느낌이 충실히 구현되었으며 아이패드 버전에서는 직접 카드를 터치해 플레이하는 방식이기에 이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에릭 : 내가 좋아하는 영웅은 매주 그리고 매달 바뀌고 있다. 그만큼 하스스톤은 각 영웅별 특색이 강하며 무궁무진한 전략이 담겨있음을 의미한다. 현재는 전사의 ‘컨트롤덱’을 주로 플레이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결투와는 다른 속도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이러한 타입의 덱은 자신의 하수인에게 피해를 주고 격노를 발동시켜 주문을 사용할 적절한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라 볼 수 있다. 또한 플레이어가 확실하게 본인과 적 하수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소용돌이를 쓰기 위해 매 턴마다 고민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타입의 덱을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도전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Q 현재 게임 개발사들은 기존 플랫폼을 포기하고 모바일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블리자드는 기존 플랫폼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전략을 취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제이슨 : 블리자드 게임을 즐기는 많은 이들은 이미 오랜 시간 PC게임을 즐겨왔고 하스스톤에서도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이와 동시에 블리자드 직원들은 모바일 기기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을 좋아했고 하스스톤은 다른 모바일 게임들처럼 짧은 플레이타임, 태블릿PC의 터치스크린 조작 방식에 매우 적합한 게임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출근 후 업무 시작 전 자신의 PC에서 투기장을 한 판 즐기고 점심시간에는 태블릿PC에서 게임을 이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게임플레이 연동은 플랫폼 간 계정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에릭 : 현재 아이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더불어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버전의 하스스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몇 달 내 원도우8 터치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며 올해 말까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출시할 예정이다.

Q iOS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수백여 개의 기기들이 전 세계에 존재한다.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많을 듯한데?
제이슨 : 안드로이드에서 대전을 펼치는 플레이어들에게 최상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재미가 완벽하게 실현되려면 게임이 문제없이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팀 내에선 게임의 메모리 배열, 스크린 사이즈 그리고 진행 속도 등을 최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몇몇 저 사양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게임이 지원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모든 이들이 하스스톤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저사양 기기에서도 서비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화면크기에 대한 제약사항도 문제다. 스마트폰은 태블릿PC와 달리 인터페이스가 제한적인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예정인가?
제이슨 : 작은 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게임 UI와 전반적인 메뉴 시스템의 요소들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즉, 카드 내 텍스트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사이즈를 키우거나 더 작은 화면에서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특정 버튼을 키울 수도 있다.

Q 하스스톤 e스포츠 관련 지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e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계획은 없는가?
제이슨 : 하스스톤은 모바일 기기를 지원함으로써 e스포츠화 될 만한 독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으로 이것을 지속적으로 장려할 계획이다. 최근 하스스톤에 관련된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축하하는 자리인 ‘하스스톤 와글와글’이라는 이벤트를 개최했는데 다양한 지역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지역별 토너먼트가 오픈되었고 이를 더 재미있게 발전시킬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Q 올 여름 모험모드인 낙스라마스를 포함한 첫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에릭 : ‘낙스라마스의 저주’는 5명의 강력한 우두머리와 대전을 펼치며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는 방법이다. 이 우두머리들은 게임을 전혀 색다르게 만들 개성 있는 카드와 영웅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평소 방식과는 다르게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며 우두머리 공략을 위한 특별한 덱을 구성하도록 할 예정이다. 낙스라마스의 우두머리를 상대하며 낙스라마스와 다른 플레이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여개의 새로운 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데 여기서 얻은 카드들로 새롭게 구성된 덱들이 향후 하스스톤 플레이 방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에릭 : 하스스톤이라는 훌륭한 게임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이후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다. 우리는 낙스라마스의 저주와 함께 게임을 더욱 더 다양하게 확장시켜 나갈 것이며, e스포츠를 위한 관전 모드기능과 더불어 새로운 카드를 추가해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게임 내 구현되었으면 하는 요소들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며 향후 게임에 추가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PC와 콘솔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까지, 게임 개발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바로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 간의 연동일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작업은 결코 아니다. 아니, 블리자드 이전에는 제대로 시도한 개발사가 전무할 정도. 게다가 현 게임시장은 갈수록 콘솔& PC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이 기존 플랫폼을 포기하고 모바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달랐다. 자신 있는 정통 플랫폼을 통해서 꾸준히 타이틀을 출시함과 동시에 모바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소한 부분도 지나 지치 않는 그들의 노력이 담겨져 있음은 물론이다. 그들이 건재 하는 한, 전 세계 게임 마니아들은 PC는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앱스토리(www.appstory.co.kr) | 신효송 기자

신효송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