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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인터넷 방송, 규제 필요할까?

기사 입력시간 : | 안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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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유해한 미디어 콘텐츠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에 인터넷방송협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미디어 서비스는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의 개념에 속하지 않는다"며 "방송이 아닌 것을 방송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을 면밀히 살펴보면, 유익한 콘텐츠보다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칼을 빼든 정부.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수단일까,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일까.

 

 

인터넷 개인 방송은 방송이 아니다?

 

 

▲인터넷 개인 방송은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된다

 

요즘 청소년들은 무언가를 검색할 때 포털 사이트 대신 유튜브에 검색을 한다. 텍스트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영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한 세대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유튜브에 게재되어 있는 이 콘텐츠들이 얼핏 보기에는 방송처럼 보여도 실은 '방송'이 아니란다. 방송이란 프로그램을 기획, 편성, 제작하고 이를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중에게 송신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방송법은 지상파 방송과 종합 유선 방송, 위성 방송 및 중계 유선 방송, 전광판 방송, 음악 유선 방송, 데이터 방송, 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공동체 라디오 방송 등에 적용되는데, 방송법 어디에도 인터넷 방송 또는 개인 방송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상 개인 방송은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방송은 정보통신 콘텐츠의 심의와 관련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의 지침을 따라야 하며,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 또는 성행위와 관련된 묘사는 저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것의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 누군가에게는 '극히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일까. 유튜브와 아프리카TV를 비롯한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혐오스러운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돈이 된다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조회수가 높기 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양산해낸다

 

그렇다면 개인 방송 BJ(Broadcasting Jockey)들이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영상 조회수가 높아야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아프리카TV를 포함한 일부 플랫폼에서는 별풍선 등의 유료 아이템을 통해 별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BJ들은 단순히 수익을 목적으로 젠더 갈등을 조장하거나 성소수자와 장애인을 비하하는 등의 혐오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콘텐츠에는 소위 '꼴페미', '한남충' 이라는 젠더 혐오적 표현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며, 성소수자 또는 장애인을 조롱하거나 그들의 고충을 한낱 유머로 소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콘텐츠들은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어떠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며,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법적 책임을 떠나 윤리적 또는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실제로 개인 방송이 방송심의위원회의 징계를 받은 건수는 2018년 81건으로 2017년(26건)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부적절한 콘텐츠들이 인터넷 방송 플랫폼과 웹사이트를 통해 여과 없이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어 유튜브를 주(主)검색원으로 활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인 미디어 또는 인터넷 방송 BJ들의 콘텐츠를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생활 침해에 성범죄까지

 

▲선정적인 콘텐츠가 마구잡이로 제작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튜브를 필두로 아프리카TV, 트위치, 카카오TV, 팝콘TV 등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들이 서비스되고 있다. 그중 개인 방송 활성화의 포문을 연 유튜브는 기존에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던 유명 BJ들이 자발적으로 이동해오게 만들었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 같은 후원 시스템은 없지만, 영상 중간중간에 광고를 삽입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로 조회수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BJ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에 난색을 표하는 사용자들이 늘었다.

 

앞서 아프리카TV 1세대 BJ로 이름을 알린 A씨는 지속적인 폭언과 과도한 욕설로 '7일 이용정지'를 당한 바 있다. 그는 방송 채널을 열고 채팅창에 글을 올린 시청자들에게 욕설을 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518개의 별풍선을 선물한 시청자에게 "폭동개 감사하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BJ B씨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여성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헌팅을 시도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엄연한 캣콜링(Cat-calling)으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B씨는 길거리에 있는 여성들의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촬영을 했고, 그들의 외모를 평가했다. 그러나 신체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법망을 피해 갔다. 아직 현행법상 언어적 성희롱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B씨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들을 성희롱하고 그들의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했지만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음란방송을 진행한 BJ에게 이용정지 또는 이용해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BJ들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범죄까지 저질렀다. 지난해 인터넷 방송 BJ로 활약하고 있던 C씨는 자신의 집에서 방송을 하던 중에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얼굴 부위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했다. 다행히 방송을 보고 있던 한 시청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C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성범죄 콘텐츠가 C씨의 방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몇몇 BJ들은 옷을 모두 탈의한 채로 방송을 하는 이른바 '벗방'을 진행하는가 하면, 유사성행위 및 성관계 장면을 실시간으로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지인들을 게스트로 섭외하거나 길거리에서 미성년자들에게 현금을 주고 섭외한 다음 방송을 진행한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음란방송을 진행한 BJ 57명에 대해 이용정지 또는 이용해지 처분을 내렸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 방송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하다

 

인터넷 개인 방송이 등장한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유해 콘텐츠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불명확하고, 이를 규제하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몇 년 사이 개인 방송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력은 모니터링 요원 10명을 포함해 12명에 불과하다. 즉, 현재 방심위의 인력으로 모든 개인 방송 콘텐츠를 일일이 규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방송처럼 행정처분 등의 징계를 내리지 않고,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에 대한 삭제 권고 식의 조치를 취하다 보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혐오 발언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 2016년부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 대책법을 시행 중이다. 앞서 일본 법원은 혐한단체 '재일(在日)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 교직원조합에 난입해 욕설을 퍼부은 행위 등에 대해 436만 엔(약 4,402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독일 역시 마찬가지로 헤이트스피치 법을 시행 중이어서 SNS에 혐오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이나 가짜뉴스를 게시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은 자사의 콘텐츠에서 혐오표현이 발견되면 24시간 내에 게시물을 삭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최대 5,000만 유로(약 651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는 캣콜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만일 위의 법안들이 국내에서 시행된다면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BJ들은 머지않아 방송을 접게 될 것이다. 오직 수익에만 눈이 먼 BJ들은 혐오스러운 표현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캣콜링 없이는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을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은 개인 방송 플랫폼이 음란한 불법 정보를 삭제하고 유통을 차단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불법 정보가 유통될 경우 개인 방송 진행자가 더 이상 방송을 할 수 없도록 플랫폼을 제한하도록 하는 안을 발의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 자칫 개인 방송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해내면서 그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싶다는 것은 자유가 아닌 방종에 가깝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인터넷 개인 방송을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자유를 주장하기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는데 내가 그 수요자는 아니었는지, 나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표현의 자유도, 1인 미디어의 확산도 좋지만 이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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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선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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