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2의 스마트폰 혁명이라 점쳐지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폴더블 스마트폰은 단연 삼성의 ‘갤럭시 폴드’. 디스플레이가 휘고 접힐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제 우리가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까지도 접을 줄은 몰랐다. 지금에야 그저 신기하고 쉽게 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지만, 머지않아 우리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당연하지만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시선도 폴더블 스마트폰에 향해 있다.

‘내가 먼저야!’ 로욜의 플렉스 파이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은 누가 만들게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지난해, 참으로 생소한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밑도 끝도 없이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누가 먼저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인가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다, 결국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겨버렸다. 이 타이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로욜, 그리고 플렉스파이였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논할 때마다 로욜이 늘 언급되는 걸로 보아, 로욜은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로욜의 플렉스 파이

플렉스파이는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접었을 때 전면 및 후면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펼치면 7.8인치, 접었을 때는 전후면 약 4인치의 디스플레이 크기를 자랑하는데,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베젤이 참 아쉽다. 무엇보다 펼쳤을 때 7.4mm의 두께로 합치면 거의 15mm에 달한다. 심지어 접히는 부분은 완벽하게 밀착되는 것도 아니라서 그 두께는 더 두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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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너무 두껍다

공개된 사양은 요즘 출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준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퀄컴 스냅드래곤 8150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유리를 완전히 배제한 자체 개발 패널을 활용해 내구성을 높였다는 것이 로욜의 설명이다. 여기에 1600만+2000만 화소의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고, 고속 충전을 지원해 30분 내에 배터리를 70% 정도 충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가 놀란, 삼성의 갤럭시 폴드

플렉스파이가 공개되고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대도 밝았다. 지난 2월, 삼성이 공개한 ‘갤럭시 폴드’는 전 세계인의 시선을 순식간에 휘어잡았다. 지난해 공개됐던 프로토타입의 형태가 아니라, 보다 대중적이고 상용화되더라도 전혀 문제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삼성의 갤럭시 폴드

갤럭시 폴드는 플렉스파이와 달리 인폴딩 방식을 취했다. 접었을 때 커버 디스플레이가 있고, 펼쳤을 때 메인 디스플레이가 있는 형태다.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 스마트폰보다 디스플레이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긴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고려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커버 디스플레이는 4.6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는 7.3인치로, 펼쳤을 때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플렉스파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펼쳤을 때 디폴트 모양이 플렉스파이는 가로로 긴 형태, 갤럭시 폴드는 세로로 긴 형태로 약간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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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사 카메라를 탑재했다

갤럭시 폴드에서 공개된 핵심 기능은 카메라가 무려 6개나 탑재됐다는 점이다. 접었을 때의 전면, 펼쳤을 때의 전면에 각각 1개, 2개의 카메라가 있고, 후면에는 1600만+1200만+1200만 화소의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됐다. 요즘 트렌드인 카메라 개수의 확장을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 외에 딱히 핵심적이라고 할 만한 사양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크기와 두께, 그리고 무게가 미공개라는 점이다. 플렉스파이보다는 ‘쓸만해’ 보이지만, 왠지 이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은 갤럭시 폴드의 치명적인 약점이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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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성공? 화웨이의 메이트X

갤럭시 폴드가 공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웨이 역시 야심차게 ‘메이트X’라는 이름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놨다. 요즘 스마트폰 트렌드에 맞게 베젤은 최소한으로 줄였고, 갤럭시 폴드와 달리 아웃폴딩 방식을 택해 높은 활용성을 강조했다. 외신 사이에서는 갤럭시 폴드보다 메이트X의 외형이 더 우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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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메이트X

메이트X은 플렉스파이와 마찬가지로 아웃폴딩 폴더블 스마트폰이지만, 전반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메이트X은 디스플레이 중앙에 힌지를 배치해서 스마트폰이 완벽히 포개지는 형태를 취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펼쳤을 때 손잡이로 활용할 수 있는 ‘날개’가 있어, 접히는 구간이 약간은 치우쳐진 모습이다. 어쨌든 스마트폰을 접으나 펴나 모든 부분이 디스플레이다 보니 조금은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날개를 배치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더불어 이 날개에 최소 3개의 카메라를 탑재했으니 공간 활용 능력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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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었을 때 11mm의 두께라면 꽤 나쁘지 않다

