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는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던 스티브 잡스가 떠난 후 애플이 아이폰의 디스플레이를 크게 키울 것이라는 루머는 계속해서 나왔지만 그 루머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2007년에 첫 아이폰이 발표된 이후 아홉 번째 모델로 발표된 아이폰 6는 3.5인치 화면에서 4인치로 세로 크기만 조금 늘어났던 아이폰 5가 2012년 출시된 이후 2년만에 드디어 4인치를 넘어서는 크기로 늘어난 첫 모델인 셈이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커진 디스플레이가 주를 이루던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비하면 화면이 너무 작다는 평가를 받던 아이폰이 디스플레이를 크게 확대시키면서 사용자들의 갈증을 단박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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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라운딩 처리
아이폰 6의 외형은 그간의 아이폰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폰 3GS까지는 후면이 볼록한 전반적으로 유선형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이폰 4부터 아이폰 5S까지는 직각의 모서리에 앞뒤가 완전히 평평한, 한마디로 플랫한 디자인의 외형이었다. 하지만 아이폰 6에 이르러서는 앞뒷면은 평평하면서 모서리는 전부 부드럽게 라운딩 처리된 또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애플이 애용하는 금속 유니바디의 모서리만 라운딩 처리된 것이 아니라 전면 강화유리의 모서리까지 전부 라운딩 처리되어서 각진 부분이 전혀 없다.

두께 또한 이전 모델인 아이폰 5S보다 0.7mm 얇아진 6.9mm로 상당히 얇기 때문에 라운딩 모서리와 얇은 두께로 인해 손에 쥐었을 때의 파지감은 굉장히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모서리의 라운딩 처리를 제외하면 전면부는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으며, 홈 버튼에 지문 인식 기능을 넣은 터치 ID도 그대로 채택되었다.

▲ 아이폰5s ▲ 아이폰6

후면부 디자인은 발표 이후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금속 재질에 상단과 하단에 안테나 라인을 그대로 노출시킨 일명 ‘절연 테이프’ 디자인은 처음 이 디자인이 외부로 유출되었을 당시에는 실제 아이폰 6의 디자인이 아니라 수없이 쏟아져 나오던 다양한 컨셉트 디자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논란이 된 디자인이다. 그간의 세련되고 고급스럽던 아이폰의 디자인에 비하면 다소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상단에 위치해 있던 전원 버튼은 커진 크기로 인해 조작하는 데에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되었으며, 전원 버튼 바로 아래에는 유심 트레이가 위치해 있다. 유심 규격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게 나노유심을 사용한다.

▲ 후면부

▲ 측면버튼

왼쪽 측면에는 진동모드 스위치와 볼륨 버튼이 있는데, 버튼의 모양은 완전한 원형으로 되어있던 이전 모델과는 달리 아이폰 6의 옆면 모양과 동일한 길고 둥근 형태로 바뀌었다. 양쪽 버튼의 위치나 돌출 정도가 적절해서 손 크기가 많이 작은 편이 아니라면 한 손으로 버튼과 진동 스위치를 조작하기에 불편함은 없다.

▲ 그립감

▲ 한손모드

돌출된 후면 카메라

그나마 상단에 있던 전원 버튼도 측면으로 내려오면서 상단은 아무 것도 없으며, 입출력 포트는 하단으로 집중되어 있다. 아래쪽을 보면 3.5mm 이어폰 단자와 애플의 독자적 규격인 라이트닝 포트, 그리고 기존의 촘촘했던 크기와는 달리 일자로 나열된 일곱 개의 홀로 단순화된 스피커와 마이크가 보인다. 아이폰 6에 제공되는 충전 및 데이터 전송용 케이블의 PC 본체 연결 커넥터가 라이트닝 커넥터와 마찬가지로 앞뒤 구분 없이 꽂을 수 있는 형태로 개선된 케이블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기존과 동일한 케이블이 제공되고 있다.

