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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몰락이 한숨 나오는 이유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가장 객관적이고 투명한 it 매체 앱스토리

IT 열풍을 타고 벤처기업으로 신화적인 성공을 거둔 기업 ‘팬택’은 지금껏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2차례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절망의 터널을 지난 끝에 1년 7개월 만에 신제품 발표라는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뉴 팬택의 최근까지의 행보는 겉으로 보기에는 또 한 편의 기사회생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드라마는 결국 엔딩을 맺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이제 우리가 알던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은 정말로 ‘끝’이 다가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사업 잠정 중단, 핵심 특허 매각과 신사업인 사물인터넷 사업까지 매각 절차에 들어간 팬택은 현재 사실상 공중분해의 상태에 놓여있다. 

 

 

벤처기업 신화를 쓴 기업


빠른 체질 전환과 성공, 하지만 결국 팬택은 2차 워크아웃을 맞고 만다

 

1991년에 설립된 팬택은 IMF라는 경제 위기를 딛고 대기업의 위치까지 성장한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제조업 계열의 벤처기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우리나라 최대의 그룹사들에 맞서 휴대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도 빠르게 공격적으로 스마트폰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한 이들은 한때나마 국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1997년부터 휴대폰 생산을 시작한 팬택은 기업공개 후 자신들보다도 더 큰 기업이었던 현대 큐리텔을, 2005년에는 SKY 브랜드의 SK텔레텍을 인수하며 국내 휴대폰 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승승장구하는 것으로 보였던 팬택에게 첫 위기가 찾아왔던 것은 2006년 12월. 이들은 무리한 확장, 저조한 실적 등을 원인으로 상장폐지, 워크아웃 신청이라는 시련을 겪게 된다. 워크아웃이란 회생시킬 가치가 있는 기업을 살려내는 기업 회생, 재무개선 작업을 뜻하는 것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팬택의 워크아웃은 곧 이 기업의 ‘끝’을 의미하는 것과 같이 여겨졌다. 하지만 팬택은 다시 일어서는 데에 성공했다. 2009년 팬택은 945만 대의 휴대폰을 공급해 매출 2조 1,320억 원, 영업이익 1,480억 원을 달성했으며, 이듬해에도 83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개선된 실적을 기반으로 팬택은 2011년 5년 만에 워크아웃 상태를 졸업하고 기업 정상화를 이뤘다.

 

 복귀를 선언한지 2년 만에 팬택은 다시금 위기를 겪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팬택이 다시금 예전의 성장세를 찾을 수 있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2011년 12월 30일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팬택의 영업 부진은 계속된 것이다. 2013년 8월에는 대규모의 은행 자금 지원, 동년 9월에는 박병엽 부회장 사퇴, 직원 800여 명에게 6개월 무급휴직 실시 등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강경책을 내놓았지만, 그 해 팬택이 받아든 성적표에는 적자 6,194억 원이 쓰여 있었다. 완전자본잠식의 상태에 빠진 팬택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2014년 7월의 이동통신사 영업정지 처분. 이로 인해 2014년 8월 다시금 팬택의 워크아웃, 법정관리가 시작됐으며, 이후 진행된 매각형 회생 시도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2015년 5월, 팬택은 회생 절차를 포기했고, 남은 것은 오직 파산 절차뿐인 것처럼 여겨졌다.

 

 



기사회생, 그리고 다시금 나락으로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팬택의 신제품 아임백. 그러나 그 결과는…….

 

수포로 돌아간 노력으로 인해, 팬택은 그대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으로 이야기됐다. 하지만 모두가 끝난 것처럼 여겼던 팬택은 또 한 번 기적 같은 기사회생을 경험하게 된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팬택을 인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삼성전자 출신의 이주형 사장이 경영하는 광학 전문 솔루션 기업 옵티스와 이동통신용 광중계기, 광통신 장비, 무선통신장비 부문 국내 1위 기업 쏠리드의 컨소시엄(2가지 이상의 개인 또는 단체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연합체)으로, 이들은 김포공장 부지와 부실채무를 기존 법인에 남겨 청산시키는 P&A 방식(자산부채이전)으로 팬택을 인수했다.

 

법정관리 14개월 만에 이를 탈출한 팬택은 2015년 12월 1일 조직 개편을 마치고 새로운 법인으로 탄생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서 이듬해 3월에는 팬택의 미확인 모델의 Wi fi 인증 소식이 알려졌으며, 동년 6월에는 1년 7개월 만의 신제품 ‘스카이 아임백’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출고가 44만 원의 중저가 제품으로 출시된 아임백은 초도 물량 3만 대를 소진하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7월에는 12년 만에 벤처기업 자격을 다시금 획득했다. 그러나 팬택의 부활의 청신호는 여기까지였다. 3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했던 아임백은 15만 대 판매 달성에 실패했으며, 동년 8월에는 생산 중단에 다다르고야 만다.

