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초창기 스마트폰에서는 꿈도 꿀 수 없던 기능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있으며, 이러한 신기술이 시간이 지나면서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의 방수 기능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이며, 지문인식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관련 신기술은 바로 무선 충전이다. 비단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전기와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인 무선 충전은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또 어떤 형태로 변화하고 있을까?

보호 케이스로 시작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스마트폰에 무선 충전 기능이 추가된 초창기에는 스마트폰 자체에 무선 충전 기능이 채택되기 이전에 스마트폰 보호 케이스에 무선 충전 기능이 내장되었다. 스마트폰 보호 케이스 후면부에 코일을 집어넣은 무선 충전 케이스는 무선 충전 기능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기종에도 무선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종의 제한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뛰어난 편리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코일과 함께 무선 충전 관련 회로까지 케이스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케이스의 두께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으며, 스마트폰 단말기를 타 기종으로 교체하게 되면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보호케이스형 아이폰 무선 충전기

보호케이스형 갤럭시 무선 충전기

무선 충전 기술이 적용된 보호 케이스 이후 스마트폰에 본격적으로 무선 충전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나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최신 모델들이 무선 충전 기능을 기본 제공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무선 충전의 일인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가장 국내에서 가장 먼저 무선 충전 기술을 스마트폰에 적용한 선구자는 LG전자다. LG전자는 2012년 출시된 옵티머스 LTE2부터 꾸준히 일부 플래그십 모델에 무선 충전 기능을 지원했다. 하지만 무선 충전 기능을 기본 제공한 것은 아니며, 무선 충전 전용 커버를 별도로 구입해 후면 배터리 커버를 교체해주어야 했다. 하지만 무선 충전 관련 회로는 기본 내장하였기 때문에 무선 충전용 커버에는 코일만 내장되어 회로 기판까지 내장했던 보호 케이스와는 달리 슬림한 스마트폰의 외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LG G2의 무선 충전 커버 WCC-320

G2에 무선 충전 커버를 씌운 모습

무선 충전 방식과 장단점

스마트폰을 포함하여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다수의 무선 충전 기기들은 자기 유도 방식의 충전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유도 코일을 이용해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마찬가지로 유도 코일을 갖춘 기기가 자기장 내에 들어오면 이 자력을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서 충전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앞서 설명한 보호 케이스 방식이나 교체형 배터리 커버 형태의 무선 충전 제품에도 코일이 감겨있다.

유도 코일과 무선 충전 회로 기판

자기 유도 방식은 오래전부터 상용화되어 제조가 쉽고 약한 자기장을 생성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하지만 자기장이 약한 만큼 두 코일이 근접해야 자력이 다른 코일로 이동할 수 있다. 대부분 유효 거리는 1cm를 넘지 못하고, 수 mm로 거의 밀착된 수준으로 가까이 닿아야 한다. 충전 효율이 낮은 점도 자기 유도 방식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기 유도 방식 이외에 자기 공명 방식도 있다. 자기 공명 방식은 공진 현상을 이용하며, 발신 장치와 수신 장치가 모두 같은 주파수를 사용해서 전력을 주고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반드시 접촉할 필요가 없고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1cm 이내에서만 유효한 자기 유도 방식과는 달리 유효 거리가 수 m에 이르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기기를 충전할 수도 있고, 주머니나 가방에서 기기를 꺼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자기 유도 방식에 비해 더 낮은 효율이 가장 큰 단점이다.

자기 공명 방식 무선 충전

기술표준에도 변화의 바람

어느 한 기술을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중요하다. 무선 충전 기술 역시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크게 WPC(Wireless Power Consortium)와 PMA(Power Matters Alliance), 그리고 A4WP(Alliance for Wireless Power)로 나뉘고 있었다. 자기 유도 방식의 WPC와 PMA, 그리고 자기 공명 방식의 A4WP 이 세 무선 충전 관련 표준 기술은 상호 호환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특히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Qi 방식 무선 충전이 바로 WPC의 표준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WPC와 PMA 연합 양쪽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삼성 갤럭시노트 5나 갤럭시 S6, 갤럭시 S7 등은 WPC와 PMA 충전 방식 모두를 지원해 호환성이 상당히 높다.

WPC와 PMA 표준을 모두 지원하는 삼성 갤럭시S7

WPC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PMA와 A4WP는 지난해 통합을 선언한 바 있으며, 지난해 말 통합 연합체의 명칭을 에어퓨얼 얼라이언스(AirFuel Alliance)로 정하고 새롭게 출범했다. 에어퓨얼 얼라이언스는 자기 유도 방식을 주로 개발하던 PMA와 자기 공명 방식의 A4WP가 합쳐진 만큼 두 무선 충전 표준의 단점을 상쇄하고 장점은 더욱 강화시킨 표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어퓨얼 얼라이언스는 현재 200개가량의 시장 선도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퀄컴, 비야디, 델, 홍하이, HTC, 인텔, 미디어텍 등이 있다.

생활 속의 무선 충전 기술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우리 생활 속에 무선 충전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없을 것 같지만 스마트폰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전동 칫솔로, 기기 특성상 물기가 많은 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접점이 노출되지 않는 무선 충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전동 칫솔 역시 자기 유도 방식을 사용해 유효 거리가 짧고 효율이 낮지만 충전 시간에 비해 사용 시간이 짧아 실 사용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선 충전 기술을 사용하는 전동 칫솔

이미 실용화 단계에 온 전기버스 역시 무선 충전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직접 지원하고 있는 무선 충전 전기버스는 도로 밑에 전선을 매설하고 여기에서 자기장을 만들어 차량 하부에 있는 집전장치가 전기로 변환해 운행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모든 도로에 매설할 필요 없이 주차장이나 정류장, 종점 등에만 매설해 이 위치에 잠시 정차할 때마다 차량에 내장된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2011년부터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를 무선 충전 기술로 상용 운행 중이며, 구미시 전기버스 역시 2013년 시범운행을 거쳐 2014년부터 현재까지 상용 운행 중이다. 또한 KAIST 교내와 세종시에서도 현재 시범 운행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에서 운행 중인 무선 충전 전기버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