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폭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갤럭시노트7은 출시 이전부터 화제성만큼 말도 많았던 단말기다. 사상 최대의 성적을 거둔 사전예약의 돌풍 속에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문제시되었던 갤럭시노트7의 주요한 화두 중의 하나는 공공기관 앱의 사전 탑재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한민국 정부의 국정 홍보용 앱인 정부 3.0이 갤럭시노트7의 임베디드 앱 목록에 포함돼 있다는 뉴스는 제품의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정부 3.0의 안전신문고, 그리고 서비스알리미 앱의 선탑재 소식은 현재, 대중들이 공공기관의 앱 개발 및 운영의 실태에 주목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의 정부 앱 선탑재 논란

삼성전자의 올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7에 행정자치부가 공공기관 앱을 탑재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6월 16일 갤럭시노트의 차기 모델에 국정 홍보용 앱을 포함한 공공기관 앱 2종을 기본 탑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소비자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선탑재가 발표된 공공기관 앱은 행정자치부가 국정 운영의 전반적 내용을 홍보하기 위해 서비스하고 있는 앱으로, 그중에서도 ‘정부 3.0’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서비스알리미’ 앱은 갤럭시노트7 출시 전까지는 제대로 보급이 이뤄지지 못한 앱으로 전해지고 있다. 갤럭시노트7에 탑재된 이 앱은 디바이스 출시와 함께 새로이 버전업을 진행, 갤럭시노트7과 함께 제공되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 갤럭시노트7

갤럭시노트7 최초 구동 시, 이용자의 정보 입력의 다음 단계로 이용자의 선택적인 자동 설치 앱의 설치 화면이 노출된다. 이용자는 여기에서 설치를 원하지 않는 앱을 선택적으로 제외할 수 있는데, 여기에 갤럭시노트7의 제조사 기본 제공 앱, 통신사 제공 앱과 함께 ‘안전신문고’와 ‘정부 3.0 서비스알리미’가 포함돼 제공되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강요하는 형태라는 반발 속에서, 제조사 측은 이에 대해 최초에 앱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며 나중에도 언제든 삭제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후 다수의 스마트폰에 선탑재될 예정인 정부 3.0 앱

정부 3.0 서비스알리미는 정부의 공공정보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이며, 국민신문고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할 수 있는 앱이다. 두 앱 모두 국민의 권익향상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앱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방식의 앱 선탑재가 정부의 임베디드 앱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스마트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선탑재 앱이 제공 가능한 경우는 디바이스의 제조사(갤럭시노트7의 경우 삼성전자), 운영체제 제공사(구글), 이동통신 사업자(통신 3사)로 한정된다. 이에 대해 제조사와 정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선택사항으로 앱 설치 여부를 묻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어긋나지 않는 선탑재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위배 논란 이전에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긴 하지만 이용자가 주의해서 선택된 체크박스를 해제하지 않는다면 갤럭시노트7에 탑재된 정부 3.0 앱은 자동으로 설치되도록 구성돼 있다. 이는 미래부가 스마트폰 앱 탑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설명한 “스마트폰에 기본 앱을 선탑재하는 것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비정상적 관행”이라는 이야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정부 3.0 앱의 선탑재가 ‘왜’ 많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을 먼저 해보고자 한다.

미래부는 선탑재 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현재의 IT 서비스는 데스크톱 기반보다도 모바일, 앱을 통한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앱 서비스가 천문학적 가치를 가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소위 ‘국민 앱’이라고 불리는 앱들의 가치는 쉬이 금액으로 추산할 수 없을 정도다. 서비스가 모바일을, 앱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발맞춰 공공기관 또한 자신들의 정보를 앱을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들이 제대로 된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앱들의 제작은 당연하지만, 세금을 통해 조성된 금액을 통해 발주되고 또 개발돼 제공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브이월드모바일은 결국 퇴출 절차를 밟았다