 

 대다수의 팬택 서비스센터들이 영업을 종료하고 있다

 

작년 이들의 실적은 569억 원의 영업손실이었다. 자신도 다시금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뿐 아니라, 이어서 모기업 쏠리드마저 적자 상태를 맞게 되면서 팬택에는 다시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임백의 뒤를 이을 후속기의 소식은 묘연했으며, 공격적으로 늘렸던 서비스센터들 대부분이 운영 종료의 상태를 맞았다. 신제품 출시 보류, 타 기업의 팬택 인수 추진 실패 등 좋지 않은 소식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마침내는 기사회생한 줄 알았던 뉴 팬택이 사실상 휴대폰 사업을 포기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그동안 화제가 되지 못했던 아임백과 뉴 팬택을 둘러싼 어두운 이야기들이 따라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특허 장사를 시작하다


팬택의 특허 중 일부는 애플이 매입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팬택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강점은 긴 시간 동안 휴대폰 제조에 매진해 오며 획득한 특허들이었다. 팬택의 경영악화, 해외 기업의 인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시장 한편에서는 특허의 해외 유출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쏠리드가 팬택을 인수할 때도 ‘특허 먹튀’를 위한 인수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인수 2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는 이 우려는 상당 부분이 진짜로 드러난 상태다.

 

팬택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특허 2,036건, 해외 특허 1,111건의 합계 3,1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쏠리드는 팬택 인수 이후 지속적으로 팬택의 보유 자산과 특허를 매각하고 있는 상황으로, 작년 10월에는 230건의 미국 특허가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에 양도된 것으로 전해진다. 골드피크이노베이션 양도 특허 중 11건은 현재 애플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특허 전문 미디어인 아이에이엠은 지난 7월 18일, 미국 특허청을 인용해 팬택이 보유했던 특허 11건을 애플이 매입한 상태임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의 매입 특허가 정확히 어떤 기술인지는 아직 공개돼 있지 않다. 

 

이에 앞서 팬택은 작년 9월에는 영상 부호화 효율을 높이기 위한 예측 모드의 부호화, 복호화 방법 및 장치에 대한 특허 6건도 9억 5천만 원에 매각한 바 있다.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는 작년 10월 18일 설립된 특허 전문 기업으로, 설립의 시기는 팬택이 230건의 특허를 양도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이로 인해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는 팬택의 특허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설립된 팬택의 파트너사가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전략사업으로 이야기한 사물인터넷 부문도 사실상 정리 수순

 

팬택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특허 판매를 시작하면서, 이 모든 것이 사물인터넷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대신할 먹거리로 팬택은 사물인터넷 사업 본격화의 비전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사물인터넷 모듈 소스 코드와 하드웨어 개발 자료 일체를 매각하는 협상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전해지면서, 회생을 위한 일체의 절차가 모두 특허 장사를 위한 연막전술이 아니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은 개발 중의 신제품, 자재, 연구용 기자재 등 사물인터넷 관련 사업 전 부문에 걸쳐져 있다.

 

 

피해는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아직도 많은 이들은 팬택의 예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팬택은 지난 5월 팬택사옥을 나와 모회사인 쏠리드 사옥과 신논현역 인근 AS센터 건물로 이전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보유하고 있던 특허들도 차례차례 타 기업에 매각하고 있으며, 이제는 신사업으로 키워나가겠다던 사물인터넷까지 매각을 통해 정리하고 있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일찌감치 임직원들을 정리해고하며 지출을 줄이고, 보유자산은 현금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많은 이들이 환호해 마지않았던 회심의 신제품 아임백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아임백 출시 당시 제대로 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기존의 보유 기술을 활용한 저사양의 스펙으로 출시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판매 호조를 이뤘던 초기에 물량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없었으며, 그나마 발생한 아임백 매출도 쏠리드 종속 회사로 넘어가 팬택 신제품을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아임백 론칭 프로모션을 도왔던 관련 업체들의 채권은 현재까지도 회수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알짜배기의 현금화, 빈 껍데기만 남는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팬택이 사실상 껍데기만 남고 나머지 모두가 매각되는 공중분해의 과정을 겪고 있는 와중에, 팬택 회생에 큰 기대를 걸었던 임직원들이 실제적인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쏠리드가 팬택을 인수하기 전, 팬택에 남은 임직원은 500여 명이었다. 하지만 쏠리드 인수 이후 그 수는 90%가 줄어, 현재는 50여 명만 회사에 남아있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곧 퇴사를 예정하고 있는 인력도 부지기수기에, 임직원의 수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난 인력들 중 절반가량은 아직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남은 인원들도 수차례의 월급 감봉을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팬택의 재기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13만 명 이상의 신제품 구매자들, 아직까지도 팬택 제품에 애정을 갖고 사용하고 있는 구 팬택 스마트폰 이용자들 또한 피해가 예상된다. 고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정상적으로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팬택은 설명하고 있지만, 거기에서 근무하는 팬택의 임직원들에게 정상적인 보상이 지급되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팬택의 인수가 특허 장사를 노린 전략적 인수합병이 아니었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한때 전 세계 7위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한 기업의 몰락과 기술유출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다. 

 


글 :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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