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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무인점포 시대, 국내 상황은?

기사 입력시간 : |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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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원래 골칫거리다. 일은 시켜야 하는데 월급은 더 많이 주기 싫고, 일은 하기 싫은데 월급은 더 많이 받고 싶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물건을 사고 싶은데 점원 때문에 망설여지고, 세수는 커녕 옷도 입기 싫은데 점원이란 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어야 마침내 담배를 살 수 있다는 끔찍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골칫거리는 없앨 방법을 궁리하게 되는 법인지라, 그 고민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4차 산업혁명의 숭배자들이 찾아와 ‘이것이 미래’라며 부국강병의 후예들에게 무인점포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관점에 따라 결과는 다르기 때문에 다 같은 ‘무인점포’는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그냥 가면 되고, 그냥 나오면 된다

 

아마존은 2016년부터 미국 시애틀에 무인점포 시범 매장을 열고 ‘아마존 고(Amazon Go)’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초 시카고에도 3호점을 열었다. 일단 ‘아마존 고’에서 물건을 사려면 소비자가 입장 전 자신의 QR코드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식 시키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물건을 바구니에 담고, 양심의 가책 없이 아무 출구로 나오기만 하면 된다.

 

알리바바는 올해 7월, 자사의 한 전시회에서 ‘타오카페’의 문을 열었다. 아직은 공식 오픈이 아니지만 올해 말께 중국 항저우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타오카페’에서 물건을 사려면 소비자가 입장 전 스마트폰 앱을 작동시키고, 평소처럼  물건을 바구니에 담고, 나오면서 1차 안면인식, 2차 결제 알림을 받고 계산대를 통과하면 된다.

 

아마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무인점포를 실현 시키고자 하는 벤처기업 ‘지핀’은 진열대와 냉장고의 센서 등을 이용해 무인점포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마존 고’의 무지막지한 카메라 개체 수(130대 이상) 같은 시설 비용을 줄여 중소규모 소매점 개설에 적합한 ‘가성비’ 높은 무인점포를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역시 중국에서도 알리바바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무인점포를 확대시키는 ‘빙고박스’가 움직이고 있다. 아예 점포 규모를 컨테이너 박스 정도로 줄이고,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엄청난 기술들 대신 소비자가 물건을 잘 들고 계산대로 와서 혼자 바코드로 조용히 스캔해서 스마트폰 앱으로 잘 결제하고 나가면 된다. 저렴한 개설 비용 덕분에 점포 수 증가가 용이하며, 올해 7월, 빙고박스는 1년 안에 무인점포 5,000개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천명한 바 있다.

   

최소한의 크기, 최소한의 물건, 최소한의 절차 (빙고 박스)

 

‘무인화(無人化)’가 단순히 ‘사람을 없애는’ 모습이라면 그것은 새로운 시대가 아니다. 사람이 없어지는 것을 통해 이전의 불편함을 없애고 새로운 편리함을 찾아야 한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지핀이나 빙고박스는 사람이란 ‘불필요한’ 요소를 소거시키고, 소비자라는 ‘사람’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 계산 대기 줄을 없애고, 점원과의 불편한 대면을 없애고,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고 지갑에 있는 카드를 꺼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대형’과 ‘규모’ 대신 적재적소에 필요한 접근으로 이전 시대의 불편함을 없앴다. 그래서 그들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그것이 보편화되면 마침내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전 시대의 문제에 집중하는, 원래 있었던 편의점들의 시도

   

일본은 2025년까지 모든 점포에 무인 계산대를 도입한다

 

그런데 사실 상식적으로 ‘무인점포’라는 대목에 있어서는 단연 일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고령화에 앞장섰고, 열도 구석구석에 편의점이 침투해 있으며, 진작부터 고독한 개인과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져 있던 ‘1인’ 사회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술’이란 단어에 있어 일본을 빼고는 논할 가치가 없다.

