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시장에서 액티비티 트래커 제품군이 주를 이루던 초창기를 지나 스마트 워치라는 명칭을 부여한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지만 아주 극소수의 얼리어댑터를 제외하면 그다지 큰 관심을 끈 제품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왕년의 글로벌 탑 휴대전화 제조사였고 이제는 이리저리 팔려 다니는 신세가 된 모토로라에서 진짜 시계와 같은 원형의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스마트 워치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초의 원형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으로 주목을 받던 모토360은 출시 예정일이 계속 미뤄지다가 드디어 9월 판매를 시작했다.
www.expansys.co.kr | 판매가 : 249.99달러

진짜 시계의 느낌 그대로
아무리 봐도 시계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스마트 워치만 나오던 시장에서 ‘이건 진짜 시계’라는 느낌을 제대로 전해주는 원형의 스마트 워치를 발표하면서 그간 제대로 된 스마트 워치에 목말라하던 매니아들을 흥분시킨 모토로라는 올해 3월에 처음 모습을 선보인 뒤 예정된 출시일자인 여름을 훨씬 넘기고 결국 어지간한 제조사들이 거의 다 제품을 발표하던 9월이 되어서야 판매를 시작해서 다소 김빠진 상황을 만들었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간에 최초의 원형 디스플레이 스마트 워치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또 약간은 사실이 아니다. 왜 또 사실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외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모토360은 패키지부터 진짜 시계처럼 꾸며져 있다. ‘우린 원형이라구!’라며 자랑하는 듯한 원형 박스에 들어있다. 내용물은 전용 충전 거치대와 거치대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 어댑터, 간단한 사용 설명서와 모토360 본체로 이루어져 있다.

▲ 전면부와 크라운

▲ 후면부

모토360 본체의 뒷면에는 간단한 사양 설명이 있고, 그 이외에는 특별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적혀있는 사양 설명은 IP67 방수, 스테인리스 스틸 316L, 광학식 심박센서, 무선충전, 계보기 등이 적혀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316L의 화학적 성분은 C 0.03%, Si 1.0%, Mn 2.0%, Cr 16~18%, Ni 12~16%, Mo 2~3%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부식성과 내열성이 필요한 부분에 사용된다. 이 소재는 실제로 고가의 오토매틱 무브먼트 시계에도 사용되는 재질이다. 계보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보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후면 중앙부에 보이는 일곱 개의 구멍은 실제로 뚫려있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재질로 막혀있으며, 이 부분에서 빛이 나오면서 심박수를 측정하게 된다.

모토360의 밴드는 가죽 재질로, 안쪽면을 보면 HORWEEN LEATHER 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Horween은 가죽 소재로는 세계적인 명성의 테너리로, 모토360은 전반적인 소재의 고급화를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Horween 밴드

유용한 무선 충전 거치대
모토360의 충전거치대는 산처럼 솟아있고 앞쪽으로는 움푹 패인 형태를 하고 있다. 앞서 모토360 후면부에 적혀있는 사양을 소개할 때에 나온 무선 충전 기술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즉, 모토360의 충전 거치대는 무선 충전 거치대인 것이다. 모토360 본체를 용두가 위쪽으로 향하게 해서 충전 거치대 앞부분의 홈에 걸쳐 올려두면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된다.

▲ 충전거치대

충전이 시작되면 모토360의 화면에는 커다랗게 시간이 표시되며, 원형 라인과 하단 퍼센트 수치로 충전량을 알려준다. 충전이 진행되는 동안은 충전 거치대 전면 하단부에 작게 흰 LED가 켜져서 현재 제대로 충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충전 중 이렇게 시간을 표시해주는 이유는 탁상시계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처음 거치대에 올려두면 시간이 상당히 밝게 표시되는데, 몇 초 지나면 다소 어둡게 바뀌어서 취침 중에 지나치게 밝게 빛나서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까지 제거하고 있다.

원형 디스플레이 최초 맞나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토360은 스마트워치 최초의 원형 디스플레이를 내세우고 있다. 모양을 보면 정말 원형이 맞다. 그런데 왜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일까? 우선 전원이 켜진 상태의 모토360을 보면 원형으로 보인다.

그런데 밝은 색일 때에 화면을 보면 아래쪽 일부가 잘려있는, 즉 완벽한 원형이 아닌 형상이다.

모토로라는 왜 최초의 원형 디스플레이라는 그 찬란한 이름에 이런 흠집을 내놨을까? 여기에 과연 어떤 기능적인 부분이 들어있는 것일까? 그렇다. 그게 사실이다. 모토로라는 이 부분에 조도센서를 집어넣어서 주변 밝기에 따라 모토360의 화면 밝기를 조절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넣은 기능이기 때문에 그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차라리 조도센서를 빼고 완벽한 원형을 사용했다면 훨씬 나은 판매량을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 스마트 워치가 모두 그러하듯이 사용을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킷캣 이상 설치된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또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웨어 앱을 설치해야 한다. 스마트 워치에 내장된 센서를 이용하거나 스마트 워치만으로도 구동할 수 있는 몇몇 기능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마트폰에 연동되어서 기능이 실행된다. 모토360의 경우 내장된 심박 센서를 이용해서 심박수를 측정하고 계보기 센서를 이용해서 걸음수를 측정하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트니스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 심장활동

▲ 심박수 측정

▲ 걸음수

온도나 목적지까지 도착 예상시간, 스포츠 경기 일정과 결과 등은 스마트폰의 구글플러스에서 스마트 워치로 보내지는 기능이다.

▲ 날씨

▲ 메신저

▲ 쇼핑 배송정보

흰 도화지와 같은 꾸미기의 즐거움
모토360은 여타 스마트폰에 비해 지극히 심플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이 구매욕을 떨어트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아무런 장식이 없기 때문에 마치 비어있는 흰 도화지처럼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마음껏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모토360을 포함한 안드로이드 스마트 워치는 기본적으로 내장된 시계 디자인이 여럿 있어서 그날의 패션이나 장소, 기분에 따라서 디자인을 바꿔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별도의 앱을 사용하면 훨씬 더 다양한 시계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 자체의 외부 디자인이 다소 특징적인 부분이 있으면 화면에 뿌려지는 시계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모토360은 데코가 전혀 없는 외형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계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워치의 화면을 패키지로 묶어서 제공하는 앱을 이용할 수도 있고, 화면을 원하는 이미지로 바꿔주는 앱을 이용해서 디자인을 직접 하거나 공개된 이미지를 구해서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 동안 잡지나 인터넷에서 보며 군침만 흘리던 고가의 명품 시계들을 이번 기회에 원없이 착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달라지는 첫인상, 잔재미를 느낄 수 있어
모토360이 처음 발표된 시점에는 원형 디스플레이 스마트 워치가 없던 때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스마트 워치가 공개되면서 모토360의 심심한 디자인은 그다지 큰 구매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직접 사용해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어떤 디자인도 잘 어울리는 심플한 외형, 고급스러운 소재 채택 등이 다소 부정적으로 바뀌던 모토360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기에 충분했다. 모토로라 역시 국내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모토360을 구매하려면 해외구매를 이용해야 하지만 디지털 기기 전문 온라인 유통회사인 익스펜시스를 통하면 좀 더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모토360은 모토로라의 저력을 확실히 보여준 기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음성 명령은 사람들 앞에서 쓰기 어색하다.

앱스토리 매거진(www.appstory.co.kr) | 원수연 기자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