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기대를 모은 타이젠, 차세대 운영체제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계속되는 출시연기로 인해 그 기세가 한 풀 꺾여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갤럭시S5와 더불어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2와 기어핏에서 타이젠 운영체제가 탑재되고 지난 6월, 첫 타이젠 스마트폰인 삼성Z가 공개되면서 타이젠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운영체제 종속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언급하고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타이젠, 과연 기존 iOS, 안드로이드 2강 구도를 흔들어놓을 수 있을지 타이젠의 전망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삼성의 타이젠? 모두의 타이젠!
개발초기부터 표면적인 성과를 발표한 기업이 삼성일 뿐, 사실 타이젠은 삼성의 독자적인 운영체제가 아니다. 타이젠은 2011년 9월, 리눅스재단에 의해 발표된 모바일 운영체제로서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PC, 스마트TV, 넷북 등 다양한 기기에 작동하도록 구축되어있다. HTML5, 자바스크립트, CSS와 같은 웹표준을 지원하며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동일한 오픈소스형이기에 누구든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삼성, 인텔, 화웨이, 파나소닉과 같은 제조사와 SK텔레콤, KT, NTT도코모 등 통신사 들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중이다. 이 중 선진기술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 삼성과 인텔이다.

▲제조사는 물론, 통신사까지 총14개 업체가 참여 중

미래지향형OS, 사물인터넷에 최적화
iOS는 애플 고유의 폐쇄적인 운영체제이기에 논외로 하고 동류의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비교했을 때 타이젠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HTML5, 자바스크립트, CSS3 기반 웹 애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C++ 기반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 이 둘을 합친 하이브리드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본지 3월호에 소개된 ‘HTML5 in 하이브리드앱’에서 언급된 부분인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앱은 대부분 네이티브 앱이다. 기기 내 설치가 필요하고 저장 공간을 사용하며 호환성이 낮은 단점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웹 앱인데 이를 개발 및 사용하려면 HTML5와 같은 언어를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환경에선 이러한 최신개발언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상용화초기부터 다양한 최신개발언어를 지원하는 타이젠은 그 가능성이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HTML5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강점

높은 호환성도 타이젠이 가진 특징이다. ‘크로스 카테고리’라 하여 스마트폰, 태블릿PC에만 국한되지 않고 카메라, 노트북은 물론 TV, 자동차, 에어컨, 냉장고 등 다양한 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할 정도로 쾌적한 개발환경과 높은 호환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소개한 다양한 개발언어 지원과 더불어 디바이스 API, 크로스 아키텍쳐 등이 지원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드로이드 앱을 타이젠 앱으로 손쉽게 변환해주는 플랫폼도 개발되었기 때문에 타이젠의 호환성은 타 운영체제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이를 통해 타이젠은 모바일 기기 뿐 아니라 향후 실현될 사물인터넷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천하, 우리에겐 타이젠이 필요했다
안드로이드OS는 오픈소스 운영체제이지만 구글이 개발을 주도하고 오리지널 버전을 배포하면 이를 제조사가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UI와 시스템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애플 iOS로 인해 윈도모바일이 침체되던 2009년 당시 이에 대적할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외에는 존재하지 않은데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이를 채택하고 제품에 적용하게 되었다. 이 전략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세계 88개국의 운영체제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전체평균이 67.5%가 안드로이드의 것으로 나타나 iOS의 15.7%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IDC 또한 올해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80.2%로 전망하고 있어 상승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안드로이드 세상이다

확실히 겉보기엔 위험부담이 적고 시장전망도 좋은 매력적인 운영체제이지만 그 뒤편에는 구글과 관련기업과의 마찰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구글에서는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들의 부팅단계 화면 하단에 ‘Powered by Android’라는 문구를 반드시 노출시키라고 공고한 바 있다. 자사 운영체제의 개발사가 누구인지, 구글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한 전략이었다. 일반 소비자가 보기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독자적인 운영체제가 아니기에 구글이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제조사 입장에선 치욕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통신사와의 마찰도 존재한다. 올해 1월, 구글에서는 구글플레이에서 판매되는 애플리케이션의 판매수익 배분비율을 수정했는데, 통신사가 가지는 수익이 대폭 줄어들어버렸다. 구글플레이의 판매수익 중 70%는 개발자가, 나머지 30% 중 27%는 통신사, 3%는 구글이 갖는 구조였다. 이중 개발자 수익은 그대로 하고 나머지 30% 중 절반인 15%를 구글이 가져가도록 변경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통신사의 수익은 절반가량 줄어들어버린 것이다.

