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상현실을 통한 대리만족’일 것이다. 현실 세계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판타지 세상, 혹은 역사 속 현장을 방문해 역할을 수행하면서 더 큰 재미와 쾌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게임 속 세계관과 시스템은 유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욱 정교해지고 현실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상태다. 월드 오브 탱크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전쟁터 속에서 직접 전차를 모는 듯 한 현실적인 물리엔진과 그래픽으로 많은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으며 전 세계 8000만 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개발사인 워게이밍에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최근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를 최근 출시하게 되었다. PC와 X-Box에서 느낄 수 있던 쾌감을 스마트폰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워게이밍의 한국 지사를 직접 찾아가 개발관련 에피소드를 들어보기로 했다.

▲ PC 및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된 월드 오브 탱크

Q 개발사인 워게이밍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1998년에 설립된 워게이밍은 여러 PC게임들을 출시해오다 몇 년전 출시된 월드 오브 탱크의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워게이밍이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월드오브탱크 개발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아 그 회사?’라고 얘기할 정도로 회사보다 게임의 인지도가 훨씬 높은 편이다. 현재 스튜디오, 퍼블리싱 오피스 등 다양한 역할을 갖춘 지사들이 전세계 16개국에 위치해 있으며 총 3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내 분위기는 간단히 말해 ‘멋스럽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러시아, 유럽과 같은 국가의 직원들이 많은 편이기에 개방적이며 추진력 있고 사람의 인성 그 자체를 존중하고 평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은 물론이다. 워게이밍은 본사와 지사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영어를 공통어로 사용하는데 인터뷰어인 나도 그렇지만 본사 직원도 대부분 러시아계 사람들이라 영어에 서툰 편이다. 회의를 진행할 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도 간혹 발생하고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하지만 어떻게든 의사소통이 되어서 일을 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며 오히려 서로 영어에 능숙하지 못하기에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하는 자세를 익혀나가는 듯해 만족스럽다.

Q 한국 지사의 경우,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국내에 위치한 ‘워게이밍 유한 회사’는 업무상 퍼블리싱 오피스에 속하며 디자인, 개발과 같은 스튜디오 업무는 제외되어 있다. 마케팅, PR,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커뮤니티 및 고객지원 등 보통의 다른 기업들처럼 게임개발 외 다른 부가적인 부분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지화 작업도 한국지사가 담당하는 부분인데 해외게임은 최적의 현지화 작업이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주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이에 한국지사 설립 전부터 본사에 현지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어필했었다. 현재는 다른 지사에서도 현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련 팀이 꾸려지고 있는 추세다.

Q 워게이밍넷의 대표작은 단연 월드 오브 탱크다. 게임의 특징 및 성과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월드 오브 탱크는 PC와 더불어 X-Box 콘솔 버전으로도 출시되었으며 전 세계 8000만 유저들이 가입한 인기 게임이다. 가장 인기가 좋은 러시아 쪽에서는 동시접속자 수가 최대 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탱크를 조작해 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방식이며 유저는 물론 워게이밍 내에서도 FPS나 전략시뮬레이션으로 명확하게 정의를 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라 평가하고 있다. 최대 15:15 네트워크 대전차전이 가능하기에 실제 탱크를 몰고 적을 쓰러트리는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차의 모든 것을 분석해 게임에 반영시킨 ‘철저한 고증’이 월드 오브 탱크만의 장점이자 유저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전차의 외형적인 부분은 어느 개발사건 쉽게 흉내 낼 수 있겠지만 장갑의 두께, 실제전차 내 승무원의 배치상태, 전차 내 부품의 위치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반영한 건 월드 오브 탱크가 유일하다. 이를 바탕으로 동일한 포탄에 피격당하더라도 피해양이나 상태가 판이하게 달리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래서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월드 오브 탱크의 게임성에 대해 높게 평가해주고 있는 것 같다.

