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스마트폰의 새로운 형태로 큰 관심을 받으며 이슈화된 기술이 있었다. 바로 모듈형 스마트폰이다. 한 젊은 디자이너가 특정 부품만 고장이 나도 통째로 교체되거나 버려지는 스마트폰을 보고 생각해낸 모듈타입 스마트폰은 단순히 아이디어만 내놓은 컨셉트 디자인으로 시작해서 실제 제품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기대하게 되었다. 이후 실제 양산 제품으로까지 출시된 바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자원의 낭비를 막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된 모듈형 스마트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모듈형 스마트폰의 시작, 폰블럭

2013년 9월,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디자이너 데이브 해킨스는 주요 부품별로 교체가 가능한 모듈 타입의 스마트폰 컨셉트 디자인을 인터넷에 공개했으며, 곧 사용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그보다 약 1년 전인 2012년 말 아깝게 버려지는 스마트폰의 다양한 부품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2013년 초 모듈 타입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9월 공개한 아이디어는 전세계 사용자들과 매체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폰블럭은 베이스 기판에 와이파이, 블루투스, 카메라, 저장장치, 배터리를 비롯한 각종 센서 등 모듈화된 부품을 부착하는 형태다. 반대편에는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로 모듈화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의 장점은 고장이 났을 때 해당 모듈만 새로 교체해 나머지 부품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필요 없는 기능을 제외하고 자주 쓰는 기능을 더 나은 모듈로 선택할 수 있어서 사용자별 최적화된 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

폰블럭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데이브 해킨스는 실제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를 실현해줄 기업을 공개적으로 찾아 나섰으며, 이에 화답한 회사는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 모빌리티였다. 모토로라는 폰블럭을 아라(Ara)라는 명칭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구글로 인수되었다가 다시 레노버로 매각될 때 프로젝트 아라는 구글에 남겨 계속해서 개발을 이어갔다.

초창기 아라는 최소 구성 가격 약 50달러를 목표로 했으며, 다양한 모듈의 개발을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와 각 분야별 유명 제조사와 기술 스타트업 등 다수의 개발자가 참여하는 컨퍼런스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모듈형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된 아라는 시제품이 2015년 초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드디어 올해 5월 개최된 구글의 개발자회의 구글 I/O 16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올해 가을 개발자용 버전을 출하할 것임을 밝혔다. 아라는 내부적으로는 그 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외형이나 기본적인 구조는 처음의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장 세련된 모듈 구조, LG G5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 이후 많은 제조사들이 모듈 타입 스마트폰의 개발에 나섰다. 그 대부분은 프로젝트 아라와 흡사한 레고형 모듈 구조를 채택하고 있었는데, LG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모듈 타입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LG G5는 프로젝트 아라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지만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모듈 구조를 채택했다.

스마트폰 전체의 모든 부품을 모듈화한 것이 아닌, 기본 부품은 그대로 유지한 채 추가적인 기능을 위해 교체형 모듈 구조를 채택한 G5는 스마트폰의 출시와 함께 사운드 성능을 더욱 높이는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과 카메라 기능을 확장하는 캠 플러스 모듈을 공개했다. 일부분만 교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되며, 추가 모듈 없이도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본 방향부터 프로젝트 아라나 폰블럭과는 다소 다르다. 아직까지는 추가 모듈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며, 이후에 출시되는 스마트폰과 호환이 가능할지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모듈러폰, 연이은 실패

모듈형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프로젝트 아라는 여전히 상용화를 위한 개발이 진행 중이고, LG G5는 상용화에 성공했고 어느 정도 판매량도 달성했지만 완전한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모듈형 스마트폰은 아직은 시기상조일까? 실제로 폰블럭과 같이 직접 제조하지는 않고 아이디어와 기술만 라이센싱하여 모듈형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려던 Vsenn은 결국 간단한 사양만 공개된 상태로 실체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프로젝트를 접었다.

