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아닌 스마트기기에 그림을 그리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드로잉앱을 살펴보면 이 앱을 다운 받는 것 만으로도 수준급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처럼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림을 그려보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만큼 그려낼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된다. 과연 전문가들처럼 손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에프엑스기어가 내놓은 펜소울은 답을 알고 있다. 전문가들이 그린 그림을 다운 받으면 어떻게 그려냈는지 그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아트의 히스토리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에프엑스기어의 이창환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Q 에프엑스기어에 대한 소개를 부탁 한다.
에프엑스기어는 만 11년이 된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초창기에는 애니메이션이나 스튜디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래픽 툴 개발에 집중했으며, 2011년부터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스마트폰용 그래픽 엔진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Q 보유한 솔루션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적용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2004년 설립 후 자체 개발한 3D의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퀼로스를 미국 디즈니 스튜디오에 납품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머리카락과 털을 표현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에프엑스헤어를 개발해 일본의 디지털 프론티어 등에 공급했고, 게임 캐릭터의 의상 애니메이션 저작 툴인 이지클로스를 개발해 엔씨소프트, 넥슨 등에 제공했다. 2007년에는 미국 드림웍스사에서 퀼로스를 도입해 슈렉3 이후 발표되는 드림웍스의 모든 작품에 사용되고 있으며, 게임 캐릭터 의상 애니메이션 저작 툴인 이지클로스를 개발하여 국내외 주요 메이저 게임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Q 주요 고객은 어떻게 되나?
에프엑스기어의 주요 고객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VFX 스튜디오, 게임 스튜디오 등이며, 개인 및 소규모의 스튜디오를 위한 소호 버전, 중대형 제작사를 위한 엔터프라이즈 버전, 그리고 연간 계약으로 라이선스를 대여하는 방식인 렌탈 버전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에프엑스기어가 보유하고 있는 CG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바일용 그래픽 시뮬레이션 기술, 3D 아바타 기술, 버츄얼피팅 기술, 페이스 오프 기술 등 다양한 응용 기술을 개발해 사업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B2B 분야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 영역 등 B2C 분야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펜소울이다.

Q 펜소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어떤 앱인가?
펜소울은 에프엑스기어가 작년 9월 출시한 드로잉앱으로 벡터 엔진을 사용해 그림을 무한대로 깨짐 없이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타임슬라이드 기능을 갖춰 그림을 그린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3D 이미지로 변환하고 3D프린터로 출력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별다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현재 글로벌 17만 유저가 사용 중이며, 끊임 없는 피드백을 받아 지금까지 10여차례가 넘는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언어의 장벽이 없기 때문에 글로벌 유저가 많으며 현재 브라질, 멕시코, 미국 등에서 인기가 많다.

Q 모바일 플랫폼 영역의 중심에 있는 것이 펜소울이라고 밝혔다. 특별한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나?
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작품의 지적재산권을 사고 파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펜소울로 그림을 그리면 처음 한 획부터 마지막 점까지 모든 과정을 히스토리로 저장할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을 사고 팔도록 할 계획이다. 디지털 작품의 결과물은 카피가 쉽기 때문에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카피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를 통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가격은 판매자가 정하게 되며, 우리는 20-30%의 거래 수수료를 가져갈 계획이다. 아직까지 이커머스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플랫폼으로서의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이며 곧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Q 플랫폼 기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펜소울에 플랫폼 기능이 추가된 것은 지난 3월이다. 아직까지는 일반 게시판처럼 공개되는 형태이며, 해당 그림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을 경우 다운로드 한 뒤 타임 슬라이드 기능을 통해 어떻게 그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타임슬라이드 기능을 활성화 하느냐, 비활성화 하느냐 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차후에는 타임슬라이드를 어느 정도 비율로 어떤 가격에 오픈 할 것인지를 지정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지인이나 연인에게만 공개하고 싶다며 기능 개선을 요구하는 피드백도 많아 이 부분도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Q 타임슬라이드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앱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어떤가?
펜소울과 유사한 앱들은 각각의 레이어를 하나씩 벗기면서 보는 수준이기 때문에, 한 획 한 획을 되살려 점과 선의 흐름까지 담아낸 펜소울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본다.

Q 벡터엔진은 감성적인 부분을 표현하는데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어떤가?
아직까지는 전문 일러스트 툴로 사용하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연필의 탄소 알갱이, 유화의 질감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은 기존 벡터 엔진으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같은 감성적인 요소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갈 계획이며,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 없는 일러스트 툴로 만들어갈 것이다.

Q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다는 것이 쉬운 일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가?
어떻게 보면 모험이다. 누가 그림의 과정을 팔 생각을 했겠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팔릴 것이라는 정확한 근거를 갖추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내부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해 투자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에 그림을 올리는 유저들이 타임슬라이드 기능을 비활성화 한 채로 올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이런 부분을 비공개 하겠나? 이 프로젝트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마켓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승부가 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간을 두지 않고 꾸준히 준비해갈 것이다.

Q 언제쯤이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2016년 말 정도면 플랫폼으로서의 의미 있는 모양을 갖출 것이라고 본다. 유사한 디지털 지적재산권 마켓의 발생에 펜소울이 동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운로드 수가 아닌, 실사용자 100만명 정도만 확보하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Q 지금까지 별다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다. 언제쯤 본격적으로 진행할 생각인가?
9월 내지 10월에 이커머스 기능을 추가하고 iOS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며,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 할 것이다. 유니세프와 공동 프로모션도 계획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태블릿PC를 나눠주고 그림을 그려서 공개하도록 하면, 사람들이 후원하기 위해서 그림이나 과정을 구매할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의 노력을 통해 수익을 얻는 거고 지속적으로 그림에 대한 꿈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수수료는 받지 않을 생각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한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목소리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하다. 성공적이면 시장을 제패 할 수 있겠지만, 실패할 경우 그간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많다. 에프엑스기어는 긴 시간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로 내실을 다져왔고,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노리고 있다. 성공 여부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 수 있겠지만 그들의 이 같은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앱스토리 매거진(www.appstory.co.kr) | 최선웅 기자

최선웅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