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국의 발전사

어느덧 중국의 황금색 물결은 IT, 게임 시장을 넘어 글로벌 스마트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스마트폰과 콘텐츠 시장의 발전을 발판삼아, IT붐에 이어 다시 한 번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던 국내 IT 업계는 중국발 황사 바람으로 이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후발주자로 볼 수가 없는, 우리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도 위협적인 경쟁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야 말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중국의 스마트 시장, 그리고 그 전의 IT 시장의 발전사를 연대별로 돌아보고 기록해 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백전백승’을 장담하긴 힘든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도 중국을 짝퉁천국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은‘ 지피지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니까 말이다.

1966.08.08. 중국 문화대혁명 발발

중국 문화의 멸망

공산국가로 거듭난 중국은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고, 탈권위를 위해 기존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다시 그 모든 걸 새로이 구축하고자 했다. 1966년 8월 8일 마오쩌둥의 논평에 맞춰 중국 공산당이 발표한‘ 16개항’은 옛것을 모두 배척하기 위한 중국‘ 문화대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문화대혁명을 기점으로 중국은‘ 낡은 것’을 비판과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파괴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인류 역사상 언제나 세계 최고의 문화 강국이었던 중국은 특히 문화 콘텐츠에 있어 문화적 약소국으로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고립되었고,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문화와 산업 전반을 추락시켰다

1997.01.10. 홍콩 반환

문화 부흥의 시발점

문화적으로 몰락한 중국 내륙과는 달리 영국령이었던 홍콩은 90년대 아시아 문화의 선봉대에 선 지역이었다. 홍콩 영화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헐리우드에서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고, 일본 만화와 서양의 극화풍이 혼합된 만화도 나름의 시장을 이룬 문화 강국(?)이었다. 이랬던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었고, 홍콩의 문화적 발판은 고스란히 중국으로 흡수되었다. 지금의 중국이 문화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영국령의 홍콩이 쌓아놓았던 문화적 자질이 그 기반으로 작용한 덕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홍콩 반환식, 홍콩의 문화를 고스란히 중국이 흡수하다

1997.10.22. 최초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8848’ 서비스 개시

온라인이 산업으로 녹아들기 시작하다

중국 최초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1997년 설립된‘ 8848’의 B2C(Business toConsumer) 쇼핑몰이었다. 8848은 비록 내부적인 경영 사정 때문에 대형화/활성화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후 타오바오와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중국 내부에서 자리 잡을 토양을 마련했다. 온라인 쇼핑으로‘ 돈을 번다’는 개념이 낯설었던 중국에, 본격적인 온라인과 산업의 교차점이 생겨난 것이다. 1998년에는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가 270만명, 밀레니엄 전후만 하더라도 중국 전체를 통틀어 1,000만 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이후 중국의 인터넷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해 고속 성장 단계를 지난 2008년에 이르러서는 약 7,400만 명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정도로 엄청난 시장을 이루게 된다.

▲중국 제1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2000.01.18‘. 중국의 구글’ 바이두 설립

중국 콘텐츠, 자국화를 시작하다

중국의 구글로 이야기되는 바이두를 비롯해, 지금의 중국 IT 시장을 주름잡는 대형기업들 그리고 시장의 주요 인물들이 2000년 무렵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무리 속에서 그를 천 번이고 백 번이고 찾는다(千百度)’는 한 시구에서 사명을 가져 온 바이두는 무리한 사업분야의 확장 없이 꾸준히 검색 엔진을 발전시켜, 2013년에는 자산총액 709억 위안(한화 약 12조 원)의 규모로 성장했으며, 대표 리옌훙은 2013년에는 부동산 재벌 왕제린 완다그룹 회장을 제치고 중국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다.

