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은 제품들이 있다. 예전에 국내에 진출했다가 경쟁에서 밀려 철수한 몇몇 패스트푸드 브랜드도 그랬고,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 중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다가 철수한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철수한 뒤에도 기능이나 성능 또는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의 소수 매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브랜드들도 있다. HTC도 그런 브랜드 중 하나이다. HTC가 국내에서 철수한 후에 출시한 HTC one은 전세계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HTC에 힘을 실어준 모델인데, HTC one 시리즈 중 E8은 재질을 바꾸고 일부 사양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다.
www.expansys.co.kr | 출고가 : 14,999대만달러

플라스틱이지만 one 시리즈의 모습으로

HTC one E8은 HTC의 플래그십 모델이며 가장 인기 높은 모델인 HTC one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 가운데가 볼록하네 솟아오른 뒷면과 그 중앙의 카메라 렌즈, 그리고 전면 상단과 하단에 위치한 스피커 등 외형상으로는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금속 재질을 사용했던 기존 one 시리즈와는 달리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서 후면 위아래에 있는 가로 라인이 사라지고 두께가 야간 두꺼워졌지만 거의 느끼기 힘든 수준의 차이다. 듀오 카메라를 장착했던 HTC one M8 모델의 메인 카메라 바로 위에 있던 두 번째 카메라 위치에 플래시가 자리잡아 좀 더 깔끔하게 정리된 후면 배치를 하고 있다. 상단 한 쪽 옆으로 자리잡고 있던 전원 버튼이 상단 중앙으로 위치를 바꾼 것이 어쩌면 가장 크게 바뀐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단에 있는 마이크로 USB 단자와 이어폰 단자의 위치는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배터리를 분리할 수 없는 일체형 구조도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심과 마이크로 SD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양쪽 면에 트레이 형태로 삽입하는 구조를 하고 있다. 왼쪽이 나노 유심을 삽입하는 유심 트레이이며, 오른쪽은 마이크로 SD를 위한 트레이이다.

디스플레이는 상당히 깨끗하고 선명하다. 5인치 크기에 Full HD 해상도를 구현해 작은 글자 표현에도 부족함 없이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고 있다. 약간 푸른색을 띄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테스트에 사용된 제품에서는 푸른 기운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HTC의 디스플레이는 베젤의 두께 때문에 지적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5인치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5와 비교해보면 거의 동급인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크나큰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HTC one E8(좌)과 넥서스5(우)

패키지는 재생지를 이용한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져 있으며, 인쇄 또한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다. 구성품은 간략한 사용설명서와 USB AC 어댑터, 충전 케이블, 그리고 이어폰이 제공된다.

HTC만의 구성

HTC one E8의 외형을 보면 LED 인디케이터는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단 스피커 사이에 숨어있다. 충전을 위해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그마하게 붉은 색 LED가 켜지는데, 이 알림 불빛은 충전시에만 켜지는 것이 아니라 부재중 전화나 음성 메시지, 문자 메시지가 남겨졌을 때에도 켜지며, 캘린더에 확인할 일정이 있거나 설정한 계정에서 이메일이 도착했을 때, 그리고 알람이 울릴 때에도 다양한 색상으로 켜져서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너무 작게 켜지기 때문에 놓칠 가능성도 있지만 깔끔하고 생각보다 눈에 잘 띄기도 한다.

HTC one 시리즈를 처음 사용할 때에 또 한가지 특징적인 기능은 PC를 이용한 쉽고 빠른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본 설치되어 있는 빠른설정 앱을 실행해서 진행하면 PC를 이용한 쉽고 빠른 설정을 진행할지 묻는데, 이 때 시작하기를 선택하면 연결한 URL과 페어링 코드를 알려주어서 PC의 웹브라우저에서 해당 주소로 이동해서 코드를 입력하면 PC에서 스마트폰 초기화면의 피드나 응용 프로그램 선택, 각종 사운드 선택, 웹 북마크 설정, 배경화면 설정 등 다양한 개인설정이나 아웃룩, 익스체인지 설정 등이 가능하다. PC 없이 스마트폰에서도 대부분 설정 가능한 기능들이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한 PC에서의 설정이 좀 더 수월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기도 하며, PC에 저장된 이미지를 배경화면으로 선택해서 자동으로 전송도 되기 때문에 더욱 편리하다.

