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기들이 지금처럼 빠르게 발전한 적이, 또 빠르게 보급돼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놓았던 적이 있었을까.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세상의 중심에는 IT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이 위치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머지않아 완연히 IT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식산업이 지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의 산업의 흐름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빠른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 산업계는 물론 교육 부문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교육 부문의 변화, 코딩 의무교육화로 이야기되는 이 변화는 과연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

소프트웨어 교육이 확대된다

2017년도에 입학하는 중학생부터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다. 초등학교의 경우 희망 학교에 한해 시범 시행 후 2017년부터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되며, ‘실과’의 정보통신기술 단원이 2019학년도부터는 소프트웨어 기초교육으로 내용이 개편되고 수업시간도 17시간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중학교의 선택과목인 ‘정보’는 2018년부터 필수과목으로 전환돼, 중학생들은 34시간 이상 컴퓨팅 사고에 기반을 둔 문제 해결, 프로그래밍 개발, 간단한 알고리즘 등을 배우게 된다. 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정보’ 과목이 심화선택 과목에서 일반선택 과목으로 바뀌게 된다.

소프트웨어 과목의 의무교육화, ‘코딩’이 학교로 들어오다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컴퓨터에 대한 정규교육은 1990년 처음 시작된 이후 점차 축소돼 2008년에는 완전 폐지가 이뤄졌고, 이후 특수 고등학교를 제외한 일반 고등학교의 선택권에 따라 심화선택 과목인 정보 교과 내에서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의 응용에 대한 내용의 일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실과와 중학교의 기술, 가정 교과에 정보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교육 과정이 오는 2018년부터 바뀔 예정인 것이다. 이는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작년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위한 인재 양성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는 2년 전인 2014년 7월 정부의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원년’이 선포된 후 1년 만에 수립되고 발표된 계획이다.

체계적인 사고능력 함양, 그리고 그다음 단계가 코딩이 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내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초등학교의 교과과정은 문제 해결 / 알고리즘 / 정보윤리의식 / 프로그래밍 체험으로, 중학교 과정은 컴퓨팅 사고 / 알고리즘 / 프로그래밍 개발,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은 융합 알고리즘, 그리고 프로그래밍 설계를 중점적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단순히 정보화에 기반을 둔 사고능력을 함양하고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것을 넘어, 직접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체험하고 직접 설계하는 과정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서의 프로그래밍이란 다시 말해서 컴퓨터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래밍을 만드는 일련의 행위, 즉 직접 컴퓨터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코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딩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있는 컴퓨터, 모바일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프로그램이라고 칭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규칙화된 컴퓨터의 ‘언어’로 구성돼 있다. 어떤 행위를 수행할 경우에 그에 상응하는 결괏값을 어떻게 내놓을 것인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의 언어로 그것이 정의돼 있다. 즉 프로그래밍이란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 그것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컴퓨터와 의사소통을 하는 일련의 행위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딩이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명령서를 만드는 행위다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가장 손쉽게 프로그래밍을 접할 수 있는 도구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들 수 있다. 각 셀의 합계, 평균 등을 구하기 위해서는 엑셀에서 통용되는 수식을 사용해야 한다. 엑셀이라는 프로그램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입력해서 그 결괏값을 얻어내는 행위는 가장 직관적이며 쉽게 찾을 수 프로그래밍의 사례다. 새로운 교과 과정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우선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동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심화과정으로 직접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컴퓨터 보급 시기, 학원을 다닌 세대라면 가장 익숙할 언어인 GW BASIC

프로그래밍 언어는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에 널리 교육이 이뤄진 ‘포트란’, 2000년대 초반까지 정보산업이란 과목으로 교육이 이뤄진 BASIC, 제6차 교육과정까지 교과서에 있던 ‘코볼’ 모두 각기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다. 웹페이지를 구성하는 ‘HTML’도, 아이폰용 앱을 만들 때 쓰이는 ‘오브젝트C’도 모두 하나의 언어들이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언어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과과목으로 교육이 치러질 프로그래밍 언어는 무엇이 될까. 아직 확정된 것으로 보이진 않으나,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C언어’와 현시점에서 가장 넓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바’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서는 맞지만

전 세계적으로 산업의 변화에 따른 교육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4년을 ‘코드의 해’로 지정해 프로그래밍 교육을 초중고 필수 교과 과정으로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컴퓨팅’을 독립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고, 방과 후에는 무료 코딩 교육 프로그램인 ‘코드클럽’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했다. 유럽에서는 영국 외에도 프랑스, 벨기에,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스페인 등이 정부 기술 산업을 독립 교과로 개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시로 프로그래밍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프로그래밍 교육이 의무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2년에 예정돼 있는 ‘초등 및 중등 교육에 관한 학습지도요령’의 개정 작업에 맞춰, 의무교육 기간에 컴퓨팅 사고력과 프로그래밍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프로그래밍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만큼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12월 컴퓨터과학교육주간 행사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가지고 노는 것 대신에, 직접 스마트폰 게임을 프로그래밍해 보라”며 미국의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학습을 독려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수의 기업들이 코딩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부터 필수 과목인 ‘종합실천활동’ 내에서 정보기술을 교육하고 있는데, 베이징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까지 정보기술 영역을 140시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IT 분야에서 눈부신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는 저학년을 위한 컴퓨터 과학 교육과정 지침을 2010년에 마련했으며, 9~12학년 과정의 컴퓨터 과목 과정은 정립돼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은 ‘컴퓨터 과학’ 과목을 통해 이과 고등학생에게 최소 270시간의 교육을 행하고 있으며, 북유럽의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7세부터 19세까지의 커리큘럼으로 운영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1인당 GDP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정책에 힘입어 1991년 2,000달러 남짓에서 2만 달러 가까이로 증가했다.

시험을 위한 코딩, 주먹구구식 정책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긴 시간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영어 의무교육을 받은 이들은 외국인들 앞에서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실생활과 맞지 않는 영어 교육은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비판을 받아왔지만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입시 중심의 교육과정의 병폐, 전문 교육인력의 부족 등의 다양한 문제들은 곧 시작될 소프트웨어 교육에도 그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딩 과목은 시험을 위한 암기과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이 곧 시작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8년까지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의 30%인 6만 명을 교육하고, 이 중에서도 6,000명은 심화 연수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즉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의 채용이 아니라 기존 인력을 통해 교육 인력을 양성할 계획을 전한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상황에서는 바뀌는 교육 과정 속에서 요구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급하게 이뤄지는 인력의 양성과정을 통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환경을 고려하자면 더욱 그러하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는 제대로 치러지기 힘든 교육 정책이 될 것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향후 코딩,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과목이 수능과목화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교육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소프트웨어 과목의 수능시험 포함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소프트웨어 과목 자체가 시험의 변별력을 갖추기 위한 암기과목으로 교육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는 사실로 이어진다.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기 전에도 먼저 질려버릴 암기과목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교육열이 지극히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벌써부터 코딩에 대한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코딩 과외가 횡행하며, 코딩 유치원이라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환경 속에서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탄생할 수 있을까. 보다 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추진되어야 할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이 ‘창조경제’의 성과 달성을 위한 주먹구구식 정책에 머물게 되지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된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