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도 트렌드가 있다. 피처폰 시절 한때 영상 감상을 위한 회전형 디스플레이가 인기를 끌며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지문 인식이나 홍채 인식 등 생체 인식 기능과 무선 충전 기능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최근 스마트폰의 또 다른 트렌드는 바로 '베젤리스'를 들 수 있다. 스마트폰 전면부에서 베젤이 차지하는 비율을 최소로 줄여서 단말기 크기 대비 디스플레이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베젤리스 스마트폰에는 베젤에 있던 다양한 기능이 자리를 잃으며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베젤리스 스마트폰에 사용된 기술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진동식 사운드 재생

베젤리스 스마트폰이 미래의 기술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미 몇몇 제조사가 실현한 바 있다. 국내에서 팬택이 출시한 베가 아이언의 경우 좌우 베젤만 최소한으로 줄여 제한적인 베젤리스 디자인을 채택했지만 샤프가 내놓은 아쿠오스 크리스탈이나 샤오미가 내놓은 미 믹스의 경우 좌우는 물론, 상단 베젤까지 제거한 좀 더 진화된 베젤리스 스마트폰이다. 미 믹스나 아쿠오스 크리스탈의 전면 카메라는 상하좌우 중 유일하게 남은 하단 베젤 부분으로 자리를 옮겼다.

샤프의 아쿠오스 크리스탈

그렇다면 미 믹스로 음성통화를 할 때 쓰는 수화용 스피커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혹시 이것도 하단 베젤로 옮겨갔다면 음성 통화를 할 때 스마트폰 위아래를 뒤집어서 쥐어야 할까? 그런 것은 아니다. 미 믹스에는 음성통화용 스피커가 없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인 스피커가 아니라 Cantilever piezoelectric ceramic acoustic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서 캔틸레버 압전기를 통해 진동으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즉 진동을 통해 사운드를 전달하는 방식인데, 아쿠오스 크리스탈의 수화음 전달 방식과 비슷한 기술이다. 하지만 아쿠오스 크리스탈보다 최근에 출시된 모델답게 음질은 좀 더 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캔틸레버 압전기를 이용한 진동 사운드를 채택한 미 믹스

초음파 방식 근접센서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상단 베젤에는 전면 카메라와 주변 밝기를 인식해 디스플레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조도센서와 함께 음성 통화를 위해 사용자의 얼굴이 가까이 접근했을 때 전원을 절약하고 온도 상승을 막아주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끄는 역할을 하는 근접센서를 갖추고 있다. 근접 센서는 적외선을 쏘아서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음성 통화를 할 때 지정된 거리 이내에 무언가가 막아서면 디스플레이 전원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갤럭시S7의 음성통화용 스피커 왼편에 자리 잡은 근접센서

상단 베젤이 없는 샤프의 아쿠오스 크리스탈의 경우 근접 센서가 하단 베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별로의 근접센서를 채택하지 않고 음성 통화 중 화면이 터치된 상태가 되면 사용자가 귀를 대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 디스플레이 전원을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샤오미 미 믹스의 경우 약간 다른 방식인데, 디스플레이 아래에 근접 센서를 내장하되, 적외선 방식이 아니라 초음파 방식의 센서를 사용해 센서가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도 사용자의 얼굴이 가까이 접근하고 멀어지는 것을 인식해 디스플레이 전원을 켜고 끄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면에 베젤이 전혀 없는 완전한 베젤리스 스마트폰이 출시된다면 초음파 방식의 근접센서가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미 믹스에는 적외선 방식 대신 초음파 방식의 근접센서가 적용되었다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센서

지문인식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모델 중 일부는 전면 하단의 물리 홈버튼에 지문인식 센서를 내장해서 사용해왔다. 그런데, 베젤리스 디자인으로 바뀌면 전면에 물리 홈버튼이 들어갈 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물론 홈버튼을 측면 또는 후면으로 이동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물리 버튼을 포기하고 전면에 터치 방식으로 홈버튼을 대신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 경우에 지문 인식은 어디로 가야 할까? 모바일 솔루션 전문 업체인 시냅틱스가 최근 새롭게 공개한 광학 기반 지문인식 센서인 FS9100은 전면 베젤 부분의 강화유리 아래에 위치하는 형식으로, 버튼과는 별개로 적용이 가능하다.

