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다섯 번째 G인 G5는 도전적인 제품 콘셉트로 갤럭시S7보다도 더 큰 화제를 모았던 제품이었다.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모듈을 교체하고, 다양한 호환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콘셉트는 스마트폰 마니아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처참했다. G5와 갤럭시S7의 경쟁을 통한 시너지의 과실은 삼성전자가 모두 취했고, G5는 역대 G 라인업의 제품들 중에서도 유례없는 실패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올해 하반기 구원투수인 ‘V20’은 G5가 거둔 실패를 만회하고 다시금 LG전자로 스마트폰 시장의 포커스를 가져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제품이다.

LG전자의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

삼성전자는 갤럭시 S와 갤럭시노트 라인업을 통해 상반기 플래그십, 하반기 프리미엄 패블릿이라는 제품 출시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포함해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가장 큰 라이벌로 지목되고 있는 LG전자도 이와 같은 출시 사이클을 유지해 오고 있다. 어려움을 겪던 LG전자에 전환점을 마련한 옵티머스G를 시작으로 옵티머스G와 G 프로, G2와 지프로 2와 같이 상반기에는 플래그십, 하반기에는 프리미엄 패블릿을 출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V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 LG전자

올해 하반기 또한 상반기 플래그십 라인업인 G5에 대응되는 프리미엄 패블릿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작년 하반기에 출시돼 LG전자의 패블릿 라인업을 이끈 V10의 후속작, V20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의 새로운 프리미엄 패블릿은 오는 9월 공개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 8월 4일 국내외 매체를 대상으로 신제품 공개행사 초청장을 발송했는데, 초청장 내용에 따르면 공개일은 9월 7일이며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듣다, 보다, 그 이상. V20은 멀티미디어 중심의 스마트폰으로 출시된다

V20 발표의 초청장에는 종이로 만든 입체가 튀어나오는 책인 팝업북을 형상화한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팝업북의 입체는 공개행사 개최지의 랜드마크로 꾸며져 있는데, 서울 초청장에는 남산타워, 이순신 장군 동상, 트윈타워 등이 위치해 있고 샌프란시스코 초청장에는 금문교, 트램 등의 실루엣이 담겨져 있다. 또한 팝업북은 V자 모양으로 펼쳐져 있으며 속지는 총 20장으로 구성돼 있어, 이번 신제품이 V20이라는 것을 초청장을 통해 유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초청장에 새겨진 문구는 ‘Play more’로, ‘Play’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LG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제품인 G5를 떠올리도록 하고 있다.

G5를 잇지 않는, V10의 후속작

V20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LG전자의 상반기 전략폰이었던 G5를 먼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을 통해서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의 이슈를 독점한 LG전자는 시장의 관심을 실제 실적으로 이어가는 데에는 실패했다. 영업적자는 G5 출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고, LG전자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G5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이후의 제품에서는 G5의 모듈 교체식 스마트폰의 개념을 포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전자는 “G5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얻은 것도 많다”며, “G5 실패의 교훈을 바탕으로 차기 모델에서는 이런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행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듈형 스마트폰 G5, 실패를 거두다

LG전자의 V20은 그러므로 G5보다는 프리미엄 패블릿 라인업의 이전 제품인 V10을 보다 더 닮은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스마트폰 주변기기 라인업인 G 프렌즈는 G5를 끝으로 이후 제품에는 호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V20은 이전의 제품들보다 더 강화된 기능을 탑재한 고성능 제품으로 출시될 것이 확실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 모듈 교체라는 방식을 채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 프렌즈 중 모듈형 제품은 V20과 호환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V20이 경쟁사들의 제품보다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부분으로는 어떤 것을 내세우게 될까. 제품의 성능적인 면에서는 모든 제조사의 제품들이 성능적인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디바이스의 발전 속도를 콘텐츠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강점을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회사가 아니기에, 웬만큼 높은 스펙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강점을 쉽사리 인지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V20은 단순히 성능이 강한 제품이 아니라, 이 제품만이 가질 수 있는 별도의 특장점을 내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멀티미디어 중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몇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전자가 경쟁사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야로는 단연 ‘멀티미디어’를 들어야 할 것이다. 경쟁 제품들에 비해 좋은 평가를 들었으며 이제는 스마트폰만큼 유명한 번들 이어폰 ‘쿼드비트’, 스마트폰이 어려움을 겪을 때 무선사업부문의 매출을 견인했던 ‘TONE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LG전자는 음향에 있어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제조사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최고의 카메라, 음향 재생 능력을 보유한 기기인 LG V10

이전 제품인 V10은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로 Sabre의 칩을 사용해 전문 음향기기 이상의 음향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G5의 프렌즈 액세서리들 중에서도 B&O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음향 전문 모듈 하이파이 플러스는 G5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구입할 정도로 마니아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고음질 스마트폰 시대를 맞은 현재,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전용 DAP(Digital Audio Player)에 못지않은 음악 재생능력을 갖춘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지니고 있는 여러 기능들 중에서도 특히 음악 재생능력에 있어서는 LG전자가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V20은 안드로이드 ‘누가’를 최초로 탑재한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V20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도 마니아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음원 재생능력에 특화된 제품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Play more’의 Play는 음악 재생에 관련된 키워드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V20는 세계 최초로 쿼드 DAC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V20에는 퀄컴의 최신 하이파이 음원 코덱 ‘Aqstic 오디오’가 적용되고, 고성능 오디오 칩셋 제조업체인 ESS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쿼드 DAC가 내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V20은 호평을 받은 LG전자 스마트폰의 하이파이 기능을 극대화한, 멀티미디어 재생 특화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측면 승부 선택, 그 결과는?

갤럭시노트 7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오랜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갤럭시S7을 뛰어넘는 추세로 사전예약이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완성형이자 애플을 뛰어넘는 혁신을 보인 제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 선공을 날린 삼성전자에 이어, 9월에는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신제품을 두 축으로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V20과 함께 LG전자의 ‘G페이’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늦은 시점에, 애플과 비슷한 시기에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을 선보이게 된다. 브랜드의 지명도가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LG전자는 단순히 강력한 성능을 지닌 제품이라는 메시지만 전달해서는 이용자들의 구매욕을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힘든 상황이다. LG전자가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택한 전략은 철저한 ‘측면승부’ 전략이다.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점차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하이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안이 없는 완벽하고 유일한 선택지로 V20을 올려놓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여기에 경쟁제품들보다 한 단계 낮은 출고가인 70만 원 대의 제품으로 출시해, 그야말로 ‘경쟁제품의 유일한 대안’으로 V20을 포지셔닝할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의 선택과 집중,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LG전자는 이제 자신들의 제품이 여타 브랜드의 제품들에 비해 갖는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한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이들의 제품과 비슷한 완성도를 지닌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특화된 성능을 가지고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은 LG전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음향 마니아들이 아닌 일반 대중, 소비자들에게 V20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다음 제품까지 지속성을 보장했던 G프렌즈의 모듈들은 V20과 호환되지 않을 것이고, V20 이전의 제품들은 사후관리에 있어 여전히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은 LG전자는 이제, 제품을 구매한 마니아들을 자사 브랜드의 지지층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제품 사후관리와 수율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