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이 지금 바로 내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 때에 여러분이 할 행동은? 아마도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나왔다면 이 때에도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사진을 즐겨 찍는다면 예전 같으면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쯤 가지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 기능이 독립적인 디지털 카메라를 대체할 정도로 막강한 기능과 성능을 갖추게 되면서 일상적인 스냅 촬영은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은 어떤 것이 있으며, 어느 정도로 발전했을까?

▲ 세계최초 카메라 일체형 휴대전화 삼성 SCH-V200

세계최초로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내장된 제품은 삼성의 SCH-V200으로, 2000년에 출시되었다.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일이었지만 작은 액정 화면과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열악한 화질, 그리고 촬영 후의 활용도 측면에서도 상당한 제약이 뒤따라서 실질적으로는 거의 상징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도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피처폰 시대의 ‘폰카’ 수준을 뛰어넘어 빠르게 발전해왔으며, 특히 커다란 화면의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단순히 사진을 찍고 보관하고 멀티메시지로 전송하는 수준을 벗어나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대등한 성능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제는 특정 분야에서는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나 D-SLR 카메라와도 겨룰 수준이 되었다. 물론 시작은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을 하나씩 채택하면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디지털 카메라가 갖고 있지 못한, 더 나은 부분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 초점 변경 기능

2011년 10월, Lytro는 사진 촬영 이후 결과물의 초점 위치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Light field 카메라를 발표했다. 이 카메라는 사진을 촬영할 때에 초점을 어디에 맞출지 고민하지 않고 촬영한 뒤에 원하는 위치에 초점을 선택할 수 있는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Lytro는 Light field 센서를 갖추어 광선의 방향과 심도 정보를 저장해서 촬영 이후 전용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진의 포커스를 원하는 위치로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기존 카메라에서는 팬포커싱으로 화면 전체에 고르게 초점이 맞게 촬영하거나 특정 심도만 선명하고 나머지는 흐릿하게 보이는 아웃포커싱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각각 다른 거리에 있는 여러 개의 피사체를 함께 촬영할 때에는 아쉬움이 있었고, 한 피사체에만 초점을 맞추면 다른 피사체는 선명치 않았기 때문에 거리에 따라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야 했다.

이런 촬영 이후 초점 위치 변경 기능이 이제는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도 지원되고 있다. 이미 예전부터 비슷한 기능을 구현한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었지만 실은 초점을 맞추려는 피사체 이외의 부분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흐리게 수정해주는 형식이었다. 노키아의 퓨어뷰 전용 Refocus 기능의 경우 한 번의 촬영에 실제로는 다단계의 심도별 사진을 연속해서 저장해서 원하는 위치에 초점이 맞은 사진을 선택하는 방식이며, 최근 구글이 공개한 구글카메라의 렌즈블러 기능은 소프트웨어적으로 거리에 따른 마스크 이미지를 추가해서 지절된 거리 이외의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 구글카메라의 렌즈블러 적용전(좌) 적용후(우)

2013년 가을 도시바에서 발표한 듀얼센서/듀얼렌즈 카메라 모듈의 경우 두 개의 카메라의 위치 차이로 심도 정보까지 저장 가능하며, 이를 이용해 라이트필드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촬영 이후 포커스 위치 변경이 가능하다. 또한 시점 차이를 이용해 사진상의 특정 피사체를 지우는 기능도 가능하다.

HTC가 최근 발표한 HTC One M8의 후면에도 이와 흡사한 별도의 렌즈로 구성된 듀얼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 아직까지 HTC One M8의 듀오 카메라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HTC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메인 카메라는 이미지 촬영을 담당하고 서브 카메라는 심도 정보를 수집해서 Lytro와 마찬가지로 촬영 이후 사진상에서 초점 위치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

사진을 촬영할 때에 흔들림으로 인해 결과물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흔들린 사진이 찍히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피사체가 움직이는 경우로, 이런 때에는 셔터 스피드를 높여서 촬영하거나 피사체를 따라서 카메라를 이동시키며 촬영하는 패닝샷 등으로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사진이 흔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촬영자의 흔들림으로 인한 것인데, 이 역시 셔터 스피드를 높이거나 삼각대를 사용해서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수동 조절이 지원되지 않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수동 조절이 지원되는 앱을 사용해서 셔터 스피드를 높여줄 수 있더라도 광량이 충분치 않으면 어두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무조건 셔터 스피드를 높여줄 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손떨림 방지 기능이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사용하는 손떨림 방지 기술은 소프트웨어적인 화상 처리 기술을 이용한 보정 방식과 광학적인 보정 방식(OIS, Optical Image Stabilization)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적인 보정 방식보다는 광학적 보정 방식이 대체로 더 우수하다. 광학적 보정방식도 렌즈부에서 흔들림을 보정해주는 기술과 센서부에서 흔들림을 잡아주는 기술로 나뉜다. 광학적 손떨림 방지 기술의 구현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렌즈나 센서를 움직임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시킴으로써 보정하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외줄타기를 할 때에 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면 반대편으로 몸을 기울여 중심을 잡으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 손떨림 방지 렌즈의 구조

▲ OIS의 적용 예 (출처 : cambridgemechatronics.com)

