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준비할 때 이미 성공한 경력도 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기가 다소 수월한 편입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중소규모 기업은 실패의 확률이 높고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이라면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력이 있더라도 투자를 받지 못해 회사를 대기업에 팔아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이어나가거나 기술이 그대로 사장되는 일이 허다했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대출을 받거나 사재를 털어서 사업을 이어가다가 자금 부족으로 회사가 문닫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투자 유치 방식이 점차 널리 알려지면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렇게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여 필요한 개발 자금을 유치하는 국내 스타트업 중 해외 유명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케이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앱스토리는 어떤 스타트업이 어떤 제품과 기술로 해외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용어가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자주 들리지만 아직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Crowd는 단어 그대로 군중, 사람들을 뜻하며, Fund는 기금이나 자금을 뜻하기 때문에 Funding은 자금 제공, 재정 지원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Crowd Funding은 군중 기금, 즉 여러 사람들이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을 뜻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와 같은 정보 서비스에서도 사용되며,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문화 상품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아 제작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를 제작할 때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으는 경우가 수 차례 있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장점은 한 사람이나 한 단체가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을 각자 투자하면서 사람들이 모여 큰 금액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력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서 설득할 수만 있다면 빠르게 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고사성어에도 십시일반, 상부상조와 같이 여럿이 힘을 모아 큰 힘을 만들어내는 것은 예부터 있어왔으며, 우리 선조들도 두레나 품앗이처럼 개인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내가 일손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일을 해왔었습니다.

특히 해외 유명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특정 국가가 아닌 전세계의 개인들이 투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더 빨리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2008년 처음 생겨난 인디고고(www.indiegogo.com)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는 인디고고와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가 가장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운영 중입니다. 크라우드 펀딩도 후원형, 대출형, 지분투자형, 기부형 등 여러 형태가 있는데, 영화 제작 참여 등은 지분투자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가 흔히 보는 IT 스타트업의 신제품 관련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성공 제품

페블(Pebble)은 현재의 스마트 워치 제품들이 나오기 이전의 거의 원조 스마트 워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 잉크 디스플레이를 채택하여 사용 시간이 길고, 현재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 본연의 기능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다양한 알림 기능을 손목에서 대부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스마트 워치 시장을 연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블은 2012년 처음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시작해서 목표 금액을 2시간만에 달성했으며, 모집 기간이 종료된 시점에서는 목표 금액인 10만 달러의 100배인 1000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 받아서 안정적인 개발과 동시에 많은 사용자를 거느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올해 컬러 전자 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페플 타임(Pebble time)으로 다시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시도하여 78000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의 참여로 첫 페블 모델이 모은 금액의 두 배 가량인 2033만 달러 가량을 투자 받았습니다. 현재까지도 페블 시리즈는 가장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이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가장 큰 금액을 모은 프로젝트로 유명합니다.

쿨리스트(Coolest) 또한 킥스타터를 통해 일명 대박을 친 제품으로, 외형은 다소 요란스러운 아이스박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에 충전 배터리를 내장하고 이를 이용해서 동작하는 믹서기와 블루투스 무선 스피커, 스마트 기기 충전용 USB 단자, LED 조명 등을 갖추고 있으며, 칼과 접시, 병따개 등 캠핑이나 야외 나들이에 필요한 다양한 부속물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기본 기능인 아이스박스의 역할도 충실히 합니다. 쿨리스트는 페블타임이 킥스타터에 나오기 전까지는 페블의 모집 금액을 뛰어넘어 최고의 금액을 투자받은 킥스타터의 대표 히트상품이었으며, 13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모았습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사용하는 오픈소스 콘솔 게임기인 오우야(Ouya)도 2012년 킥스타터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유치한 프로젝트입니다. 99달러 이상을 투자한 펀딩 참여자들에게 한 대씩 기기를 제공한 오우야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오픈소스라는 특성상 사용자가 임의로 많은 부분을 개조할 수 있었습니다. 목표 금액 95만 달러로 시작한 오우야는 850만 달러를 유치하여 당시로서는 페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에 도달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후 실제 상품이 제작된 후 버그와 낮은 퀄리티로 인해 혹평이 이어져 펀딩 이후의 상황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 및 제작 비용은 충분히 모은 케이스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해외 펀딩 사례