시냅틱스 FS9100

시냅틱스는 이다음 세대의 지문인식 기술로 디스플레이 일체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은 인셀 디스플레이가 터치 센서를 디스플레이에 내장한 것처럼 지문인식 센서를 디스플레이에 내장해 베젤이나 버튼이 없어도 디스플레이 영역을 통해서 지문을 인식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시냅틱스뿐만 아니라 국내 생체 인식 솔루션 업체인 크루셜텍 역시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이 기술이 채택될 것으로 기대된다.

3D 터치/햅틱 기술

전면에 베젤이 사라지면서 버튼이 있어야 할 자리도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이전부터 전면에 물리 버튼을 아예 탑재하지 않은 단말기는 많이 있었고, 하단 베젤에 터치 방식의 버튼을 사용하거나 화면에 가상 버튼을 배치해서 사용하는 방식은 이미 흔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터치 방식의 버튼을 사용하는 단말기의 경우 버튼을 터치할 때 작동되었음을 사용자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진동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7에서 물리 홈버튼을 없애면서 터치 버튼에 3D 터치 기능과 햅틱 반응이 추가되었는데, 이와 같은 기능이 베젤리스 스마트폰에도 점차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3D 터치는 ON/OFF처럼 터치 상태와 비 터치 상태만을 인식하는 단순한 일반 터치와는 달리 사용자의 터치 강도를 인식해서 가볍게 누를 때와 강하게 누를 때에 따라서 달리 동작하는 진화된 터치 인식 기술이다. 애플은 애플 워치에서 포스터치라는 명칭으로 압력 감지 방식의 터치 기능을 사용했었다. 그리고 아이폰6S에는 3D 터치라는 명칭으로 적용했으며, 홈버튼의 물리 방식을 터치 방식으로 바꾼 아이폰7에는 버튼에도 이러한 압력 감지 기술을 적용했다. 이와 함께 탭틱 엔진이라는 명칭의 햅틱 반응 기술을 함께 적용해서 터치식 버튼의 눌림이 마치 물리 버튼의 느낌처럼 들도록 진보된 진동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전면 물리 홈버튼을 적용할 수 없는 베젤리스 스마트폰에 이와 같은 압력 감지 및 햅틱 반응 기술이 함께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베젤리스, 효용 가치는?

가장 먼저 베젤리스를 표방한 팬택의 베가 아이언의 경우 좌우 베젤만 최소화된 디자인에 가장자리에 프레임도 남아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충격에 대한 대응도 어느 정도 되어있었으며, 손에 쥐었을 때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후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삼성의 엣지 시리즈도 좌우 베젤이 극히 얇은 형태이지만 휘어진 좌우 디스플레이 때문에 해당 영역이 쥐고 있는 손가락에 닿아 오동작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갤럭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스마트폰의 공통적인 단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베젤리스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올해 가장 핫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이나 삼성 등 시장 선도 기업의 차세대 모델 예상 정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으며, 콘셉트 이미지에도 자주 채용되고 있어서 소비자들의 니즈도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베젤리스를 표방한 샤프의 아쿠오스 크리스탈의 경우 전면 유리의 가장자리를 깎아 굴절을 이용해 베젤리스의 효과를 만들어냈으며, 샤오미 미 믹스의 경우 실물을 보면 가장자리 베젤이 커머셜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더 두꺼워서 완전한 베젤리스의 느낌을 주기에는 살짝 부족하다. 이처럼 여전히 기술적인 문제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용자도 많지만 최신 트렌드에 맞추어 기술력을 내보이는 용도로라도 베젤리스 스마트폰은 한동안 경쟁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젤리스 아이폰 콘셉트 디자인 (출처:behance.net)

메이주의 베젤리스 스마트폰 콘셉트 디자인 (출처:@kjuma)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