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입는 컴퓨터, 웨어러블 기기가 대중화되었다. 미국의 리서치 전문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판매량이 2015년 2억 3200만대에서 18.4% 증가한 2억 74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웨어러블 기기의 도약과 함께 라이프로그(life log)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삶의 기록'을 뜻하는 라이프로그는 몸에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웨어러블컴퓨터로,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기록해 완전한 기억과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이프로그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보 보호 및 보안 문제가 해결 되지 않을 경우 가공할 만한 위험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피할 수 없는 미래, 라이프로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라이프로그를 소개한 두 권의 책

빌게이츠, 미래로 가는 길

IT 업계의 예언서로 불리는 책이 있다. 인터넷 산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야후와 넷스케이프 등에 선수를 빼앗겼던 빌 게이츠가 지난 1995년, 심기일전하여 써내려간 IT 산업 전망서 ‘미래로 가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에는 스마트TV, 스마트폰, 전자결제, 멀티미디어 학습, 인터넷쇼핑 등이 상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는데 실제로 대부분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의 혜안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언젠가는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라이프로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그 ‘언젠가’는 이미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시제품으로만 존재하거나 얼리어답터들에게만 주목 받던 라이프로그 제품이 웨어러블 컴퓨터의 상용화와 모바일 서비스의 확산으로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의 미래, 고든 벨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과학자 고든 벨은 70세의 나이에 기억이 흐려져 가는 것을 느끼고는 완전한 기억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my life bits’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의 장기 프로젝트로 이름 그대로 모든 삶을 디지털화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모든 상황을 기록하는 장비를 착용한 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자신의 저서 '디지털 혁명의 미래'에 프로젝트 과정과 라이프로그를 통해 변화할 미래에 대한 예측을 담았다.

그는 저서를 통해 앞으로는 완전한 기억의 시대가 될 것이며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의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래에는 법정에서 증인도 필요하지 않으며 수시로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자신의 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제작된 아바타가 자신의 후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개인의 삶 자체가 기록되는 만큼 보안의 위협에서 어떻게 개인 정보들을 보호할 것인지 하는 문제들은 여전한 과제로 남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이프로그를 통한 삶의 변화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 봤다.

라이프로그는 현재 진행 중

라이프로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기의 소형화, 오래가는 배터리, 저장 공간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초기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기술의 한계로 라이프로그를 실현시키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이런 한계가 극복되면서 라이프로그가 가능해지고 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서비스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SONY 스마트밴드 톡

라이프로그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SONY 스마트밴드 톡을 알고 있을 것이다. 소니 스마트밴드 톡의 대표적 기능은 활동량을 측정하는 것으로, 라이프로그 앱과 연동돼 심박수, 수면량, 걷거나 달린 거리, 소모 칼로리량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측정하고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앱을 통해 나의 현재 활동 상태는 물론, 하루 동안 얼마나 자고 걷고 움직였는지 시간대에 따라 화면 속 움직이는 캐릭터로 쉽게 확인 가능하다.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15만원대다.

Moves

구글 플레이 - 무료

앱스토어 - 무료

카테고리: 건강

용량: 기기별 상이

언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외

개발사: ProtoGeo

이동 경로를 기록하는 서비스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다. 하지만 위치 정보 및 이동 경로 정보는 일상 혹은 여행에서 무척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Moves는 스마트폰의 다양한 센서를 통해 위치 및 활동 정보를 기록하는 앱으로 비교적 정확한 측정으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앱이다. 앱을 실행시켜 두면 GPS와 각종 센서들이 사용자의 이동과 움직임을 파악해 기록해두며 이를 타임라인으로 제공해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Evernote

구글 플레이 - 무료

앱스토어 - 무료

카테고리: 생산성

용량: 기기별 상이

언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외

개발사: EVERNOTE CORP.

다이어리나 수첩에 손 필기로 일상을 기록했던 것처럼 에버노트(Evernote)는 라이브로그를 기록하는 데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에버노트는 텍스트 노트와 음성 메모, 각종 파일, 동영상, 웹 클리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다. 텍스트나 사진, 오디오 업데이트 시 장소와 시간이 정확하게 명시되며,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색 기능도 우수해 방대한 정보를 빠르고 간단히 훑어볼 수 있다. 에버노트에 '라이프로그'라는 동기화 노트북을 만들면, 자신이 갖고 있는 로컬 노트북과 연계되어 앱에 있는 정보를 가져오고나 보낼 수 있어 라이프로그를 기록하기 우수한 편이다.

라이프로그가 가져올 변화들

우리의 모든 삶을 기록해 정리하고 가공해 우리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라이프로그는 우리에게 철저히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기업들에게 제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 할 뿐 아니라 완전한 기억, 다시 말해 디지털화 된 영원한 기억을 제공해 우리의 삶을 영원히 보관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할 것이다. 라이프로그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짚어보고 이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완전한 기억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망각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기억해 뇌의 과부화로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지만 때론 꼭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잊어버려 곤란한 상황에 처하곤 한다. 라이프로그를 통해 우리의 모든 삶을 기록하게 된다면 더 이상 우리는 메모를 하거나 어떤 일을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라이프로그 장비가 기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혁명적인 일이며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여 인간의 삶을 한 단계 높여 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기억하고 싶은 않은 것이 있다면 완전한 기억은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기록들을 남긴다. 하지만 일부 기록의 경우 삭제가 불가능하며 이런 기록들이 언젠가는 사용자의 발목을 잡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위험성 때문에 잊힐 권리를 강조하며 개인에게 자신의 모든 정보를 삭제할 권한을 주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라이프로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축복 혹은 재앙이 될 수 있다.

영원한 삶

디지털혁명의 미래의 저자 고든 벨은 우리가 라이프로그를 통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나 문서를 디지털 파일로 변경해 보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디지털 파일로 저장 될 수 있으며 우리의 아바타에 관련 정보가 업로드 돼 후손들이 디지털화 된 우리 자신과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바타를 통한 영원한 삶은 그 뿐 만 아니라 다수의 미래학자들 사이에서도 예측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들은 ‘유엔미래보고서2040’을 통해 우리의 아바타를 통한 영원한 삶이 미래의 중요한 서비스가 될 것이며 우리의 삶과 죽음을 완전히 바꿔놓을 혁명적 변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일은 라이프로그의 최종단계에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결코 불가능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마저도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유전자 복제가 생체를 물리적으로 복제하는 것이라면 라이프로그는 삶을 디지털적으로 복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적인 복제를 통해 참담한 삶을 살아가는 미래의 복제인간들을 다룬 영화 '아일랜드'처럼 디지털 복제를 통해 형태는 다르겠지만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먼 미래의 일이며 아직까지는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위험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짐작할 따름에 지나지 않는다.

라이프로그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보안

라이프로그를 통해 우리의 모든 삶을 기록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개인정보유출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위협적인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 개인 정보 수준이 아닌 개인의 삶, 그 모든 행적과 일상이 낱낱이 유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본 것, 들은 것, 말한 것, 방문한 곳, 만난 사람까지 모두가 공개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려워 진다.

연례행사처럼, 공공재처럼 개인 정보를 유출하며 보안의 구멍이 나 있는 지금의 기업들에 어떻게 우리 삶의 기록을 내어준단 말인가. 개인정보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던 그들이 개개인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보안의 구멍부터 메우고 나서 라이프로그 서비스를 운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유성아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