두 사례는 분명 업계에 타격을 줄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구글이 이보다 더한 정책을 펼치지 않으리란 보장은 결코 없다. 마음만 먹으면 운영체제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지불하라고 통보할 수도 있으며 통신사 자체 앱 마켓의 서비스 자체를 중지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하드웨어 기술만 선도적일 뿐 ‘소프트웨어 종속 기업’으로 낙인을 찍혀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낼 필요가 있었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타이젠이다. 이 또한 리눅스재단의 프로젝트이기에 그 끝은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명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운영체제는 오픈소스라 해도 운영방식에 차이가 있다.

타이젠은 리눅스 재단과 타이젠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팀이 전반적인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비영리 단체인 ‘타이젠 협회’에서 운영체제의 방향성, 기능 개선, 상품화주도,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타이젠 협회에 삼성전자와 인텔이 메인기업으로 있으며 기타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이사회로 구성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독점체제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사물인터넷에 알맞은 운영체제란 점도 타이젠 개발이 각광받게 된 이유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인텔이 타이젠 개발을 주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격하게 된 타이젠, 제품군도 다양
첫 공개이후 약 3년 가량의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그간 타이젠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카메라
삼성 NX300
2013년 3월 출시

2030만 화소급 이미지 센서에 듀얼밴드 Wi-Fi 기능을 갖춘 미러리스 카메라로 오토포커스 기능이 강화되었으며 Wi-Fi 다이렉트 기능을 통해 인터넷 연결 없이 모바일 기기와 연동사용이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다. 출시 당시에는 운영체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나 이 제품에 타이젠이 탑재되었다는 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상당 시간이 지난 11월 경, ‘타이젠 개발자 서밋 코리아2013’ 행사에서 타이젠 기술운영그룹 공동의장인 최종덕 삼성전자 부사장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NX300에 탑재된 운영체제는 타이젠이 맞으며 버전은 1.0이라 밝혔다. 이후 출시된 개선 버전인 NX300M에도 동일한 운영체제가 탑재되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빠른 부팅 외 운영체제로서의 강점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타이젠 탑재 기기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모를 보인다.

웨어러블
삼성 기어2&네오,
기어핏
2013년 3월 출시

실질적으로 타이젠 운영체제의 사용성과 강점을 드러낸 제품은 바로 기어2와 기어2네오 그리고 기어핏 3종이다. 전작 갤럭시기어와 유사한 UI로 디자인되었지만 사용성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앱의 호환이나 삼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의 연동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배터리인데 갤럭시기어보다 줄어든 용량에도 사용시간은 2~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삼성 Z
2014년 6월 공개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삼성 타이젠폰이 Z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 4.8인치 디스플레이에 2.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Z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스펙은 아니지만 이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NX300에서도 언급된 빠른 부팅 시간은 물론, 메모리관리 능력이 탁월하며 전력소모율 또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차적으로 러시아에 출시되며 이후 타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서는 타이젠 운영체제의 장점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는데, 이는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들이 대부분 증명해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타이젠의 장점
1. 메모리 관리능력 향상으로 인한 부팅시간 단출
2. 더욱 부드러워진 멀티태스킹
3. 인터넷 사용 시 2D는 물론, 3D 콘텐츠도 쾌적하게 이용 가능
4. 안드로이드 기기 대비 저전력 설계
5. 모바일 기기를 넘어 스마트TV, 차량용 인포에도 탑재가 가능

전망이 밝다? 흔들리는 타이젠 연합

출시된 제품들을 보면 스마트폰을 비롯해 카메라, 웨어러블까지 카테고리가 다양함을 알 수 있으며 여기에 삼성은 스마트TV에도 타이젠을 탑재해서 출시할 것이라 밝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타이젠의 향후 시장성은 보장된 것일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타이젠의 현황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타이젠 내 문제점이 가장 심각한데 먼저 타이젠 결과물의 잇따른 출시지연을 들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프랑스의 오렌지텔레콤, 일본의 NTT도코모에서는 작년 하반기까지 타이젠폰을 선보일 것이라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출시된 스마트폰은 삼성Z에 불과하다. 이 또한 시기가 한참 지난 올해 6월에나 이뤄졌다.

