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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매각 A-Z, 김정주 대표의 속내는?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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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전문 퍼블리셔로 기록되고 있는 회사는 국내의 기업이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의 이야기다. 2011년 연 매출 1조 원 돌파에 성공하고 2017년에는 2배가 증가한 2조 2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재계 서열로도 52위의 기업이다. 넥슨은 게임계를 넘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선두에 선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 거론돼 왔다. 그런데 2019년 올해 들어 놀라운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바로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대표가 넥슨 지주사인 NXC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정했다는 소식이었다.

 

 

새해 벽두에 전해진 NXC 매각 소식

 

넥슨의 매각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올해 1월 3일이었다. 김정주 NXC 대표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자기 소유 지분 전량(67.49%)과 부인 유정현 NXC 감사의 지분(29.43%), 그리고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가 보유한 지분(1.72%)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매각 주관사로는 UBS,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이는 사실상 NXC가 지배하고 있는 게임사 넥슨을 매물로 내놓은 것과 다름없었다.

 

 

 10조 원 이상의 경영권을 매물로 내놓은 NXC 김정주 대표

 

NXC는 지난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의 47.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넥슨 일본법인을 통해 NXC는 넥슨코리아 및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즉, NXC의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은 곧 넥슨의 지배권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매물로 나온 지분의 가치는 넥슨사와 NXC가 별도로 보유한 계열사 가치, 그리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서 전체 약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매각 소식이 전해진 당시의 넥슨 시가총액은 1조 2,626억 엔, 한화로 약 13조 원에 달했다.

 

 

 NXC 지분 인수는 곧 넥슨그룹의 경영권 인수를 뜻한다

 

별다른 탈 없이 경영되던 넥슨을 갑자기 김정주 대표가 내놓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난립했다. 본래 넥슨 매각을 구상하던 김정주 대표가 올해를 회사 매각을 위한 최적의 시점으로 보았다던가, 정치권의 규제에 시달리다가 게임 사업에 염증을 느꼈다던가, 최근 결성된 노동조합 때문이라던가, 혹은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지 않기 위해서 급하게 매각을 결정했다는 등 그야말로 다양한 해석들이 올해 초부터 쏟아졌다. 그리고 김정주 대표는 매각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아직까지 밝히지 않았다.

 

 





5곳으로 좁혀진 인수 전 참가자

 

매각이 발표된 이후 넥슨의 경영권을 누가 가져가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들도 속속 전해졌다.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중국의 ‘텐센트’였다. 이미 우리나라의 주요 게임사들과 투자 관계를 맺고 있는 텐센트는 넥슨 연 2조 원 매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이 지난 2018년 기록한 매출은 1조 3,056억 원으로, 넥슨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네오플 전체 매출의 94%는 중국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서비스사가 바로 텐센트다. 즉, 텐센트는 매년 1조 원이 넘는 돈을 네오플에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지급되는 매출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텐센트가 넥슨 인수에 가장 적극적일 것으로 이야기됐다.

 

 

넥슨 인수 전에 카카오, 넷마블이 뛰어들다

 

텐센트에 이어서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름이 넥슨 인수 전에서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1월 말의 시점에서는 과거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던 삼성전자가 넥슨 인수를 제안 받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2008년 넥슨의 M&A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이름도 거론됐다. 세계 최대 게임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 액티비전블리자드 등 해외 기업들과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카카오, 넷마블의 이름도 나왔다. 2월 말의 시점에서는 미국의 아마존닷컴, 통신회사이자 세계 3대 미디어그룹으로 꼽히는 컴캐스트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넥슨의 인수의사 타진에 거절을 표했다

 

다양한 대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혼전의 양상을 띠던 매각 본입찰은 이후 총 3번 연기됐다. 당초 본입찰은 2월 예비입찰 이후 4월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것이 5월 15일로 연기됐고, 이후에 다시 5월 24일로 미뤄졌다. 최종적으로는 5월 24일 적격인수후보자로 선정된 곳 중 한 곳에서 본입찰 마감 연기를 요청하면서, 미국에서 5월 31일 마침내 마감됐다. 그리고 본입찰 결과 드러난 후보자는 카카오와 넷마블, 그리고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의 국내외 사모펀드로 총 5곳이었다.

