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기술은 발전하고, 그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된다. 휴대전화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해왔다. 더불어 휴대전화 단말기의 내장 배터리 충전 및 데이터 입출력을 위한 단자 또한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다. 오늘은 휴대전화 단말기의 충전 포트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포트에 따른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24핀, 다시 20핀으로 변화한 표준

휴대전화 단말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충전 포트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제조사마다 또는 제품마다 자체 제작한 포트를 사용하다 보니 단말기를 새로 구입할 때마다 충전 어댑터나 케이블을 추가로 구매해야 했고, 전용 충전기가 구비되어 있는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이동통신 3사와 주요 단말기 제조사의 합의 하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elecommunications Technology Association, TTA) 주도로 2001년 24핀 단자가 표준으로 채택되었다. 통합표준 24핀 단자는 긴 직사각형 형태에 단면으로 24개의 접점이 있는 형태로, 상하 구분이 있고 돌기를 두어 반대쪽으로 삽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통합표준 24핀 단자

이후 휴대전화 단말기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제조사들은 또다시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통합표준 24핀 단자를 사용하지 않고 제각각의 소형 단자를 채택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이어폰 단자 역시 제조사마다 제각각의 전용 단자를 채택하게 되면서 충전 어댑터와 이어폰의 활용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제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규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2007년 11월 통합표준 3차 개정에서 충전과 이어폰 연결을 위한 단자를 20핀 통합 표준으로 변경하는 안은 확정하게 되었다. 통합표준 20핀 단자는 한 면당 10개의 접점이 양면으로 배열되어 24핀 단자에 비해 훨씬 작은 공간을 차지했으며, 플러그 자체의 형상을 위와 아래가 대칭이 아닌 D자형으로 만들어 뒤집혀서 삽입되는 일을 방지했다. 하지만 기존 통합표준 24핀 단자용의 충전기나 주변기기의 사용을 위해 24핀 변환 젠더를 제공하면서 한동안 24핀과 20핀이 공존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휴대전화에는 홀더 부분에 변환 젠더를 달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통합표준 20핀 단자와 변환 젠더

표준 USB의 출현

통합표준 단자가 24핀에서 20핀으로 변경되면서 단자의 크기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0핀 단자의 공간 잠식이나 국제 표준과의 차이 등으로 또다시 비표준 단자를 채택한 단말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에는 20핀 충전기를 사용하기보다는 여전히 24핀 충전기를 젠더와 함께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가 흔했으며, 단말기 제조사들은 새로운 20핀 표준단자 채택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각자 자체적인 전용 단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당시 해외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은 더욱 작은 크기의 미니USB(Mini-B) 단자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내 휴대전화 단자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외산 단말기에서 먼저 채택된 미니USB

국내에서는 24핀에서 20핀으로 표준이 변경된 후 정착하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던 당시 해외에서는 미니USB가 표준처럼 사용되다가 2011년 여름 경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에서 국제 표준으로 미니USB보다 작은 마이크로USB(Micro-B)를 선정하자, TTA는 국내 표준인 20핀 단자 역시 국제 표준으로 상정했으며, ITU에서 이를 복수 표준으로 승인하면서 혼란은 가중되었다. 하지만 이 혼란은 오래 가지 않아 정리되었다. 20핀 단자도 국제 표준으로 선정되었지만 GSM 표준화 단체인 GSMA에서 마이크로USB를 표준으로 선택하면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대다수의 제조사가 마이크로USB를 충전 및 데이터 입출력을 위한 표준 단자로 채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표준으로 자리잡은 마이크로USB

나만의 길을 가련다, 애플

그렇다면 전세계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가 충전 단자로 마이크로USB를 채택하고 있을까? 거의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가 마이크로USB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애플이 마이크로USB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예로부터 남들이 하지 않는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을 즐기는 회사였다. 미니USB나 마이크로USB가 대세이던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도 초기 아이팟은 Firewire 포트를 채택하고 있었으며, 이후 2011년 가을 출시된 아이폰4S까지 통합표준 24핀 단자처럼 가로로 긴 형태의 전용 30핀 커넥터를 사용해왔다.

