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애플이라고 불리며 업계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모터스(이하 테슬라)의 국내에서의 행보가 눈에 띄게 요란해지고 있다. 2015년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로 국내 사업자 등록을 마친 테슬라는 엘론 머스크 CEO가 인도, 브라질, 남아메리카 등과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출할 지역으로 한국을 꼽은 바 있다. 이어서 지난 8월에는 한국 홈페이지가 공식으로 개설되고 신형 ‘모델S’의 최고급 트림인 P90D 차량이 이태원에서 포착되기도 하는 등, 소문만 무성했던 테슬라의 한국 진출이 이제 정말 가시화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한국 내 행보

테슬라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업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 주행, 스마트카로 이야기되는 다가오는 자동차 시장에서의 새로운 물결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이 바로 테슬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학 기술자이자 현대의 전기 에너지 시대를 개척한 인물로 손꼽히는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에서 기업명을 가져온 테슬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거친 기업가 ‘엘론 머스크’가 경영자인 기업으로, 자동차 업계의 진보성을 상징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자동차 시장의 뜨거운 감자, 테슬라모터스

전기자동차를 통해 전 세계에 자동차 시장의 변혁을 가져오고 있는 기업이지만, 해외에서와는 달리 전기자동차에 대한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내에서는 테슬라의 제품을 만날 수 없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상황에서 여타 기업들보다 친환경적 에너지를 통해 구동되는 차량의 기술에 이어 월등히 앞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지만, 국내에서는 테슬라의 차량이 아직 정식으로 출시돼 있지 않은 상태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는 이미 테슬라가 진출해 있는데, 중국에서는 2014년 4월 진출해 출시 첫해 3,500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일본에도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충전소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제 테슬라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테슬라모터스의 경영자, 엘론 머스크

테슬라를 향한 국내 시장에서의 소비자 관심도는 비약적으로 높다. 국내에 이미 사업자 등록을 마친 테슬라는 지난 2016년 6월에는 차량용 통신 서비스 계약을 KT와 체결했는데, KT는 국내에서 판매될 모델3의 텔레매틱스 공급자로 선정돼 차량용 무선통신과 위치기반서비스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모델3용 타이어의 메인 공급업체도 한국타이어로 선정됐다. 서울사무소 근무인력의 채용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2016년 7월에는 신세계 하남 스타필드에 전시장을 낼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8월에는 공식 한국 홈페이지가 개설되기도 했다. 테슬라는 한국에서 내년까지 제품 출시에 앞선 준비과정을 거쳐서, 오는 2018년에는 정식으로 차량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예약을 받고 있는 테슬라

국내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테슬라는 제품의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제품은 모델S, 모델X, 모델3의 세 제품이며, 현재 예약이 가능한 차량은 전동식 세단인 ‘모델S’, 그리고 SUV인 ‘모델X’의 두 제품이다. 모델S의 예약금은 한화 2백만 원이며, 모델X의 예약금 5백만 원. 두 제품 모두 신용카드 혹은 통장 이체를 통해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또한, 국내 홈페이지에서는 모델S의 시승 신청까지 받고 있기도 하다. 환경부 교통 환경과 관계자는 지난 5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 3월 상기 두 제품의 국내 출시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 테슬라모터스의 공식 홈페이지가 오픈되다

테슬라에 대한 국내 진출의 소문은 최근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몰 대신에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에 1호점을 열고, 서울 강남 혹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쪽에 로드샵 형태의 매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천 남구청장 명의의 임시 번호판을 받고 운행 중인 테슬라 모델S 차량이 서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국내 시승용 차량으로 추측되는 테슬라 차량이 국내에서 발견되면서, 머지않아 국내에서 정식으로 테슬라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두 차량의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엘론 머스크 CEO가 직접적으로 테슬라 향후 진출 예정 시장으로 한국을 언급하면서, 한국 시장 정식 진출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테슬라 앞에 드리운 여러 악재들 때문에 그 속도가 조금은 더뎌진 상황이다. 엘론 머스크 CEO가 최대주주인 태양광 발전 업체 ‘솔라시티’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주가에 타격을 입고, 자율 주행 중인 차량이 큰 사고를 겪으면서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테슬라가 넘어야 할 벽

테슬라가 국내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은 비단 테슬라가 세계 시장에서 겪고 있는 자율 주행에 대한 안전 문제와 같은 테슬라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법망과 인프라에 대한 문제도 테슬라가 넘어야 할 큰 벽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테슬라는 신세계와 협력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춰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25개의 테슬라 테스티네이션 충전 인프라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의 유통 채널에 설치돼 보급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테슬라 국내 1호점 입점이 유력한 하남 스타필드

다만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테슬라가 넘어야 할 벽은 아직 높다. 바로 지원금, 환경 보조금의 문제다. 테슬라가 미국을 비롯해 중국 등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러 요인들 중의 하나는 친환경 차량 보급을 위한 국가의 지원금인데, 국내에서는 해외에서와 같은 파격적인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정부부처에서는 2년 후 출시될 테슬라의 차량을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 규정에 따라 완속 충전 기준으로 충전시간 10시간 이내의 전기차에만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테슬라의 차량 중 일부 모델들은 10시간 이상의 충전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시승용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발견된 테슬라 모델S

전기자동차의 확산에 따라 유류세 감소로 정부 재정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이 전체 등록차량의 1%만 넘더라도 연간 유류 세액은 2,000억 원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간 24조 원 정도인 유류세라는 명목의 세수가 전기자동차의 보급으로 감소될 수 있는 상황이니, 친환경 차량에는 그에 상응하는 세금이 부과되고 지원금이 큰 폭으로 축소 혹은 제외될 수 있으리라는 우려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와는 달리 테슬라의 차량들의 국내 실제 판매액은 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 주어진 2년의 시간, 경쟁사들은

테슬라의 국내 출시까지는 아직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슬라가 기업 차원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 또한 등한시할 수 없다. 무리한 솔라시티와의 M&A로 기업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으며, 안전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급격히 열기를 잃어가고 있다. 제품의 출시 시기 지연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자금 경색의 문제도 테슬라에게 큰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차세대 주력 차종으로 설명하고 있는 차량, 아이오닉

테슬라의 추진력이 점차 속도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은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슬라 한국 진출 가시화를 계기로 현대자동차, 한국GM 등은 전기차 시장 선점과 인프라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테슬라 매장 입점을 예정하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에 친환경 차량인 아이오닉의 전용 전시관을 연 바 있다. 수소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움직임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는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맞춰 전기자동차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차 개발의 흐름과는 별개로, 테슬라 국내 진출을 계기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개발에 지금보다 역량이 더 집중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위장막 차량이 발견된 GM의 볼트

한국GM은 전기자동차 콘셉트카인 볼트(Bolt)의 위장막 차량을 국내에서 운용하며 국내 출시를 점치고 있으며(하이브리드 카인 Volt도 국내 수입 예정), 르노삼성은 트위지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쌍용자동차 또한 3년 내 전기자동차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착수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한국의 전기자동차 경쟁력은 테슬라에 비해 2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테슬라의 한국 진출 가시화를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테슬라 제품 정식 출시까지 남은 기간 동안 빠른 기술 개발을 통해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