 

 

길어진 협상 절차, 결국엔 무산

 

이전에도 한차례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월트디즈니컴퍼니, 그리고 강력한 후보자로 거론된 텐센트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넥슨 측이 다양한 미국 콘텐츠, 미디어그룹에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거절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텐센트는 갈수록 거세지는 중국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로, 시장의 전망과는 달리 실제로는 넥슨 M&A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는 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본입찰이 끝나고 시일이 소요된 2019년 6월, 본입찰은 카카오와 넷마블, 그리고 MBK파트너스의 삼파전으로 압축됐다. 넥슨은 카카오, 넷마블, MBK파트너스와 매각을 대화를 이어갔고, KKR과 베인캐피털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접촉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협상의 결과로 인수 전의 최종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을 한두 달 가량 뒤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넥슨 매각의 시일이 지체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화되고, 인수 전 자체가 없던 일이 될 가능성까지도 점쳐졌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넥슨 인수 전이 결론을 맺지 못하고 결렬되었다는 추측성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협상의 주된 포인트는 인수의 ‘금액’일 것으로 추측됐다. 넥슨 매각의 가치는 당초 10조 원으로 예상되었으나, 6월에는 15조 원가량으로 높아졌다. 그나마도 넥슨이 초기에 밝힌 20조 원에서 5조 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수익을 중시하는 사모펀드는 넥슨그룹을 분리시켜 개별 매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고 지난 24일 실시된 매각 본입찰에는 KKR과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를 비롯해 카카오, 넷마블 등 국내 게임 관련업체들이 참여해 거래 성사 기대감을 높였다. 이후 넥슨은 베인캐피털과 카카오에 탈락 통보를 하고, 남은 인수 후보들과 협상을 벌이는 등 최근까지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더니 이틀만인 26일, 돌연 매각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기대했던 글로벌 전략적투자자(SI)가 불참하고, 유력한 후보자였던 카카오가 낮은 가격을 제시하자 매각에 힘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풍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지만, IT 기업이 아닌 FI라는 점에서 문제시됐다. 수익을 중요시하는 FI는 인수 후 구조조정, 계열사 및 게임부문 분리 매각을 통해 넥슨그룹을 갈가리 찢어놓을 것이라는 것이 주된 우려점이었다. 유일하게 남은 SI은 넷마블도 인수 비용 마련을 위해 여러 곳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자금 조달 능력이 불확실해 거래 종결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변수가 있었다.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김정주 대표는 '넥슨의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매각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매각설, 다시 재개될까

 

만약 사모펀드가 아니라 다른 IT 기업이 넥슨을 인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카카오나 넷마블 어느 쪽이 인수대상자로 선정되건 넥슨이 텐센트의 입김을 받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었을 것이다. 텐센트가 카카오의 3대 주주이자 넷마블의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회사는 단독으로 넥슨을 품을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텐센트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경우는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게임 대기업들이 텐센트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정주 대표는 이미 넥슨 매각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쪽이 되었던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넥슨 매각 절차 속에서 김정주 대표의 속내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장기전에 접어든 넥슨 매각을 열심히 주도해 나가고 있는지, 혹은 인수 전 자체를 무위로 돌리고자 하고 있는지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길었던 인수 전은 결국 불발됐다. 이에 IB업계 관계자는 "넥슨 매각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당분간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김정주 대표는 NXC 지분을 매물로 내놓은 이후 의아한 행보를 보였다. 가상화폐 거래 중개 업체에 투자하고, GS가와 함께 골프장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 지역의 땅을 매입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김정주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 ‘새롭고 도전적인 일’이 그 동안 관심을 보였던 가상화폐, 블록체인, 그리고 골프장 사업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IT 기업으로의 매각은 곧 넥슨이 텐센트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도전은 응원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 도전을 위한 결과가 텐센트의 국내 게임 시장 지배력 강화 혹은 넥슨그룹의 해체가 될 것이라는 점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정주 대표는 평소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 왔다. 그는 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책에서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로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으며, 다른 자리에서 “아쉽게도 넥슨은 디즈니 같지 않다”고도 이야기한 바 있다. 김정주 대표가 넥슨을 영원히 매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매각 무산에서 알 수 있듯이 최소한 지금의 시점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자신이 꿈꾸던 디즈니와 같은 기업으로 넥슨을 만들기 위해, 지금의 넥슨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가 지금이 아닌 다음 기회에 다른 이들과 이뤄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것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일군, 게임계의 정신적 지주로 위치하고 있는 그가 행해야할 사회적 의무로 생각된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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