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를 위한 아이패드, 일주일간 써보니
기사 입력시간 : | 최선웅 기자
아이패드프로가 도착했다. 지금부터 리뷰를 작성해야 할 텐데, 무엇을 테스트 해야 할까. 벤치마크? 가성비? 디자인? 다 틀렸다. 우리가 언제 애플 제품을 이런 것들 때문에 샀던가. 디자인, 성능 그런건 다 옛말이다. 아이패드에어까지는 그런 접근이 적절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패드프로는 다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다. 생각해보자. 아이패드프로가 단지 화면만 커지고 성능만 향상된채로 나왔다면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결코 아니다. 아이패드프로는 애플펜슬과 함께 사용할 때 의미가 있는 제품이며, 그런식으로 접근을 해야 적절하다.
http://www.apple.com | \1,350,000(Cellular모델 128GB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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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는 12.9인치 대화면을 채택했다. 디스플레이만 놓고 보면 어지간한 노트북정도의 크기다. 혹자는 ‘이런걸 어디다 써? 무거워서 어디 들고 다닐 수 있겠어?’ 라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그런 용도에 맞는 제품은 따로 있다.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에어 또는 다른 태블릿PC들 말이다.
아이패드 프로는 결코 대중적인 제품이 아니다. 대 화면에서의 쾌적한 펜 사용을 원하는 소수의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인 것이다. 32GB에 120만 원? 이걸 살 바에야 노트북을 사겠다고? 왜 자꾸 그런 기준으로 이런 제품을 평가하는 것일까. 가볍게 출퇴근 만 하는 사람에는 모닝이 적당 하겠으나 다양한 짐을 싣고 전천후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SUV가 필요한 것 일 진대, 왜 고성능의 SUV를 출시 했다고 대화면 무용론을 펼치는 것인지.
뛰어난 하드웨어
아이패드의 특별한 하드웨어에 대해 살펴보자. 언제나 그렇듯 최고의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금까지의 아이패드가 그랬든 애플이 제시하고 있는 배터리 사용시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크기가 큰 만큼 더 많은 배터리가 들어가 있으며, 개선된 디스플레이 기술로 최적의 사용시간을 보장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틀을 넘기기는 힘들다. 9시간이든 12시간이든 어차피 매일 충전을 해줘야 속이 편할텐데 몇 시간 차이의 숫자 놀음이 무슨 소용일까.
화면은 또 어떤가. 아주 훌륭하다. 맥북프로 레티나를 처음 봤을 때의 바로 그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뭐가 이렇게 큰가 싶다가도 그 큰 화면으로 영화나 게임, 웹서핑을 즐겨보면 인도어 용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전해준다.
아이패드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바로 스피커다. 상하좌우 총 4개의 스피커가 탑재되어 있는데, 모든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베이스우퍼를 지원하며, 사용자가 쥐는 방향에 따라서 위쪽 스피커가 무조건 중고음역대를 내도록 되어 있다. 게임 중에 아래쪽 스피커를 가려도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소리가 더 깊어질 수 있도록 울림통을 만들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애플 제품의 특성상 스피커가 좋은 것은 익히 예상한 바이지만, 깜짝 놀랄만한 수준의 출력과 음질에 새삼 놀라게 된다.
대화면이 유용한 기능들
아이패드 프로는 총 3개의 앱을 한 화면에 동시에 띄워 놓을 수 있다. 하나의 앱을 실행해 화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끌어 당기면 추가할 수 있는 앱이 보이는데, 거의 모든 앱을 실행해 화면 크기도 조절할 수 있다. 동영상의 경우 하면에 붙박이 형태로 띄워둘 수 있는데, 대표적인 동영상 플레이어들이 이를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앱들이 이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에어에서도 Duet이라는 앱을 유용하게 사용하곤 했다. 아이패드를 외장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인데,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아이패드의 활용도를 한 단계높여줘 애용하고 있다. 애플펜슬을 지원하면서 아쉬움이 컸던 아스트로 패드 역시 각광을 받고 있다. 컴퓨터에서 보여지는 화면을 그대로 미러링해 애플 펜슬로 정교한 입력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일반 와콤 타블렛에 준하는 모습을 보여줘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해상도로 부분확대가 가능하며, Duet보다 뛰어난 화면을 제공해 만족스럽다.
기존 스마트펜과 비교를 불허하는 애플펜슬
기자는 디지털 필기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국내 또는 해외에 출시된 거의 모든 스마트펜을 사용해 봤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그 중 어떤 것도 거금을 들여 구매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 기대하는 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기감은 종이에 쓰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 종이를 일일이 스캔해 보관하는 것은 번거롭다. 실시간으로 필기 데이터를 저장해준다고 해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자유롭게 쓰고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에 바로 쓰는 스마트펜은 어땠을까. 필기감이 만족스럽지 않은데다 생각한대로 자유롭게 쓰고 그릴 수 없었다.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아이패드 지원 스마트펜들이 출시 됐지만 터치펜의 터치를 손가락 터치와 동일하게 인식하는 디스플레이의 한계는 분명했다. 그때문에 아무리 고가에 성능이 뛰어나다는 아이패드 전용 스마트펜이 나와도 와콤의 기술을 탑재한 갤럭시노트 시리즈나, 엔트리그 기술을 탑재한 서피스 프로 시리즈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프로는 디스플레이 설계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터치를 감지하는 시스템이 이전 모델에는 120회만 스캔했는데 프로에서는 이를 두 배로 늘려 240회 스캔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손가락 터치와 애플펜슬 터치를 구분하고 더 세밀한 값을 입력한다.