▲말만 앞설 뿐, 제품출시는 미정인 NTT도코모

기업들의 잇따른 탈퇴현상도 문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타이젠 협회에 참여한 기업인 일본의 NEC가 연합에서 탈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주력 기업인만큼 후지쯔나 파나소닉에서도 타이젠 협회의 탈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외 기업들도 참여만 했을 뿐 운영체제 개발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운영체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인텔과 삼성전자 밖에 없는 셈이다.

▲NEC가 스마트폰 시장에 철수하면서 타이젠 협회에서도 탈퇴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해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운영체제는 아니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Z가 러시아에 우선 출시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타이젠을 주력이 아닌 보조적인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타이젠 고유의 특장점이 없다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웹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되어 있고 앞서 소개한 장점들이 존재하지만 상용제품을 들여다보면 경쟁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비교했을 때 카피캣 수준으로 유사해 경쟁력이 전무한 상태다. 앱 생태계 활성화 미흡으로 인한 대응책으로 안드로이드 앱 호환을 선택한 것이 최선책이었겠지만 악수였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타이젠 만의 색깔이 없다

타이젠의 입지, 외부적인 문제도 존재
현재 전망이 어두운 것은 내부적인 문제 뿐 만이 아니다. 타이젠 외 신흥OS들과의 경쟁구도와 더불어 구글의 회유전략도 만만찮기 때문. 제3의 OS는 타이젠 외에도 2개가 더 존재한다. 타이젠과 비슷한 시기에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캐노니컬의 우분투 운영체제가 공개되었는데 당시 전망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기업들이 연합을 이룬 타이젠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 전망했지만 현재 성적표를 보면 파이어폭스의 성장세가 가장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가 위주로 출시하는 건 삼성전자와 동일하지만 더 빠르게 상용화를 이뤘고 여기에 성과가 좋아지자 기존 ZTE, 알카텔루슨트는 물론, LG전자와 화웨이에서도 제품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빠르게 움직이는 모바일 시장에서 모질라에서는 파이어폭스 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저가 스마트폰으로 공략함은 물론,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 부품까지 제조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어 상당히 적극적이다. 타이젠은 이러한 신속성이 부족했다. 더 나은 자본과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굼뜨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어폭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현 시장

구글이 파편화된 제품 통일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하는 ‘안드로이드 실버’ 또한 타이젠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안드로이드 실버는 기존 넥서스 레퍼런스나 구글 에디션 정책보다 더욱 진보한 형태의 프로젝트로 해당 인증을 받은 단말기는 최대한 순정 상태의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음은 물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빠르게 적용된다. 통신사나 제조사 선탑재 앱의 사용을 자제하는데다 모든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를 단일화시키는 움직임은 분명 독과점 행태로 보일 수 있겠지만 관련기업들에게 10억 달러 규모로 투자를 해주고 소프트웨어 개발비용을 절감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또한 내실을 다지고 있는 상태

타이젠의 흥망성쇠, 삼성에게 달렸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종합해보자면 현재 타이젠의 시장 상황은 좋지 못하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손을 놓은 상태라고 정리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타이젠을 실패한 운영체제라고 정의해버리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타이젠의 뒤엔 글로벌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 스마트폰 출시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제품의 타이젠 운영체제 탑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태다. 기존 갤럭시기어도 타이젠 운영체제로 판올림시킴은 물론, 스마트TV 출시까지 계획하고 있다. 포화상태인 스마트폰 대신 블루오션인 웨어러블과 스마트TV, 이외 가전이나 자동차에 타이젠을 적극적으로 적용시켜 모바일 시장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것이란 전망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타이젠은 분명 미흡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다OS와 같은 일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

앱스토리(www.appstory.co.kr) | 신효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