 

일본의 무인점포는 ‘사람의 소거’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 가능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가 늘면서 편의점 매출은 줄고, 운영 인건비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찰 때로 다 차버린 점포 수를 줄이지 않는 한 기존 편의점 점포 수를 유지하며 기존 수익성을 유지하는 ‘묘안’으로 그들은 사람을 없애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관점에서는 소비자의 ‘편리’보다는 점포 ‘관리’에 무인화의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일본 굴지의 편의점 기업 ‘로손’은 파나소닉이 개발한 ‘레지-로보’ 시스템을 16년도 후반부터 도입하고 있는데, 이것의 기반은 결국 ‘바코드가 달린 장바구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야 하고, 반드시 계산대에서 인식이 잘 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용자의 편리함이 적어질수록 관리자의 용이함은 증가한다. 

 

기존에 필요했던 걸 없애고, 새로운 불편함을 만드는 스마트한 방법

 

일본의 뒤를 잘 따라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의 무인 편의점 1호는 롯데 월드타워 31층에 있다. 월드타워 31층에 올라가려면 로비 데스크의 안내요원을 만나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거기에 있는 무인 편의점을 이용하려면 롯데 회원 가입을 하고, 롯데카드가 있어야 하고, 신용정보조회 동의를 해야 하고, 계산할 때 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물론 물건도 일일이 스캔해야 결제할 수 있다. 그리고 ‘핸드페이’라는 아주 스마트한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내 정맥을 등록해야 한다.

 

‘이마트24’의 ‘무인’이란 것은 아직 ‘Self’에 국한되어 있다

 

 

비교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무인’점포

 

따라서 우리나라의 무인점포라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이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물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도 입장 전에 관련 스마트폰 어플을 활성화시켜야 하고 그들의 유통 세계에 종속되어야 무인점포의 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일단 문을 열고나면, 어떤 방해도 없이 물건을 자유롭게 고르고, 어떤 절차도 없이 들고나가면 된다. 최소한, 절차가 간소하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이런 모습이 진정한 무인점포다. 사람이 없지만, 없어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있을 때 발생했던 불편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더 많은 소비자가 찾게 되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그런 무인점포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이 더 편리하고 유용하다면, 그것이 보편화되는 것이 곧 새로운 시대다.

 

그리고 ‘셀프계산’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무인점포도 증가하긴 한다. 우리나라 편의점들이 앞다퉈 ‘내가 바로 사람을 없앤 장본인이다’라고 내세우는 그런 무인점포는, 회원가입부터 시작해서 개인신원인증과 물건 스캔, 계산 절차까지 온갖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가 수반된다. 사람이 없어서, 있을 때 발생했던 불편함은 사라지고, 없어서 발생하는 불편함이 그만큼 많아졌다.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인이든 유인이든 상관이 없다. 사람이 있든 없든 불편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무인점포도 결국 증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편의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을 없애야 수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무인점포를 확대하는 것이 우리나라 무인점포 시대의 개막이라고 볼 순 없다. 전혀 소비자가 편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셀프 계산대와 다를 바가 없는데, 지금 아무도 셀프 계산대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인 편의점의 ‘셀프 계산’을 일컬어, ‘4차 산업혁명’, ‘무인화 시대의 도래’ 등으로 감히 우러를 수 없다. 우리나라 무인점포는 소비자의 편리성 관점에서 다시 거듭나야 한다. 시애틀의 무인점포와 비교할 때가 아니다.

 

 



무인점포가 만들 새로운 시대

 

에스원의 무인점포 시연은 마치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을 방불케 했다

 

‘에스원’과 ‘NSOK’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간 보안업체다. 그런데 그들이 무인점포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에스원은 지난 9월, ‘솔루션페어 2018’에서 무인점포 전시장을 열어 자사의 보안시스템을 선보였다. NSOK는 지난 3월, ‘SECON 2018’에서 인공지능 무인점포 솔루션 체험장을 통해 무인점포에 필요한 종합관제 시스템 구축상을 소개한 바 있다. 네이버가 자동차를 들고 모터쇼에 출전한 것처럼 이제 보안업체들도 보안전시회에 유통소매점을 들고 나오는 시대다.