한국 내에서의 성과는 아직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출시 초기의 동시 접속자 수는 다른 게임 못지않게 좋은 편이었으나 현재는 5~6천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좀 더 많은 유저들을 모아야 하는 것이 내부적인 의견이며 이를 위해 이번 여름 대규모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다.

Q 최근 출시한 모바일 게임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체적인 다운로드 수와 매출 등에 대해 알고 싶다.

6월 26일 전 세계 애플 앱스토어 출시된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는 현재 100여개 국가 앱스토어 아이폰 전체랭킹 탑 10내 진입, 150여개 국가 아이패드 전체랭킹 탑 10내 진입할 정도로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앱스토어 랭킹에서 장기간 1위를 했었던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러한 장르의 게임이 통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특히 한국의 경우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지 않은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내부적으로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된 이후에 좀 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Q 월드 오브 탱크 혹은 월드 오브 탱크 모바일이란 명칭으로 출시해도 될 법 한데 블리츠란 단어를 붙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가 출시되기 전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게임 명을 완성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개발사인 워게이밍일지 토대가 되는 월드 오브 탱크일지 아니면 새로운 모바일 타이틀로 갈지를 정해야 했는데 결국 월드 오브 탱크를 토대로 새로운 느낌을 주는 블리츠라는 단어를 붙여 완성시켰다. 이는 개발의도와도 관련이 있는데 기존 월드 오브 탱크의 긍정적인 부분은 살리되, 모바일게임으로서 새로운 요소를 적극 도입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타일을 갖춘 게임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Q 국내 계정의 경우, PC 월드 오브 탱크 계정으로 접속이 불가하다는 이슈가 한차례 있었다. 유저들은 서비스 연동이 불가할 것이라 염려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설명해줬으면 한다.

우리 또한 계정연동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시장 상황으로 인해 이렇게 분리시킬 수 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지만 아시아 시장은 월드 오브 탱크가 대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으며 특히 한국 iOS 시장의 규모는 안드로이드보다 극히 적은 편이다.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는 네트워크 기반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들의 수가 적으면 게임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 서버 하나만 설치해 운영하기에는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존재했으며 또한 출시일정을 맞추는 과정에서 연동 서비스까지 완성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아시아 서버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Q 모바일게임은 PC게임과 달리 컨트롤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터치스크린 중심의 인터페이스로 설계되어야 하는데 게임 컨트롤이 불편한 문제는 없나?

개발팀에서 얘기하기로 인터페이스와 실제 조작 감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가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를 개발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고 한다. 많은 개발과정을 거친 결과 실제 출시된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모바일의 시스템에 가장 최적화되었다. 조작관련 인터페이스는 심플하기 때문에 두 손으로 컨트롤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는 게임특성상 전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도 최대한 구현해낸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페이스가 손에 맞지 않는 일부 유저들을 위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Q 최근 모바일 기기 전용 컨트롤러가 국내외에 출시되고 있다.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도 이러한 컨트롤러를 지원하고 있나?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는 터치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컨트롤러를 반드시 구매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필요로 하는 유저들이 있을 것인데 애플에서 공식 인증한 컨트롤러는 지원을 하고 있는 상태다.

Q 7:7 대규모 네트워크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버 및 프레임 유지에 어려움은 없는가?

워게이밍에선 물리엔진이나 서버 기반 기술로 빅월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월드 오브 탱크 서비스에도 검증받은 시스템이기에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 또한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출시전에는 모바일 기반이기에 안정성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원활히 동작해 핑이나 프레임관련 이슈는 전혀 없는 상태다. 특히 다른 국가에선 오래된 기기를 사용하거나 네트워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유저 개개인의 문제가 일부 존재하지만 한국 시장은 대부분 최신 기기를 사용하고 네트워크 시스템도 문제가 없어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 리드 프로듀서 ‘드미트리 유도’와의 화상 인터뷰 중

Q 기존 월드 오브 탱크와 마찬가지로 정밀한 컨트롤과 실제와 같은 물리엔진을 도입했다고 한다. 모바일 버전 또한 동일한가?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는 게임 자체가 컴팩트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월드 오브 탱크보다 대전 유저 수나 맵의 크기가 작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월드 오브 탱크의 자랑인 철저한 고증 시스템은 이 게임에도 대부분 적용되어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아마 모바일 게임에 있어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반영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Q 게임 그래픽이 모바일 게임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밀하고 화려하다. 개발 관련 에피소드를 들어보고 싶다.

