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의 검색 시장 잠식이 시작되고 있다

무언가 키워드를 넣어서 온라인 검색 사이트를 통해 검색한다는 행위는 ‘구글’이라는 단어로 2006년 메리엄 웹스터 사전과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재됐다. 구글링, 구글러, 구글리언, 구글피디아, 심지어는 구글의 압도적 영향력을 가리키는 구글리제이션이라는 단어까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검색’이란 단어는 곧 검색 사이트이자 사명인 ‘구글’과 같은 의미였다(그리고 이 구글은 우리나라에서는 온전히 ‘포털’이라는 말로 대체된다). 하지만 이 세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격변기를 걷고 있는 중이다. 구글링이라는 말은 머지않아 사어, 옛말이 될지도 모를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구글에서만 혹은 포털 사이트에서만 정보를 찾고 있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대체재는 전 세계를 동영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새로운 플랫폼, 바로 ‘유튜브’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유튜브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같은 시간 동안 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속도’의 측면에서 주로 이뤄졌다. 그리고 그 결과, 과거에는 이미지와 텍스트로만 노출시킬 수 있었던 정보를 동일한 시간 내에 고화질의 동영상으로 송출시킬 수 있게 됐다. 텍스트 중심의 글들은 블로그, 미니홈피의 이미지 중심 콘텐츠로 이어졌고, 그것이 지금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등에 업은 동영상 콘텐츠로 발전한 것이다. 당연히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 혹은 그와 유사한 형태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인터넷 산업의 ‘핵’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

▲​엔터테인먼트를 위시한 콘텐츠로 서비스를 전개해 나간 유튜브

경쟁이 극심해지는 동영상 플랫폼의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시장지배자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오리지널인 ‘유튜브’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전체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4.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의 선구자였던 아프리카TV는 4%,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을 대체하는 의미이기도 한 포털 사이트의 동영상 서비스는 의미를 따지기 힘들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를 벤치마킹한 다른 플랫폼들은 유튜브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을 잠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튜브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

▲​유튜브에는 ‘세상 모든 것’이 모여든, 거대한 정보의 장이 펼쳐져 있다

유튜브가 지배력을 넓혀가면서,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영역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가 현재 ‘검색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강남맛집’, ‘화장하는 법’, ‘전등 가는 법’ 같은 형태의 검색어를 사람들은 이제 포털 사이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의 검색창에 입력하고 그 결과를 열람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올해 초 사업전략 발표회인 ‘네이버 커넥트 2018’의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동 행사에서 한명숙 네이버 대표는 “동영상 중심의 검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스터디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Z세대의 양태와 딱 맞아떨어지는 유튜브 서비스

전 세계적으로 Z세대(Generation Z)라는 말이 통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이 끝난 뒤에 서구에서 태어난 세대(1960년대 초에서 1980년대 초까지)를 가리켜 X세대로,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Y세대 혹은 밀리니얼 세대로 부르고 있는데, 이 뒤를 잇는 세대를 가리켜 세간에서는 Z세대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는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이자 IT 기술에 친숙한 이들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들 Z세대가 전 세대와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텍스트보다는 비디오, 동영상으로 정보를 접하는 데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

▲​우리나라의 Z세대 인구는 전체의 15%가량으로 집계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미국 콘텐츠 산업동향’ 자료에 따르면 Z세대의 66%는 무언가를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사람들의 행위를 위한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How to info’ 동영상이 6억 개가 넘게 등록돼 있으며, Z세대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보다는 유튜브 검색을 이용할 확률이 2.7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다시 이야기하자면 과거와 같이 유튜브가 단순히 제작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혹은 다른 검색 사이트에서 노출된 결과를 통해 유튜브에 유입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로 풀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람들은 이제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고 있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작년 12월 1일 있었던 김성태 의원의 정책토론회에서 “글로벌 1위 검색 엔진은 구글이고 2위는 유튜브라는 통계가 있다"라며, 실제로 유튜브의 검색 엔진으로의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유튜브는 아직 공식적으로는 검색 엔진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기에 검색 서비스에 대한 공식적인 사용률 통계는 없지만, 이용자들의 행태를 조사한 자료에도, 구글의 발표 자료에서도 유튜브의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 지역에서, 유튜브는 이용자들이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검색해야 하는 검색 엔진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유튜브는 이미 검색 엔진의 역할을 하고 있다

