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꼽히는 의식주 중에서도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의’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을 뜻한다. 옷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몸을 감싸고 보호해서 체열이 빠져나가도록 할 뿐 아니라 외모를 꾸미는 주요한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뿐만 아니라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빠르게 반영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 옷이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달기 시작했다. 많은 옷들이 최근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정보통신기술)와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 의류’라는 이름으로 현대의 트렌드를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류와 ICT가 만났을 때

보다 스마트해진 옷들이 속속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발전한 정보통신기술이 고전적인 섬유, 의류 산업과 만나 새로운 ‘스마트 섬유’ 제품들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또 주목을 받으면서 스마트 섬유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Beecham Research에 의하면 오는 2018년까지 스마트 섬유 시장은 93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건강과 의료 산업은 물론 군사용으로도 스마트 섬유 제품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섬유는 보다 스마트하게 진화되어 가고 있다

스마트 섬유라는 이름의 산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스마트 섬유라는 것은 크게는 일반 직물과 같은 질감과 촉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능성을 보일 수 있는 모든 섬유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기존의 섬유에서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보다 쾌적하고 안정성을 갖춘, 뛰어난 내구성의 새로운 섬유를 첫 번째 갈래로 정의할 수 있다. 의복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보다 뛰어난 섬유를 스마트 섬유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스마트 섬유의 보다 확장된 영역에 속하는, 정보통신기술과 만나 새로운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 섬유 또한 우리는 스마트 섬유 산업의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 섬유,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의복 본연의 기능에 감지, 제어, 통신, 저장, 신호처리 등의 완연히 새로운 기능을 갖춘 의복들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의복에 옷 본연의 기능성과 패션에 이은 제3의 사용성이 부가되고 있다

섬유는 이제 정보통신기술을 만나 주위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보다 능동적인 기능을 갖춘 똑똑한 의복으로, 그리고 다른 ‘스마트’의 이름을 단 제품군과 정보를 주고받는 스마트 기기로의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단순히 추위나 더위를 견디도록 하거나 패션의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정보를 처리하고 또 그 정보를 다른 제품으로 전달하는 또 하나의 스마트 기기이자 미래형 의류로 점차 발전하고 있다.

전기신호 전달을 위해, 소재가 바뀌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스마트’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디바이스 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듯 시계도 스마트 워치로, 밴드가 스마트 밴드가 되어 보급되고 있으며, 큰 폭으로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궁극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항시 입고 있는 ‘의류’가 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의복뿐 아니라 신발, 장갑 등 사람들이 입고 또 신고 있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정보를 받아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의 섬유가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 섬유는 그 자체가 외부의 환경, 자극을 감지하고 그에 맞춰 반응할 수 있는 섬유다. 이를 위해서는 섬유가 외부의 전기적인 신호를 받고 이에 맞춰 작동될 수 있어야만 한다. 스마트 섬유 자체에 전기가 흐를 수 있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기존의 섬유와는 달리 섬유가 스마트해지기 위해서는 전도성을 띨 필요가 있는데, 이 때문에 다가오는 미래의 섬유 소재로 나노 물질이나 전기성 물질을 기반으로 구리, 은, 탄소, 흑연과 같은 것들이 스마트 섬유의 재료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기존의 소재들도 전도성을 띤 것들이 있긴 했으나 신축을 반복하면 전기적 특성을 쉽게 잃어버리고 쉽게 망가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해 신축성이 높으면서 전도성을 잃지 않은 스마트 섬유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또 이것이 최근 들어서는 실제 산업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 섬유의 재료로 구리, 은, 탄소 등이 연구되고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 의류라고 불린 제품들은 기존의 의류에 전기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부착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스마트 섬유라기보다는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보다 가까운 형태였던 것이다. 이것이 최근 들어서는 섬유 자체가 보다 똑똑해진, 보다 진화된 형태의 ‘스마트 의류’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술과 만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

옷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체온 보호의 면에서 스마트 섬유, 그리고 이를 통해 제작되는 의류는 탁월한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코오롱글로텍의 스마트 섬유 ‘히텍스’를 예로 들자면, 섬유에 전자회로가 인쇄돼 전류가 흐르는 섬유로, 히텍스가 적용된 재킷은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블랙야크에서 출시한 ‘야크온H’도 스마트폰으로 재킷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핀란드 국립연구소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술을 고안한 바 있는데, 이 기술은 사용자 환경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도를 계산해 다양한 조건에서도 최적의 온도 상태를 유지하도록 스스로 따뜻해지거나 차가워지는 능력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웨어 야크온H

신체의 형태에 따라 모양이 변화하는 스마트 섬유도 있다. 용도에 따라 신축성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소재로 제작된 의류가 늘어나고 있는데, 산업계는 물론 피트니스 의류나 속옷으로 관련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 수치 측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 스마트 섬유도 있다. 의류 브랜드 ‘폴로’는 심박수, 호흡, 스트레스 지수와 같은 신체 수치는 물론 운동에 관한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고 이를 앱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를 내놓은 바 있다.

폴로도 신체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기술의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는 실 형태의 섬유형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인체 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의 원천기술을 마련한 바 있다. 동 기술을 통해 드론 등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된 기기를 조작하는 모습도 선보였는데, 당시 국내 연구진은 고성능 전도성 섬유와 웨어러블 기기용 초 민감형 스마트 센서로 제작된 장갑으로 직접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을 시연한 바 있다.

IT시장 공룡들도 뛰어든다

많은 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은 스마트 의류 분야에 의욕적으로 진출하고, 또 기존의 의류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장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기업으로는 ‘구글’을 들 수 있다. 구글은 의류 업체 리바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 섬유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구글과 리바이스의 합작을 통해 탄생한 스마트 의류의 이름은 ‘잭쿼드(Project Jacquard)’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은 재킷 제품이다.

구글이 리바이스와 함께 선보인 스마트 의류, 잭쿼드

잭쿼드는 이동 중에 재킷을 만지는 행동을 통해 스마트폰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전화가 걸려오면 재킷을 만져서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음악 재생 정보를 조절할 수도 있다. 소매를 위아래로 문지르면 볼륨이나 화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 재킷을 두들겨서 곡을 재생시키거나 멈출 수도 있다. 재킷 자체가 하나의 터치 패드로 작동하는 것이다. 재킷의 소매에는 잭쿼드 태그라는 부품이 연결돼 있는데, 태그를 분리시켜 의류의 정보를 PC에 전송시킬 수도 있다. 추후 구글에서는 재킷과 스마트폰을 연동시키는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리바이스의 폴 딜린저 부사장은 잭쿼드에 대해 “벗어서 백팩에 넣을 수 있고, 더러워지면 세탁기로 세탁할 수 있는 스마트 제품”으로 설명하고 있다. 구글은 앞으로 리바이스 외의 의류 업체들과도 협업을 이어갈 방침이며, 올해 가을부터 잭쿼드를 일부 개발자들에게 판매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마트 섬유 기술이 활용된 디바이스, 갤럭시노트7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인 갤럭시노트7의 경우에는 방수 방진을 위해 스피커 영역에 스마트 섬유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 또한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져왔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등 의류 업체들과의 협력을 견고히 가져가고 있는데, 머지않아 애플의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의류 제품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으로 섬유 시장은 점차 새로운 영역으로의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