프로젝트 아라와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먼저 양산될 것으로 보이던 FonKraft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모듈 구조를 이용해 사용자가 완전히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아닌, 몇몇 다른 모듈의 구성으로 각 기능별 특성화된 모델을 내놓은 형식이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서 펀딩을 진행하던 FonKraft는 실제 제품화의 가능성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캠페인이 중단되고 현재는 회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아라의 경쟁자로 떠올랐던 FonKraft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보호케이스에 다양한 모듈을 장착해 스마트폰의 부족한 성능과 기능을 보완하려고 시도했던 EVOL 역시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을 진행했지만 목표액의 절반도 도달하지 못하면서 캠페인이 취소되었다.

펀딩에 실패한 모듈형 케이스 EVOL

문제점, 넘어야 할 산

모듈형 스마트폰의 개발 실패나 지나치게 길어지는 개발기간으로 상용화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CES 2014에서 샘플이 전시되어 출시가 기대되던 ZTE의 에코-뫼비우스는 이후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으며, 핀란드의 서큘러 디바이스가 개발하는 퍼즐폰은 지난해 겨울 인디고고에서 진행하던 크라우드 펀딩이 목표금액의 50%도 미치지 못해 종료된 후 간간히 소식만 들려올 뿐, 언제 상품화되는지는 알 수 없다.

2년째 무소식인 ZTE 에코-뫼비우스

클라우드 펀딩 실패한 퍼즐폰

여전히 정착되지 않은 모듈형 스마트폰에게는 아직 많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모듈의 개발에 다양한 제조사의 참여를 유치해야 한다.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모든 모듈을 직접 만든다면 모듈의 종류도 많지 않고 모듈의 전문화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각 분야별로 유명한 전문 제조사를 모듈 개발에 끌어올 수 있다면 모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각 모듈별 확실한 성능과 기능의 향상으로 모듈형만의 장점을 십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제조사를 모아 생태계를 만들어야만 모듈형 스마트폰의 시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폰블럭 커뮤니티에 참여한 기업들

디자인 역시 모듈형 스마트폰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모듈의 선택으로 내가 원하는 기능이 특화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모듈형 스마트폰의 외형은 대체로 리테일 시장에서 팔리는 단말기라기보다는 연구개발용 시제품의 느낌이 강하다. 스마트폰 구매 시 선택 기준이 기능과 성능, 가격 등도 있지만 디자인 또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편리한 모듈화에 못지 않은 유려한 디자인도 갖추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모듈형 스마트폰이 개발 단계에서 연결 부위가 불안정한 현상을 보였다는 소식이 있어 제품의 완성도와 신뢰도 역시 모듈형 스마트폰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선

모듈형 스마트폰이 반드시 조립식 장난감이나 레고 블럭처럼 여러 조각으로 끼워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한다면 얼마든지 기존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다른 기능을 덧붙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 하나의 예가 LG의 G5이며, 최근 발표된 모토로라의 모토 Z 시리즈 역시 색다른 발상으로 모듈타입을 적용한 제품이다. 모토 Z는 후면에 단 하나의 모듈을 부착해 한 가지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부분의 기능 개선을 가능케 했다. 이는 LG G5와도 흡사하지만, G5 모듈의 단점인 장착 시 재부팅의 문제와 이후 모델에서 호환될 가능성이 낮다는 문제를 해결했다.

페어폰2(Fairphone 2)도 색다른 접근으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페어폰2는 LG G5에 앞서 지난해 출시해 세계 최초의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제품으로, 공정무역과 도덕적 소비를 위해 소재의 원산지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페어폰2는 성능개성이나 기능추가를 위한 모듈 구조가 아닌, 저렴한 비용에 누구나 손쉽게 수리해 자원의 낭비를 막고자 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기본 뼈대와 주요 부품이 포함됨 코어 모듈과 카메라 모듈 등 총 5개의 모듈과 디스플레이 모듈, 배터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든 모듈을 별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에 이미 공개되었거나 시도된 형태가 아닌 새로운 발상과 방향, 그리고 시선으로 개발한다면 좀 더 다양하고 실용적인 모듈형 스마트폰을 만들어내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