공공기관 앱들은 올해까지 1,200여 개의 앱이 개발돼 선보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앱이 IT 서비스의 중심으로 옮겨온 후 경쟁적으로 앱 개발 및 서비스에 관한 정부 사업이 진행됐고, 그 결과가 공개되기 시작한 시점인 2012년부터 공공기관 앱은 그야말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부 중앙기관의 58.4%는 2012년에서 2013년까지 181개의 앱을 쏟아냈고, 그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많이 선보인 앱들 중에서, 지금 우리가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앱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이 개발한 ‘내손안의 덕수궁’이란 앱은 순수 개발비로 10억 원이, 소방방재청의 ‘안전디딤돌’이 약 4억 3천만 원, 국토교통부의 ‘브이월드모바일’도 4억 원의 개발비가 소요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공공기관 앱 대부분(80% 이상)이 1만 회의 다운로드도 기록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무차별적 발주, 소요되는 세금

공공기관의 앱 개발은 디바이스 보급을 통해 이뤄진 모바일 혁명을 맞아 경쟁적으로 진행됐다. 앱 개발에 관련된 예산을 따내기가 쉽고, 앱 개발 자체가 기관의 실적과 연관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무분별하게 앱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또 지금까지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기관들이 뛰어들어 개발한 앱들이 제대로 시장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느냐면 또 그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앱은 서비스 초기에만 반짝할 뿐,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기획이 이뤄지지 않아 민간의 앱을 베낀 앱도 부지기수인데, 창업진흥원의 ‘공공, 민간의 앱 중복 개발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앱 개발사 179개 대상 설문조사의 결과, 공공기관 앱으로 인해 향후 경영상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69.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행조차 불가능해 문제가 된 3천만 원 제작비의 강원도 ‘낭만가도’

이와 같은 지적에 정부가 공공기관 앱의 정리에 나선 바 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앱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1,000건 미만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모바일 앱은 퇴출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체 공공기관 앱의 35%에 달하는 앱이 폐지 결정됐으며, 여기에는 앞서 이야기한 4억 원의 개발비가 소요된 국토교통부의 브이월드모바일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공공기관 앱들은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게 우리들의 세금은 오늘도 공공 앱 개발에 소요되고 있다.

설치수 50회 미만의 ‘경기도의회 회의록시스템’

많은 이들은 공공기관 앱 자체의 완성도가 다른 보편적인 앱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앱들은 앱의 탈을 쓴 모바일 페이지에 불과하며, 네이티브 앱의 형태를 갖추고 있더라도 제대로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데이터베이스와 동기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공공기관 앱은 단순히 일반 이용자들의 선택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공기관 역시도 대부분은 앱을 이용하지 않고 방치해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소비자들이 분노하는지 알아야

녹색소비자 연대가 지난 8월 3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 3.0 홍보와 회의에 소요된 비용은 28억 원인데 반해 앱의 개발에 소요된 비용은 5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3.0의 정책 홍보를 위한 비용으로 28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은 시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타당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정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스마트폰 앱 서비스의 개발에 전체 홍보비에 비해 턱없이 적은 비용이 책정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색소비자 연대에서 공개한 통상적 상업용 앱의 개발비는 3천만 원,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기관의 앱 평균 제작 비용은 6천만 원이었다.

정부 3.0 앱의 개발비가 부조리하다고 밝힌 녹색소비자 연대

투자가 없는 곳에 제대로 된 결실이 나오기는 지극히 힘든 일이다. 현재 구글 플레이에서 조회되는 정부 3.0 서비스알리미 앱의 다운로드 수는 5천 건 미만(버전업이 이뤄지며 초기화된 것으로 짐작된다), 평점은 구글 추천(피처드)의 하한선인 4.0에 미치지 못하는 3.7점이며, 리뷰의 수도 61건에 불과하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 정보의 ‘감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많은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통한 민간사찰의 가능성에 몸서리를 치고 있으며, 이런 공포심이 정부 3.0 앱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예산을 따기 위한 형식적 앱 개발에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선탑재에 반발하고 공공기관 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이들의 많은 수는 공공기관 앱이 실질적인 완성도를 기하지 않은 정책 위주로 급조된 앱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앱을 기본 선탑재 앱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 이전에, 유명무실한 공공기관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보기조차 꺼리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제대로 완성도를 갖춘 앱이라면 이처럼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단순히 소비자들이 기득권에 대한 불신 때문에 국정 홍보용 앱의 선탑재를 꺼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공공기관 앱을 서비스하는 제공자들이 부디 짐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