UI는 HTC만의 Sense UI를 사용하며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면 HTC BlinkFeed가 나타난다. HTC one E8은 모션 제스처 기능을 제공하는데, 화면이 꺼진 슬립 모드 상태에서 세로 방향으로 들고 꺼져있는 화면을 두 번 톡톡 터치하면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화면이 켜진다. 또한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Sense UI의 기본 화면인 위젯패널로 곧바로 진입하며,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할 경우 BlinkFeed 화면으로 곧장 진입한다.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위로 스와이프하면 잠금이 해제되며 아래로 스와이프할 경우 HTC one E8을 깨우는 동시에 음성으로 전화걸기 화면으로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스마트폰을 가로로 잡고 볼륨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 앱이 곧바로 실행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모션 제스처 기능 중에서 가장 편리한 기능은 전화가 걸려왔을 때에 스마트폰을 들어서 귀에 대는 동작만으로도 통화 연결이 되는 점이다.

▲ UI

▲ 모션제스쳐

모션 제스처 기능이 불편하다면 통째로 기능을 꺼둘 수도 있지만 스와이프 방향마다 개별적으로 켜고 끄는 기능이나 스와이프 방향별 실행되는 기능의 선택은 불가하며, 아쉽게도 아래 방향으로 스와이프해서 실행하는 음성으로 전화걸기 기능은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했을 때에는 사용할 수 없다.

HTC one의 언어 설정에서 한국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메뉴 등은 모두 한국어로 표기가 가능하지만 정식으로 국내에 출시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한글 키보드를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구글 플레이에서 ‘Google 한국어 입력기’를 내려받아 설치하면 완벽하게 해결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력한 사운드, 영화 감상에 최적

HTC one E8의 뛰어난 점 중에서 멀티미디어 성능을 빼놓을 수 없다. 4K UHD 영상 재생도 원활하게 재생 가능하며, 비츠 사운드와 결별한 이후 채택한 BoomSound는 상당히 뛰어난 입체감을 제공한다. BoomSound는 이어폰을 사용할 때에 켜거나 끌 수 있으며, 내장 스피커로 재생할 때에는 별도로 끌 수 없다. HTC one E8의 스피커는 화면의 위쪽과 아래쪽 양쪽으로 위치하고 있어서 영상을 감상하는 가로모드일 경우 최적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BoomSound를 이용한 내장 스피커로 영화를 감상해보면 별도의 스피커를 연결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사운드를 제공한다.

아쉬운 점은 HTC one E8이 24bit 192k 무손실 음원 재생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장된 FM 라디오 기능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카메라는 듀오카메라가 제거된 점이 아쉽지만 후면의 메인카메라는 1300만 화소의 고화질에 f2.2의 밝은 렌즈를 사용해서 뛰어난 사진 품질을 제공한다. 카메라는 기본적인 메인 카메라와 전면 카메라를 이용하는 셀피, 전면과 후면 카메라를 한 화면에 동시에 넣어주는 듀얼캡처, 360도 팬 카메라 등이 지원되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서 선택된 소스를 이용해 감각적인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Zoe 카메라도 제공하고 있다. 카메라에는 수동설정도 지원해서 화이트밸런스와 노출, ISO, 셔터스피드, 초점 등을 사용자 임의로 세부 설정해서 촬영할 수 있으며, 다양한 필터효과도 지원한다. 셀피의 경우 타이머 설정이 가능해 여럿이 함께 찍거나 혼자 스스로를 찍을 때에 유용하다.

만족스러운 디자인과 성능

외산폰, 특히 중국 제조사의 스마트폰에 대해 저가형이라는 인식이 국내에 많이 퍼져있다. 하지만 HTC one 시리즈의 경우 해외에서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실제로도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구석구석 살펴보면 마무리가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M8 모델부터는 상당히 좋아지고 있어서 E8 역시 외형상의 별다른 단점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이 뛰어난 성능에 더해지면서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국내에서 다소 불리한 여건으로 인해 많은 해외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철수하게 되면서 이런 만족스러운 스마트폰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쉽다.

앱스토리 매거진(www.appstory.co.kr) | 원수연 기자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