뛰어난 필기감, 다양한 앱의 지원이 필요
아직까지 아이패드프로용 보호필름이 그리 많지 않은데 에이튠에서 출시된 필름을 붙였더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애플 펜슬 자체가 조금은 끈적한 필기감을 유발하는데, 부착하기전이나 부착한 후나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필기감을 우선시한 전용 필름 또는 펜촉에 대한 요구가 존재할테니, 머지 않아 관련 제품이 출시 되지 않을까 한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 적당한 필름 사서 붙여두는 것이 좋다.
애플 펜슬은 전용포트로 충전이 가능하다. 두 개의 펜팁을 제공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으며, 15초만에 절반 가량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다. 충전시 포트에 연결된 애플 펜슬가 꺾여 망가지지 않도록 내부적인 구조를 유연하게 채택한 점도 칭찬할 부분. 하지만 뚜껑을 잃어버릴 염려가 있다는 점이 아쉬우며, 서피스펜 처럼 아이패드에 붙일 수 없고 , 오뚜기처럼 추를 달고 있어 무한정 굴러가진 않지만 매끄러운 재질이라 그립감이 사실 좀 나쁘다.
다양한 앱을 통해 확인해 본바, 애플 펜슬의 필기감은 와콤에 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평가는 별도로 진행을 해봐야 하겠으나, 갤럭시노트 시리즈, 레노버 씽크패드10 등에 채택됐던 윈도우,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다. 물론 개선 됐다고 하는 서피스프로4의 엔트리스 방식 서피스펜보다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다. 그리는 대로 따라오는 펜의 포인트가 무척 자연스럽고 정교하기 때문이다.
꽤 훌륭한 키보드
가격을 생각하면 할 말이 없지만, 기기 자체로만 봤을때는 상당히 매력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키보드다. 일반적으로 키보드에는 눌렀을 때의 반발력을 위해 러버돔과 같은 고무, 또는 메카니즘을 내장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프로 전용 키보드에서는 이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탄성이 좋은 방수천을 채용하고 있는데, 각각의 키가 이 천에 붙어 공중에 뜬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키를 누르면 눌렸다가 다시 튀어오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덕분에 완전 방수가 가능하며, 뛰어난 키감, 얇은 두께가 가능하다.
가격만 제쳐두면 정말 탐나는 제품 중 하나인셈. 부착방식도 편리하다. 블루투스를 통하지 않고 스마트커버처럼 부착되면 접점을 이용해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서피스프로 시리즈에 적용된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필기감도 나쁘지 않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크게 개선돼 뛰어난 타이핑을 보여준 서피스프로4의 키보드보다 한 수 위라고 보여진다. 방수까지 지원하니 더 놀랄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백라이트를 지원하지 않아 야간 작업시 포스를 풍길 수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iOS의 여전한 한계
애플 펜슬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고는 하나 아이패드는 여전히 아이패드다. 맥과 PC가 아니니 일부 생산적인 활동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기존 컴퓨터 환경에서 사용하던 기능을 모두 지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불편함이 따른다. 물론 각각의 앱만으로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을 보정하고, 그림을 그리고, 무거운 파일들을 돌리고, 문서를 작성하고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일부 기능은 기존 컴퓨터를 압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iOS는 여전히 iOS다. 본 기자 역시 이 때문에 아이패드프로는 메인으로 사용하고자 했으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메모리 관리, 퍼포먼스 걱정을 할 필요 없이 부드럽고 뛰어난 경험을 제공해 특별한 몇몇 용도에서는 두각을 보이는 것은 사실지만, 실사용 시 맞닥뜨리게 되는 소소하고 핵심적인 용도, 반드시 PC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태생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애플의 CEO 팀쿡이 iOS를 맥OS와 통합하지 않을 것으로 밝힌 만큼 윈도우10과 같은 유연한 사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면 최적의 기기
지금까지 아이패드프로를 일주일간 만져본 느낌을 바탕으로 리뷰를 진행해 봤다. 숫자놀음, 퍼포먼스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겠으나, 그 수치는 하나의 지표일 뿐 실사용 시 그런 것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체감되는 느낌, 편의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스타일러스를 간절히 바라던 한 사람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이제 아쉬움으로 가득한 기존 스마트펜들을 버릴 때가 됐다. 내년에는 아이패드에어 모델도 지원하게 될지 모르니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 싶다. 더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줄 2세대 모델이 기대가 된다. 단 아이패드프로 풀세트를 갖추려면 1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니 용도에 맞게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최선웅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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