휘어지는 액션캠, 플렉스캠 PIC

바우드 | www.flexcampic.com

디자인 스타트업 바우드의 플랙서블 액션캠 PIC은 720p 해상도로 초당 30프레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액션캠이지만, 생김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액션캠과는 거리가 멉니다. 고무와 같은 부드러운 폴리아미드 수지 재질에 길쭉한 스틱형으로 생겼으며, 몸체를 자유자재로 휘고 꺾을 수 있습니다. 제일 위쪽에 카메라렌즈가 있으며, 제일 아래쪽에는 전원 버튼이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 부위가 눈처럼 디자인되어서 마치 외눈 생명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파스텔톤의 색상으로 캐주얼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또한 심플한 기본 모델 이외에 뿔이 달리거나 머리카락이 달리는 등 외계인이나 도깨비 느낌의 재미있는 캐릭터 모델도 함께 선보여서 즐거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플렉서블한 몸체로 자전거나 가방, 손목 등 어디에나 감고 묶을 수 있어 재미있는 앵글의 촬영이 가능합니다. 폴리아미드 수지로 몸통 전체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방수 기능도 제공되며, USB 연결이나 USB OTG 기능을 이용한 스마트폰과의 다이렉트 연결도 가능합니다. 또한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여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전용 앱을 이용해서 스마트폰에서 동영상과 사진을 원격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플렉스캠 PIC은 5월 19일 현재 인디고고 펀딩 시작 29일만에 목표 금액인 1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13만 달러 가량을 모집했으며, 펀딩 참여 인원은 1300명을 넘어섰습니다. 플렉스캠 PIC은 크라우드 펀딩이 종료된 이후 조만간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주문을 받고 11월경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만지는 시계, 더 브래들리

이원코리아 | www.eone-time.kr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으로 만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입니다. 고급스러운 재질과 디자인을 갖춘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일반적인 아날로그 시계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시침과 분침 대신 두 개의 작은 구슬이 홈 안을 굴러다니면서 시간을 알려줍니다. 각각의 구슬이 시침과 분침을 대신하기 때문에 비시각장애인의 경우 만지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며, 팔을 들어 손목 위의 시계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손으로 만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시각장애인임을 나타내는 점자시계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구슬은 내부에서 자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구슬이 제 위치에서 이탈해 홈 안을 굴러다니더라도 손을 살짝 흔들어주기만 하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의 소재는 바디에 티타늄을 채택했으며, 스트랩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코튼, 가죽 스트랩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50m 방수 기능을 제공하여 일상 생활에서는 비나 땀에 대해 전혀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2013년 가을 킥스타터를 통해 4만 달러를 목표로 펀딩을 시작했으며, 종료 시점에는 목표 금액의 15배에 가까운 59만 달러를 넘어서는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참여인원은 약 3800여명이었는데 실제로 상당히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참여 인원의 상당수가 비시각장애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마트폰 2배 고속 충전, 2X Faster Charger

벤치 소프트 | www.bench-soft.com

모바일 액세서리 전문 기업 벤치 소프트에서 개발한 2X Faster Charger는 전압이 낮은 PC의 USB 포트에서도 스마트폰을 빠르게 충전시켜주는 고속 충전 케이블입니다. PC의 USB 포트는 이론상 약 500mA의 전압을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낮은 전압이 공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USB 충전기를 이용했을 때보다 충전 속도가 느려지게 되는데, 벤치 소프트의 2X Faster Charger는 PC USB 단자에서 전압 제한을 해제하여 최대한의 전압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연결하는 PC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발생하지만 최대 2A까지 전압을 공급해서 고속 충전이 가능해집니다. 케이블 중단에는 스위치가 있는데, 고속모드와 일반모드로 선택하는 용도의 스위치입니다. 일반모드 선택 시 일반 충전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속도로 충전되고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지만, 고속모드로 설정 시 높은 전압으로 빠르게 충전할 수 있지만 데이터 전송은 불가능합니다.

벤치 소프트는 지난해 4월 한달 간의 기간으로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을 시도했는데, 목표 금액 2만 달러를 3일만에 도달했으며, 기간 만료 시점에서 목표 금액의 다섯 배에 가까운 9만 8천 달러가 넘는 금액을 유치했습니다. 참여 인원 역시 3200명을 넘어섰습니다.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을 성공한 국내 제품은 2X Faster Charger가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의 해외 펀딩 성공 사례

국내 웨어러블 스타트업 직토(Zikto)에서 내놓은 걸음걸이 교정을 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아키(Arki)는 킥스타터에서 모집 하루만에 5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목표금액 10만 달러를 넘어서 최종적으로 164000 달러를 모집해서 성공적인 펀딩 시도로 기록되었습니다. 리버스의 리니어블 미아방지 팔찌 역시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 제품으로, 1년의 사용기한에도 불구하고 5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목표금액 3만 달러를 넘어 4만883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개발기업 라이토즈에서 내놓은 USB 충전식 배터리인 몬스터 배터리는 올해 2월 킥스타터 펀딩 하루만에 목표금액 15000달러를 채웠으며, 최종적으로 약 69000달러를 모으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탱그램팩토리에서 올해 2월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한 스마트 로프는 톡특한 줄넘기로, 줄넘기를 하는 동안 줄의 중간에 삽입되어있는 LED로 마치 공중에 숫자가 떠있는 것처럼 줄넘기를 넘은 횟수가 표시되는 제품입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줄넘기 횟수가 자동 저장되고 운동량에 따른 소모된 칼로리양도 측정해주는 헬스케어 기기입니다. 탱그램팩토리의 스마트 로프는 목표금액 6만 달러의 여섯 배가 넘는 19만여 달러의 펀딩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크라우드 펀딩에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유치하면서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다수 생겨나고 있어서 한동안 스타트업의 기술을 현실화하는 꼭 필요한 동반자로써의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