▲ 하단

아이폰 6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에 절연 테이프 디자인 이외에 또 하나 논란이 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후면 카메라이다. 그간 후면부와 동일한 높이로 내장되어있던 카메라가 본체의 두께가 얇아짐에 따라서 돌출된 형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카메라가 돌출된 스마트폰들이 카메라 렌즈의 위치를 후면부 중앙에 자리잡고 중앙을 두껍게 디자인하거나 카메라 렌즈 부분까지 부드럽게 두꺼워지는 형태를 취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폰 6의 카메라 렌즈는 평평한 후면부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는 말을 줄인 ‘갑툭튀’를 변형하여 카메라가 툭 튀어나왔다 하여 ‘카툭튀’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이다. 이 난데없이 튀어나온 렌즈로 인해 아이폰 6의 패키지에서 후면부가 닿는 부분에는 렌즈부위가 뚫려있어 눈길을 끈다. 렌즈의 돌출로 인해 후면이 바닥으로 향하게 내려놓으면 바닥에 후면부가 밀착되지 않고 렌즈 부위만 먼저 닿게 되어서 흠집 등 손상을 우려해서인지 렌즈를 감싸고 있는 가장자리 링 부위가 렌즈 표면보다 미세하게 더 튀어나와 있다. 렌즈 옆에 있는 투톤 플래시는 타원형에서 원형으로 변경되어 있다.

▲ 후면카메라

강력하게 돌아온 A8과 커진 디스플레이

아이폰 6에는 새로운 A8 프로세서가 장착되었다. 아직까지도 독자적인 자체 프로세서를 만들고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극히 소수이며, 이 점에 있어서는 애플이 선구자적인 위치에 서있는데, 매번 새로운 프로세서를 내놓을 때마다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폰 6의 A8 칩은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20억개로, 아이폰 5S에 사용된 A7이 10억개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의 향상을 가져왔다. 특히 GPU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20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작되어서 28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들어진 A7보다 크기는 13% 가량 작아지고 전력효율은 50% 가량 더 높아졌다. A8과 함께 사용된 모션 코프로세서 M8은 M7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속도계나 나침반 센서, 자이로센서, 기압계 등 내장된 다양한 모션 관련 센서들의 데이터 처리를 전담해서 A8의 사용을 줄이면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A8

디스플레이는 4인치에서 4.7인치로 커졌지만 해상도도 1136x640에서 1334x750으로 함께 높아져서 집적도는 326ppi를 그대로 유지했다. 즉, 동일한 해상도를 잡아 늘려서 선명도가 떨어지는 디스플레이 크기 변화가 아니라 픽셀 크기 자체는 그대로 유지한 채 화면 크기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명암비도 800:1에서 1400:1로 높아졌다. 디스플레이 크기 자체만 보면 아이폰 5S에 비해 18% 가까이 커진 셈이지만 대형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써본 유저가 아니더라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크기다. 아쉬운 점은 카메라의 사양이 8백만 화소에 조리개값 f2.2 등기존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지만, 슬로 모션 영상이 초당 120 프레임 이외에 초당 240 프레임 선택도 가능해진 점이나 풍경과 자연의 변화를 촬영할 때에 유용한 타입랩스 동영상 촬영 모드가 추가되었고, 3초와 10초를 선택할 수 있는 타이머 기능로 추가되어서 기존의 카메라 보다는 훨씬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동영상 촬영 기능에서는 1080p 영상 촬영시 초당 30프레임 촬영만 지원되던 것과는 달리 초당 60프레임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면 페이스타임 카메라의 화소수는 120만 화소로 동일하지만 조리개값은 f2.4에서 f2.2로 밝아졌다. 후면 iSight 카메라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기능들이 전면 카메라에도 적용된 것들이 있는데, 고속연사 촬영이 가능해졌으며, 터치 포커스와 함께 사용하는 간단한 노출 조절 기능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아이폰6의 카메라

▲ 전면 카메라 노출조절

▲ 아이폰6로 촬영한 사진 샘플

아쉬워하면서도 선택하게 되는 마력

아이폰 6는 그 동안 넓은 디스플레이를 갖춘 안드로이드 단말기 사용자들을 부러워하던 아이폰 유저들의 소망을 드디어 실현시켜준 확장된 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반갑다. 알루미늄 바디뿐만 아니라 전면 강화유리 모서리까지 부드럽게 라운드 처리한 점은 굉장히 고급스럽고 그립감도 훌륭하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후면 디자인이 옥의 티다. 사실 호불호가 갈린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평이 좋지 못한 후면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미 아이폰 사용자들은 기존 모델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아이폰 6 역시 그 것이 이어지겠지만 디스플레이가 커지고 성능이 높아진 것을 제외하면 디자인으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쉬워하면서도 많은 사용자들이 아이폰 6를 선택할 것이다. 그 것이 그 동안 쌓아둔 신뢰라고 보면 억지스러울까?

앱스토리 매거진(www.appstory.co.kr) | 원수연 기자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