▲중국 제1의 부자가 된 바이두의 CEO 리옌훙 (2013년 기준)

2004.01.14. 제1회 차이나조이 개최

중국의 게임 콘텐츠, 세계에 알려지다
중국에서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2004년 치러진 ‘차이나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노하우의 부족 때문에 허술하게 치러져 제1회 대회는 주변국으로부터는 비웃음을 샀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전과는 달라진 중국 게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는 충분한 규모의 게임 콘텐츠 쇼였다. 이후 꾸준히 매년 치러진 차이나조이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세계 3대 게임쇼(도쿄게임쇼, 게임스컴, E3)의 뒤를 잇는 대규모의 게임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규모면에서는 지스타를 압도할 정도인 중국의 게임쇼, 차이나조이

2006.10.27. 문화건설계획 발표

중국의 문화 부흥책, IT와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중국 과학기술부는 11차 5개년 문화건설계획을 2006년 발표했다. 이 계획안은 문화산업원구, 국가문화산업시범기지, 국가애니메이션게임산업기지의 건설을 통해 게임산업의 규범화, 집약화, 전문화를 촉진시킬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계획기간 동안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의 콘텐츠, 문화산업의 발전은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중국 IT, 게임,콘텐츠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계획 3년차인 2009년에는 게임 완미세계의 개발사 완미시공이 3,000만 달러가 넘는 해외시장에서의 영업수익을 거둬들이기에 이르렀다.
중국 콘텐츠가 자국을 넘어 해외로 적극적인 진출을 시작한 것 이다.

▲중국의 WoW로 소개돼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완미시공의‘완미세계’

2008.07.25. 텐센트, 크로스파이어 서비스 개시

한국 게임을 시작으로, 텐센트 제국의 시작

국내 게임 업계에 가장 많은 자본을 투입한 중국 기업으로는 단연‘ 텐센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텐센트는 최근 넷마블에 5,330억 원을 투자한 회사로,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회사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은 엄청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텐센트가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크로스파이어’의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바로 2008년이었다. 한 때 텐센트 대표가 직접 국내 게임회사의 워크샵 자리까지 찾아와 ‘한국 게임을 소개해 달라’며 간청한 것은 유명한 에피소드. 우리나라 게임 ‘세피로스’의 2003년 8월 중국 시장 서비스 이후, 텐센트는 여러 한국 게임의 성공을 발판으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는 시가총액 160조 원 규모의 콘텐츠 공룡으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 게임 하나 만으로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2009.01.07. 중국 3G 통신망 상용화

서서히 모바일 혁명을 준비하다

지금의 중국인들은 10명 중 5명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급격한 인터넷 보급률 상승을 이뤄낸 것은 중국 정부가 내놓은 정보화 추진 정책과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기간망 건설의 덕이었다. 중국의 정보화 추진 정책과 더불어 광대역 통신망 보급과 신설 이동통신망 구축이 함께 이뤄졌으며, 이것이 바탕이 되었기에 모바일 기기의 빠른 보급과 콘텐츠의 다양화도 진행될 수 있었다. 중국이 3G 이동전화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불과 2009년인데, 그로부터 5년 남짓한 시간 동안 중국의 모바일 시장은 3G 통신망 상용화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게 된다.

▲중국의 3G 독자규격 TD-SCDMA 프로젝트에는 SKT도 힘을 보탰다

2009.10.30. 아이폰3GS, 중국 출시

스마트폰 혁명의 시발점, 모든 것의 시작

우리나라에 스마트 혁명을 불러온 것이 KT의 아이폰3GS 출시와 보급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2009년 아이폰 3GS의 판매가 개시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 시장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아이폰 3GS는 중국의 2위 이동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을 통해 2009년 10월 처음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비록 중국 정부의 간섭으로 와이파이 기능이 제거돼 다른 나라와는 다른 스펙으로, 게다가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아이폰 3GS였지만 중국 모바일 시장의 관심을 스마트폰으로 끌어오기에 이 ‘사건’은 충분한 규모의 충격을 가져다줬다.

