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는 연말에 그 해의 단어를 선정해서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옥스포드가 올 해 선정한 단어는 이모지(Emoji)의 이모티콘 중 하나인,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 이었다. 이모지란 일본어로 E(그림)+Moji(문자)를 뜻하는데, 여러분의 스마트폰의 자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모지는 단어나 문장이 아닌 다양한 표정과 사물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의미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그림문자’를 뜻한다. 이모지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모티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그 시장 또한 커진 것을 증명한다. 또한 유명 만화가나 캐릭터들만 이모티콘을 제작했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도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모티콘을 만드는 것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응슷응’ 이모티콘도 있었으니까, 우리도 할 수 있다.

▲ 2015년 올 해의 단어로 지정된 이모지

이모티콘, 시장은 얼마나 큰가?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대화할 때, 남녀노소가 가리지 않고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는데, 과연 그 시장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이에 카카오톡에서는 2011년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가 오픈 된 이후 축적해온 그동안의 숫자를 공개했는데, 그 수치가 어마어마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 등록된 이모티콘의 개수는 2011년 6개로 시작하여 현재는 현재는 3천 개를 넘어섰으며 누적 구매자 수는 1천만 명에 이른다. 또한 한 달 동안 날아다니는 이모티콘의 개수는 20억 개에 달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카카오톡에서만 백억 단위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라인 등 다른 메신저를 포함하면 천억 대의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수치는 국내기준이며 전 세계를 통틀어서는 5천억 원대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향후엔 조 단위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발전 가능성이 미지수인 시장이다.

내가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2010년 카카오톡 2011년 라인이 연달아 국내 메신저 시장에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메신저 모두 이모티콘 서비스를 도입했다. 초창기의 이모티콘 서비스는 당시 유행하던 웹툰을 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만들어졌다. 카카오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모티콘을 도입할 당시 판매를 목적으로 한 콘텐츠보다는 메신저 사용에 재미를 붙이기 위한 수단쯤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 이런 것을 누가 사겠냐는 의문을 잠재우며 카카오톡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의 라이벌 포지션에 위치한 라인도 스티커라는 이름으로 이모티콘을 판매했으며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만큼 애니메이션 관련 스티커를 출시하며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라인은 주로 국내 성장을 도모했던 카카오톡과는 달리 해외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어온 라인은 해외 사용자를 위한 스티커도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이렇게 매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는 이모티콘 시장은 인기 작가들과 업체들만 시장에 입점하던 과거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들에게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카카오톡과 라인 그리고 비트윈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 모두 업체와 개인 모두를 포함하여 자격요건 없이 이모티콘 상품 제안서를 받고 있으며 그에 따라 더욱 더 개성 있고 다양한 이모티콘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이 이모티콘 스토어에 입점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는 것을 넘어 수입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시스템 상 모든 제작자들에게 해당되진 않지만, 매출 상위권에 있는 이모티콘을 제작했다면 본업으로 삼아도 될 정도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팬시 사업 등 관련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면 1인 기업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캣츠멜로디는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제작되어 판매중이다

이모티콘이 등록되는 과정

카카오톡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 입점하기 위한 자격은 개인과 단체 상관없이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누구나이다. 이모티콘의 제작과 입점 진행은 모바일이 아닌 PC로 이루어지며, 카카오톡 홈페이지의 서비스 제안 메뉴에서 가이드를 받아 제안서와 이모티콘 초안을 전달하면 카카오 측에서 검토 후 입점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모티콘의 콘셉트는 제한이 없으며 제공되는 제안 가이드에 따라 규격에 맞는 이모티콘의 그림 파일과 이모티콘의 콘셉트, 캐릭터의 특징 등을 정리하여 제출하면 된다. 다만 콘셉트에 제한은 없지만 다양한 감정을 풍부하고 개성 있게 나타낸 이모티콘이 좋다거나, 비속어 혹은 그런 표현 등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기본적인 사항은 지켜야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제안서 제출 후 제안이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바로 이모티콘 스토어에 입점 되지는 않으며, 카카오 측과 몇 달간 지속적인 교류를 거쳐 이모티콘을 보완하고 다듬어 최종적으로 계약을 맺고 입점하는 형식이다.