애플 전용 30핀 단자

애플은 이후 2012년 가을에 출시한 아이폰5부터 크기와 접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8핀 라이트닝 단자로 변경했는데, 현재까지 계속 채택하고 있는 8핀 라이트닝 단자 역시 애플 전용 단자이기 때문에 타사와의 호환성은 전혀 없다. 8핀 라이트닝 단자는 크기도 상당히 작아 공간 활용도도 높지만, 무엇보다도 위아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삽입해도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 측면에서 마이크로USB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애플 전용 8핀 라이트닝 단자

애플 이외에도 자사만의 전용 단자를 고집하던 제조사가 간혹 있었지만, 현재의 안드로이드 진영은 거의 마이크로USB로 통일되었다.

다가오는 새로운 표준, USB Type-C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충전 단자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마시멜로 레퍼런스 기기인 넥서스5X와 넥서스6P에 채택된 바 있는 USB C타입(USB Type-C)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G5에 채택한 바 있으며, 삼성전자는 이번에 출시하는 갤럭시 노트7에서부터 USB C타입을 채택하고 있다. USB C타입의 장점은 우선 애플의 라이트닝 단자와 같이 위아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호스트와 디바이스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어서 두 대의 USB C타입 기기를 서로 케이블 연결만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USB Type-C

USB C타입의 또 다른 장점은 전력송신 능력이 최대 100W에 이르러 고속충전 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노트북 등의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또한 충전과 데이터 입출력 용도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포트로까지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기기의 통합 단자로 채택할 수 있다.

USB C타입을 디스플레이포트로 변환해주는 어댑터

USB, 속도는?

스마트폰의 표준 충전 단자로 사용하고 있는 USB의 속도는 어떨까? 스탠더드 USB나 미니USB, 마이크로USB, USB C타입 등의 용어는 연결을 위한 물리적인 규격이기 때문에 속도와는 상관이 없다. 물론 완전히 상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특정 규격의 단자라고 해서 무조건 해당 규격이 지원하는 최대 속도를 지원한다고는 할 수 없다. USB의 속도는 USB1.1, USB 2.0(High Speed), USB 3.0(SuperSpeed), USB 3.1(SuperSpeed+)처럼 숫자로 표기한다. 초창기 USB 버전인 USB 1.1은 최대 12Mbps의 속도를 제공했으며, USB 2.0부터 저장장치 용도로 쓸 수 있는 수준인 480Mbps의 속도를 제공했다. USB 3.0의 경우 최대 5Gbps의 빠른 속도를 지원하며, 가장 최신 버전인 USB 3.1의 경우 USB 3.0의 두 배인 최대 10Gbps의 엄청난 속도를 지원한다.

현재 대다수의 스마트폰이 채택하고 있는 마이크로USB, 정확한 명칭으로는 마이크로-B타입 USB는 USB 2.0까지 지원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 타입에서 고속 전송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USB 3.0을 지원하는 전용의 마이크로-B타입 단자를 사용해야 한다. 이 고속의 마이크로 USB 포트의 경우 빠른 데이터 전용을 필요로 하는 저장장치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데, 갤럭시 노트3가 특이하게도 USB 3.0을 지원하면서 이 단자를 채택한 바 있다. 마이크로-B타입 고속 단자는 일반 마이크로-B타입 플러그와도 호환 가능한데, 두 개로 나뉘어진 단자의 5핀 부분에 마이크로-B타입 케이블을 연결하면 속도는 USB 2.0으로 낮아지지만 데이터의 입출력은 가능하다.

USB 3.0 외장 하드디스크

갤럭시노트3

최근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점차 새롭게 채택되고 있는 USB C타입은 USB 3.1까지 모두 지원 가능해 최대 전송속도 10Gbps까지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이 사양은 최대 지원 가능 사양일 뿐이며, 일반적으로는 스마트폰이 외부에 연결된 상태로 많은 데이터를 자주 주고받는 일은 많지 않아 초고속 데이터 전송 규격까지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USB C타입 단자를 채택한 넥서스5X나 넥서스6P의 경우 USB 버전은 2.0으로, 최대 480Mbps의 전송속도까지만 지원한다. 반면, 같은 USB C타입 단자를 채택한 삼성 갤럭시 노트7은 USB 3.1을 지원해 최대 10Gbps의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USB Type-C에 USB 3.1을 지원하는 갤럭시노트7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