▲당시에는 국내에도 중국처럼 와이파이가 제거된 아이폰이 출시될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2011.01.31. 미성년자 온라인 부흥책

게임에 대한 파격적인 정부의 지원책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게임’이란 콘텐츠는 기성세대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콘텐츠였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 게임 5시간 이상 플레이금지, 폭력적인 게임 금지 등 강력한 인터넷 규제를 펼쳐왔다. 과몰입 방지를 위해서 3시간이상 플레이 시 경험치 획득량을 절반으로, 5시간 이상 플레이시 경험치는 물론 아이템까지 획득할 수 없는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됨에 따라, 강제규제를 각 업체별 ‘자율규제’로 변경하고 시장을 진흥하는데 보다 더 집중하는 것으로 게임 및 온라인콘텐츠에 대한 방향이 바뀌었다. 2011년 시행된 미성년자 온라인 부흥책은 이에대한 중국 정부의 자세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시책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게임 과몰입에 대한 우려를 뒤로 하고, 산업 보호에 힘썼다

2011.08.16. 샤오미 MI-ONE 발표

스마트폰 디바이스 시장으로의 첫 걸음

이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새로이 부상하는 삼성전자의 라이벌‘샤오미’가 자사 최초의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2011년 8월 공개했다. 샤오미는 이전부터 MIUI라는 안드로이드OS를 커스터마이징한 자사 고유의 OS를 서비스해 온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었는데, MIUI 이용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2011년 역사적인 자사의 첫 스마트폰 MI-ONE을 발매하게 된다. 첫 시제품부터 해외 유수의 언론의 호평을 들었던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이후 꾸준히 이용자층을 늘려가, 마침내는 중국 내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라인업의 점유율을 누르고 중국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아이폰 시리즈와 비교되고 있는‘ 중국의 아이폰’ MI 라인업

2012.01.22. 디즈니 게임,‘ 물 좀 주세요’ 중국 출시

세계 시장이 중국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하다

폐쇄적인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시장’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무렵부터였다. 이전에도 중국 현지 사정에 맞춰 현지화를 거쳐 성공한 ‘앵그리버드’가 있었으나, 앵그리버드의 단발적 폭격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의 글로벌 기업이 중국을 겨냥해 게임 콘텐츠를 출시한 것은 디즈니의 ‘물 좀주세요’가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명 '???洗?'으로 출시된 이 게임을 시작으로 많은 글로벌 게임 업체들이 중국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하게 됐으며, 이를 촉매제로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이루게 된다.

▲ 디즈니는 중국에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2013.12.04. 중국의 4G 시대 개막

중국 3대 이통사에 4G 사업권이 부여되다

3G 통신망 상용화 이후 5년 동안 중국의 모바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스마트폰 시대를 맞은 이후에는 자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4G 서비스 상용화는 우리나라, 미국, 일본보다는 뒤처진 것이긴 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마침내 중국이 통신 시장에서 유럽을 제치고 앞서나가기 시작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차이나모바일이 가지고 있는 기지국 수는 유럽 전역에 설치된 기지국의 수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의 4G 상용화는 개시는 늦었지만 발전 속도는 이미 다른 나라의 그것을 아득히 추월했다

2014.08.04. 삼성전자, 1위 자리를 내놓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 샤오미가 차지하다

2014년 8월 14일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카날리스가 발표한 조사자료는 국내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의 자리를 내놓았다는 결과 때문이었다. 2014년 2부기 카날리스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휴대폰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던 삼성전자가 2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3년 불과 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샤오미는 1년 만에 240%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어닝쇼크를 맞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현재 중국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인이 된 중국의 스티브 잡스, 샤오미의 레이쥔 CEO

2014.09.19. 알리바바 뉴욕 증시 상장

세계 2위의 IT 업체가 중국에서 나오다

마침내 세계 2위의 IT 공룡이 중국에서 탄생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지난 9월 뉴욕 증시 시장에 상장했으며, 개장 직후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92.70달러에 거래가 시작돼 시가 총액으로 페이스북을 넘어 구글에 이은 세계 2위의 거대 IT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알리바바의 시가 총액은 야후의 6배, 동종업계인 아마존의 2배, 이베이의 3배에 육박하며, 중국의 바이두와 텐센트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이제 중국의 IT 기업, 그리고 중국 시장은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 한정해서 봐서는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봐야 한다.

▲알리바바의 주식 공모는 뉴욕 증시 기업공개로는 사상 최대의 규모로 집계되고 있다

앱스토리 매거진(www.appstory.co.kr) | 최덕수 기자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