 

매장을 관리하는 사람은 계산뿐만 아니라 재고관리, 감시, 도난방지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사람을 없앤다는 것은 이제 이런 다양한 영역을 개별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결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중량 센서나 로봇이 등장한다. 사람이 없다는 취약점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보안업계가 소매 유통업계와 결합되고 있다.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또 다른 결합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산업 간의 결합은 당연한 것이고, 무인점포가 만들 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인화(無人化)’를 통한 혁신과 사람의 ‘일자리’ 문제다. 편의점이나 소매점뿐만 아니라, 세탁소나 레스토랑 등 온갖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없앨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텐더의 인사나 단골가게 아줌마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적 감성의 고집은 남겨질 수 있으나 그것이 보편적이진 않게 될 것이다. 결국 ‘무인(無人)’이 보편화가 될 것이고, 그것은 이전보다 더 편리한 가치를 제공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사람이 없어져서 더 불편해지거나 그게 그거라면, 새로운 현상의 보편화는 가능하지 않다. 

 

사람 대신 로봇이 결제를 안내하지만 바코드 스캔은 소비자가 일일이 해야 한다

 

일단, 사람 대신 로봇이 그 자리를 그대로 대체하는 것을 두고 ‘무인화(無人化)’ 시대의 ‘혁신’이라 일컬을 순 없다. 왜냐하면, 점원 역할을 하는 로봇이 소비자에게 이전보다 더 엄청난 편리함을 제공하진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재고관리 역할을 하는 로봇이 관리자에게 주는 효익이란 시간 대비 효율성과 인건비 그리고 월급이나 업무 시간 가지고 감정싸움하는 것 외엔 없다. 심지어 이런 문제도 로봇 구입 비용과 수리비 등을 생각하면 그게 그거다. 로봇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하면 단순히 그 사람 자리에 로봇을 투입시키면 된다. 특별한 생각도, 패러다임도 필요하지 않다. 오직 비용 절감과 인건비 절약이 필요할 뿐이다.

 

사람 대신 로봇이 있거나, 소비자가 혼자 결제하느라 고생하라는 뜻이 아니다.

 

무인점포가 만들 새로운 시대에 지금 우리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아마존과 롯데그룹의 차이이며, 빙고박스와 이마트의 차이다. 무인점포를 만드는 사람과 무인점포 같은 흉내를 시도하는 사람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사람과, 규모의 경제에서 출발한 사람은, 지금 서로 다른 무인점포를 만들고 있다. 벤처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시장 환경과, 대기업들의 선전무대가 되는 시장 환경은, 지금 분명히 서로 다른 무인점포를 만들고 있다. 그냥 들어가서 물건을 들고 나와도 결제가 되는 매장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을 없애서 번거롭기 짝이 없는 절차들을 깔아놓은 편의점은 사람만 없앴을 뿐이다.

 

사람이 할 일이 달라질 뿐이다

 

똑같이 ‘사람을 없애는’ 일이었는데 결국 사람의 생각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졌다. 사람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발전하는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지, 어떤 방향으로 그려나갈지,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무인점포, 무인화 시대의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것이다. 결국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몫이다. 서로 다른 산업의 접목, 새로운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계산하는 사람, 감시하는 사람, 마주 보고 이야기할 사람, 물건 훔쳐 가는 사람 쫓아가서 잡아올 사람, 떨어질 물건 주워서 제자리에 갖다 놓을 사람 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생각을 할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사람이, 계산했던 사람과 감시했던 사람과 물건 관리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줄 것이다. 무인점포가 만들 새로운 시대는, 사람이 없어도 되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 사람이 편리한 시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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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예슬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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