손떨림 방지 기술에 대한 명칭은 이를 채택한 업체마다 달리 쓰고 있는데, 캐논의 경우 IS(Image Stabilizer), 니콘은 VR(Vibration Reduction), 소니는 SSS(Super SteadyShot), 탐론은 VC(Vibration Compensation), 펜탁스는 SR(Shake Reduction), 시그마는 OS(Optical Stabilizer)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광학적 손떨림 방지 기술이 이제 스마트폰 카메라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최초로 광학적 손떨림 방지 기술이 들어간 제품은 노키아의 윈도우폰인 루미아 920이다.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중에서 최초로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이 채택된 제품은 LG G2로, 이후로 고사양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OIS 기능을 넣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폰의 경우 광량이 부족한 어두운 실내나 야간 촬영시 셔터 스피드가 느려져도 흔들림을 보정해주며, 움직이며 촬영할 때에도 훨씬 더 깨끗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 노키아 루미아 920

▲ LG G2

높아지는 화소와 이미지 프로세서의 발전

예전의 휴대전화 카메라는 센서부터 디지털 카메라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디지털 카메라 중에서도 보급형 모델보다도 훨씬 작은 이미지 센서는 해상도도 낮았고 심도 표현도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이제는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었다. 노키아의 괴물급 카메라폰인 루미아 1020은 4100만 화소라는 어마어마한 사양을 자랑한다. 카메라 그립 케이스까지 씌우면 외형부터가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에 가깝게 변신한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Z1은 소니의 오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녹아있는 2070만 화소의 Exmor RS 이미지 센서와 높은 광학적 품질을 자랑하는 G렌즈, 그리고 소니의 D-SLR(D-SLT)과 미러리스 카메라, 그리고 하이엔드 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BIONZ 이미지 프로세서를 모바일용으로 최적화시킨 버전으로 채택해 디지털 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센서와 렌즈, 이미지 프로세서를 완전히 디지털 카메라와 동급의 부품을 채용함으로써 말 그대로 디지털 카메라급의 품질과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 HDR OFF(좌) HDR ON(우)

3D 입체 공간 인식

얼마 전 구글의 첨단기술 관련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ATAP(Advanced Technology and Projects) 그룹에서 모듈타입 조립식 스마트폰인 아라 프로젝트에 이어 탱고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탱고 프로젝트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제 입체 공간을 인식하는 기술로, 프로토타입으로 함께 공개한 탱고폰 후면에는 메인 카메라와 모션 트래킹 카메라, 그리고 심도측정 센서를 갖추고 있다. 탱고폰을 켜서 실내 곳곳을 동영상 촬영하듯이 스캔하면 카메라의 움직임과 영상에서 측정된 심도, 즉 거리 정보를 이용해서 실내의 벽이나 가구 등 구조물을 모두 입체로 인식하고, 이후 일어나는 물체의 이동이나 동작을 감지하게 된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실제로 실측한 것과 거의 동일한 실내 모델링 데이터와 가구 오브젝트 등을 합쳐서 미리 가구 배치를 확인해보는 등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구성이 가능하며, 어두운 곳에서도 실내의 구조를 확인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를 응용하면 스캐닝 속도나 프로세싱 성능을 더욱 개선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실내 내비게이션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탱고 프로젝트에는 옴니비젼과 모비디우스, 보쉬 등 관련 업체와 대학, 연기기관 등 16개 기관이 동참하고 있으며, 이 기능은 디지털 카메라의 앞선 성능과 기능을 스마트폰이 따라가는 기존의 형태와는 달리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진입하지 못한 새로운 카메라 응용 시장을 스마트폰이 먼저 앞서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런 융합 기술의 측면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를 앞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휴대성과 복합기능은 더욱 뛰어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과 성능은 앞서 개발된 디지털 카메라를 뒤쫓아 동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는 형상이지만 일부 기능에 있어서는 오히려 디지털 카메라를 능가하고 있기도 하다. 3D 공간 인지 스캐닝과 같은 기술도 그러하지만 당장 우리 실생활에 연관된 점만 찾아보더라도 우선 휴대성에 있어서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 생활에 필수가 되어버린 휴대전화에 카메라 기능이 추가된 형태이기 때문에 별도로 휴대한다는 개념이 전혀 들어가지 않으며, 크기와 무게 또한 디지털 카메라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가볍다. 또한 GPS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한 곳의 위치정보를 함께 저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기능이며, Wi-Fi나 데이터 통신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진의 공유나 소셜 네트워크 업로드와 연동 등의 기능은 오히려 디지털 카메라가 스마트폰의 그것을 따라서 변해가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스펙 경쟁, 이제는 카메라 기능으로

스마트폰의 스펙 경쟁이 어느 정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많은 수의 코어와 빠른 동작 클럭의 프로세서, 대용량 램과 저장장치, 크고 선명한 Full HD급 이상의 디스플레이 등이 이제는 고사양 스마트폰에서는 기본이 되다시피 하였으며,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현재 사용중인 스마트폰 단말기의 성능 자체에 큰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스펙만 높아진 신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스펙 경쟁의 침체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재료로 기본 스펙 이외의 다른 부분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인간의 눈에서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것과 흡사하게 액체에 전극을 연결해서 두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유리 렌즈를 대신하는 액체 렌즈 기술도 계속 연구되고 있으며, 렌즈 교환형 D-SLR 카메라처럼 스마트폰 카메라에 렌즈를 덧대거나 교체할 수 있도록 바요넷 마운트를 채택하는 등의 기술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런 점에서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된다.

▲렌즈 탈부착형 스마트폰 카메라 마운트

▲액체렌즈

앱스토리(www.appstory.co.kr) | 원수연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