메이트X 역시 출시 일정부터 스펙 등 주요 정보들이 아직 미공개인 상태다. 다만 갤럭시 폴드와 달리 제품의 두께를 공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화웨이는 메이트X의 두께를 펼쳤을 때 5.4mm, 접었을 때 11mm라고 밝혔는데, 접었을 때 15mm 내외인 플렉스파이보다 훨씬 슬림하다. 그리고 7~8mm 대에 출시되는 요즘 스마트폰의 두께만 봐도 그리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애플, LG, 샤오미의 폴더블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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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 스마트폰 자체로도 꽤 놀랍긴 하지만, 공개된 폴더블 스마트폰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이슈가 있다. 메이트X의 경우 시연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들통난 디스플레이 우글거림이 그것이고, 갤럭시 폴드는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부분이 마치 종이를 접었다 펼친 것과 같이 잔상이 남는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바로 내구성에 대한 문제인데, 이쯤 되니 현재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는 기업들이 왜 아직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특히 애플이나 LG전자, 중국의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은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계획이 있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을 보면, 갤럭시 폴드와 메이트X에서 보인 ‘빈틈’을 허용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겠다.

그렇다면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밝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어떻게 출시될까? 갤럭시 폴드로 인해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늘 언급되던 제조사가 바로 애플이다. ‘그래서 애플의 폴더블폰은 언제 나오나?’가 주된 주제다. 실제로 애플은 공식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2016년에 인폴딩 방식의 폴더블 스마트폰 관련 특허를 낸 적이 있고, 애플에 유리를 공급하는 ‘코닝’에 의하면 플라스틱 폴리머 소재의 유연성 있는 유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애플 폴더블 스마트폰과 관련한 콘셉트 디자인들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들과 달리, 약간은 길쭉한 형태의 메인 디스플레이에 위아래로 접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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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디자인에서도 접히는 것보다 구부려진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자 하는 욕심은 의외로 중국이 상당한 편이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 TOP4로 일컬어지는 화웨이, 샤오미, 비보, 오포가 역시 그 주인공이다. 화웨이의 경우 일찌감치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했고, 나머지 역시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공개된 프로토타입에 의하면 오포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메이트X과 상당히 흡사한 외형인데, 접은 상태로도 대화면 스마트폰보다 큰 듯한 사이즈가 눈에 띈다. 펼쳤을 때는 당연히 태블릿PC 정도 크기로, 스마트폰 플러스 모델을 선호했던 소비자라면 눈길이 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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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의 폴더블 스마트폰 프로토타입

독특한 건 샤오미다. 일반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이라 하면 아직까지는 디스플레이를 한번 접는 것만을 상상하게 되는데, 샤오미의 폴더블 스마트폰 프로토타입은 스마트폰을 두 번 접는, 즉 접히는 곳이 하나가 아닌 둘인 형태다. 상식적으로 한번 접었을 때나 두 번 접었을 때나 크기가 똑같다 보니, 가뜩이나 내구성 문제가 있는데 두 번 접을 필요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폴더블 스마트폰의 형태를 다양하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비보의 경우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계획만 밝혔을 뿐 아직 대략적으로나마 공개한 디자인은 없다. 그러나 그간 비보의 스마트폰으로 짐작하건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형식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이라는 데에 한 표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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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는 아웃폴딩 방식의 더블 폴더블 스마트폰 컨셉트를 공개했다

한편 LG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고도 남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기본기에 강하다는 제조사 특성상 꽤 완성도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LG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닌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으로 약간은 다른 의미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 시기에 듀얼 스크린폰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했다는 평이다. 어쨌든 LG의 스마트폰 혁신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니라 롤러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번 CES 2019에서 공개한 롤러블TV 덕분이다. 지금은 생소한 개념인 롤러블 스마트폰이 마냥 허무맹랑한 건 아닌 것 같다.

김지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