섬세한 게임 그래픽은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의 장점이지만 개발팀 입장에선 그 이상도 구현이 가능했지만 많이 절제를 한 것이라 얘기했다. 우선적으로 내부 일정에 맞춰 iOS버전을 출시해야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해서 그래픽을 구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그래픽의 개선 및 향상 또한 고려하고 있다.

Q 그래픽 퀄리티가 우수한 만큼 지원기기에 대한 제약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사양은 어느 정도인가?

iOS의 경우 아이폰은 4S부터 아이패드는 2세대부터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아직 개발 중이라 정확하게 답변드릴 순 없지만 아무래도 점유율이 높은 삼성 갤럭시 시리즈에 우선적으로 최적화를 거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그렇다면 안드로이드 버전의 개발현황 및 출시계획은 어떠한가?

iOS는 기기의 개수가 적고 사양이 단계별로 정해져있어 개발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워낙 기기 개수가 많고 해상도나 하드웨어 사양이 천차만별이기에 개발팀에서 꾸준히 최적화 작업을 거치고 있는 상태다. iOS 버전 수준의 그래픽을 적용하되 최대한 많은 기기에서 끊기는 현상이 없는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적어도 연내에는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될 수 있게 일정을 맞추고 있으며 개발인력 또한 60명까지 늘린 상태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Q PC게임으로 기존 월드 오브 워플레인즈, 워십스도 서비스 중인데 이들 게임의 모바일 버전 개발은 계획되어 있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직 없는 상태다. 워플레인즈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런칭을 했는데 가장 먼저 PC버전의 성과를 판단하고 난 다음에 모바일 버전의 개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워십스의 경우도 아직 PC버전이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동일한 입장이다.

Q 오리지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계획은 가지고 있나?

본사 팀들과 개인적인 만남에서 듣기로 아직 구체적인 프로젝트 단계에 진행되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리지널 모바일 게임은 아니지만 월드 오브 탱크 제너럴이라고 해서 TCG 장르로 개발 중인 타이틀이 있는데 이는 웹과 모바일이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

Q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의 향후 업데이트 계획은 어떻게 되나?

PC 월드 오브 탱크와 마찬가지로 한두 달에 한 번은 꾸준히 업데이트를 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전장을 하나 더 추가되며 그래픽 부분도 일부 향상될 예정이다. 유저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전차와 국가의 추가도 곧 진행될 예정이다.

Q 워게이밍넷의 향후 전략 및 목표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가장 먼저 월드 오브 탱크의 PC, 콘솔 그리고 모바일 3개 플랫폼의 완벽한 출시 및 대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워플레인즈, 워십스, 제너럴 등이 순조롭게 출시되어 육해공 즉, 밀리터리로서의 모든 라인업을 갖추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의 계정으로 언제어디서든 워게이밍의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김주완 PM은 ‘고증’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철저한 고증이 있기에 지금의 월드 오브 탱크가 있으며 이를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 또한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강조했다. 너무나 현실적이기에 이 게임을 처음 접해보는 유저는 분명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경험을 쌓아나갔을 때 유저는 자신이 게임을 하는 것인지 실제 전장에 와 있는 것인지 착각할 정도로 정교한 플레이 방식에 반하게 될 것이다.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는 이제 갓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입한 워게이밍의 처녀작이다. 그러나 시작단계에서부터 인기와 이슈를 동시에 끌어 모은 게임 인만큼 향후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되었을 때의 파급력은 이보다 더욱 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앱스토리(www.appstory.co.kr) | 신효송 기자

신효송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