▲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 입점하기 위한 이모티콘의 규격

▲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 입점하기 위한 과정

물론 모든 제안이 전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매 달 수백여건 이상의 제안서가 카카오 측에 전달되지만 스토어에 입점 할 수 있는 이모티콘은 한 달에 50개로 한정되어 있다. 반려되는 콘텐츠는 보완을 통하여 재도전 하거나 다른 콘텐츠를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 측에서는 정해진 매뉴얼에 의해 심사를 하지만 그 기준은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차별성과 독창성 위주로 검토한다고 하니, 역시 참신한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라인 그리고 그 외

라인 또한 개인 혹은 업체를 위한 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안을 통해 만들어진 스티커는 스티커 샵 내부에 크리에이터스 마켓에서 판매한다. 크리에이터스 마켓에 스티커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가이드에 따라 제안서와 이모티콘 초안을 라인 측에 보낸 후 답변을 기다리면 된다. 카카오톡과 다른 점은, 라인은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스티커도 크리에이터스 마켓에서 통합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해외 사용자들을 겨냥한 이모티콘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카카오 측에서 요구하는 이미지보다 더 크고 많은 개수를 요구한다는 것 등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과 라인을 제외한다면 커플들이 애용하는 비트윈과 한 때 높은 인기를 구사했던 텔레그램 등을 꼽을 수 있다. 비트윈도 앞서 소개한 메신저들과 마찬가지로 이모티콘을 판매하는 스토어를 가지고 있으며, 제휴를 통해 스토어에 입점할 수 있다. 다만 그 절차는 외부에 공개되어 있지 않으며 메일을 통한 접촉을 통해 가이드를 받는다. 텔레그램은 이모티콘이나 그 외의 콘텐츠를 위한 스토어가 없으며, 이모티콘을 제작하여 텔레그램 서버에 등록을 한 후에 명령어를 통해 본인 혹은 타인이 내려 받아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 라인의 스티커 샵에 입점하기 위한 가이드 또한 카카오톡 스토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분배는 어떻게?

우수한 콘텐츠와 추진력으로 이모티콘 스토어에 입점을 성공하면 아무래도 수익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과연 이모티콘의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은 어떻게, 얼마만큼 나에게 돌아오게 될까? 현재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앱 내에서 콘텐츠의 판매를 통해 생기는 수익의 30%는 거래수수료의 항목으로 애플과 구글에 지급된다. 그리고 남은 70%를 메신저 회사와 이모티콘 작가가 나누어 가진다. 그 비율에 대해서는 계약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대외비로 알려져 있지만, 절반 정도를 회사 측에서 가져간다고 한다. 참고로 입점하는 과정에 있어서 추가비용은 전혀 없다. 판매 수익을 지급받는 방법은 계좌로 입금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라인 같은 경우 본사가 일본에 있기 때문에 국내 이모티콘 작가들은 페이팔 계정을 통해 입금을 받으며, 세금 계산 등의 절차가 약간은 복잡한 편이다.

또한 이모티콘과 같은 지적 생산물은 저작권으로 통칭되는 소유권의 행방이 중요한 논점이 되기 마련이다. 카카오톡은 자사의 대표 IP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의 원작자가 저작권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공개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으나, 그 이후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휴 가이드에서는 이에 대해 ‘사측이 아닌 창작자 측에서 모든 저작권을 가진다’ 라고 명시해놓았다.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에서는 1,100원이다. 하지만 라인은 구매자들이 전 세계에 분포해 있다

이모티콘 시장의 미래는?

모바일 메신저가 국내에 서비스 된지 5년, 그 안에서 이모티콘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4년이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이모티콘 시장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는데 성공하며 그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이러한 시장의 발전은 창작자들이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좋은 토지와도 같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으며 그 경쟁은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기업과 겨루는 것과 마찬가지인 부분도 있다. 개인에게도 참여의 기회가 주어진 시장이나, 가볍게 참여하기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무턱대고 가벼이 노려볼 시장은 아니다.

그 안에도 이미 수만개의 이모티콘이 경쟁하고 있다.

개인 창작자들이 만든 이모티콘의 상품도 등장 할 수 있을까?

또한 모바일 메신저 회사에서도 향후 이모티콘 관련하여 사업을 다각화하고 확장해 나갈 것인데, 그만큼 수익분배와 저작권 같은 창작자들이 응당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해 적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창작자들의 지속적인 유입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끌어 모은 창작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하는 것 또한 갑이 가지는 중요한 책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도훈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