Z세대의 미디어 향유 활동의 중심에 유튜브가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여겨지지만, 특히 국내에서 Z세대뿐만 아니라 X세대와 Y세대 또한 유튜브의 이용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닐슨코리아클릭의 ‘세대별 앱 이용패턴 결과’ 자료에 따르면 40세에서 59세, 그리고 60세 이상의 연령층도 유튜브를 카카오톡, 네이버 다음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 사용시간으로 보자면 50대 이상의 이용 시간은 30대, 40대보다도 많은 수치를 보인다. 지난 3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0대의 57.5%는 ‘유튜브로 음악을 듣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단순히 콘텐츠를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의 연령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중장년층은 유튜브를 음악 감상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년 네이버는 PC와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많이 입력된 검색어 20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PC 검색량 1위, 모바일 검색량 2위를 차지한 단어는 바로 ‘유튜브’였다. PC에서는 유튜브의 오기인 '유투브'도 18위를 차지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도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검색어 3위로 유튜브가 랭크돼 있다(1위는 네이버, 2위는 날씨).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고 그 결과를 보기 위해 유튜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진입하기 위한 경로로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PC에서의 이용행태가 이러하니, 스마트폰 환경에서도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이 유튜브인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세대별 스마트폰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전체 스마트폰 앱들 중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0대 이상의 이용률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모바일 환경에서 유튜브 검색어가 2위인 것은 별도의 앱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

사용시간의 면에서도 유튜브는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며, 성장의 폭도 엄청나게 가파르다. 지난 2016년 3월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유튜브의 총 사용시간은 약 79억 분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이는 카카오톡(189억 분)과 네이버(109억 분)보다도 적은 것이었다. 하지만 동일 조건에서 조사된 올해 2월의 자료에서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페이스북 등의 상위권 앱들의 사용시간은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 반면, 유튜브는 257억 분으로 타 앱들을 압도하는 이용 시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포털사들의 시급한 대처가 필요한 때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터넷 서비스 경쟁과 국내에서의 그것은 다소 궤가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구글이 세상을 호령할 때 국내에서는 구글을 위시한 해외 검색 엔진들의 성적은 시원찮았고, 그 자리를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국산 기업들의 서비스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그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어떤 서비스, 플랫폼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지켜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용자들의 행태가 달라짐에 따라 시장의 양상도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형국을 맞고 있다.

​

▲​동영상 플랫폼, 인공지능 등 국내 포털사들의 ‘현재’를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가 국내 시장에서 등극하게 된 데에는 여러 포인트들이 있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하면서 나타난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 행태의 변화,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OS를 활용한 구글의 자사 플랫폼 중심의 사업 전개는 구글 그리고 유튜브 이용자의 확대를 견인한 가장 큰 변곡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크리에이터들의 집단 이탈과 유튜브 이주,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로 많은 돈을 버는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등장, 양질의 콘텐츠들이 유튜브로 제공되면서 벌어진 이용자 유입, 그리고 이를 통해 다져진 선순환 구조는 유튜브의 국내 시장 등극의 토대로 작용했다.

▲​동영상 콘텐츠의 부족은 국내 포털사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숙제

혹자는 이를 두고 글로벌 ICT 공룡의 영향력을 활용한 횡포의 사례로 이야기한다. 혹은 역차별을 통한 국내 IT 기업들의 경쟁력 상실의 현재 주소로도 유튜브와 구글의 이용자 확대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금의 산업 진형을 글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Z세대 검색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안정된 시장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방기한 국내 포털 서비스 업자들의 시장 도태의 시작으로 읽기도 한다. 그 어느 쪽이 되었건 분명한 것은 현재의 유튜브의 검색 엔진으로의 진화는 분명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국내 포털 서비스사들은 현재 현실을 인식하고, 단순한 검색을 넘어 다양한 검색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텍스트로 검색하는 시대를 넘어 다양한 도구를 통해 검색하고 콘텐츠를 향유하는 현 시대에 국내 포털사들이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