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플래그십이 강세였다. 플래그십 모델에 홍보를 집중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높기도 했지만 지원금 등도 플래그십 모델에 집중시켜 구매가격이 중보급형 모델과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중보급형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하자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앞다투어 저렴한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보급형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통신사 전용폰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 지금 이 시점에도 통신사마다 보급형 전용 모델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LG 유플러스에서 내놓은 H폰은 최근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화웨이에서 제조한 보급형 단말기이다.

단단해 보이는 외형

화웨이 H폰은 확실한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고급형과 중급형, 고급형의 기준은 보통 출고가로 나누게 되는데, H폰의 출고가는 25만 원이 채 안 되는 정말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플러스샵에서 H폰보다 저렴한 모델은 Y6와 LG X 스킨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보급형 모델은 대부분 외형이 허술하거나 만듦새가 고급스럽지는 않다. 제조 단가를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H폰은 외형만 보았을 때는 보급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색상은 화이트와 블랙 두 가지로 출시되는데, 블랙은 전후면 올 블랙, 화이트 역시 전후면 올 화이트로 상당히 심플한 외형이지만 후면 커버에는 빗살 무늬를 살짝 넣어 지나치게 밋밋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전면에 물리버튼은 제공되지 않는다. H폰의 외형이 보급형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측면 프레임 때문인데, 대부분의 보급형 단말기가 플라스틱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재만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H폰은 프레임에 메탈릭한 소재를 적용하였다. 메탈릭한 도색의 특징인 거울 같은 반사로 전체적인 느낌을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프레임은 시각적인 효과로만 그치지 않고 손에 쥐었을 때 촉감이나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도 전해주고 있다.

메탈릭한 느낌의 프레임

상단에는 3.5mm 이어폰 단자만 위치해 있다. 하단에는 충전과 데이터 입출력을 위한 마이크로 USB 단자가 있으며, 그 양쪽에는 스피커와 마이크가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 측면에는 전원 버튼과 볼륨 버튼이 보인다.

마이크로 USB 포트

요즘에는 일체형 구조가 대세인데, H폰은 후면 커버가 분리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를 분리할 수는 없다. 배터리는 일체형이며, 커버 안쪽에는 유심 슬롯과 마이크로 SD 슬롯만 갖추고 있다. 유심도 최근의 트렌드인 나노 유심이 아니라 마이크로 유심을 사용해야 하니 유심 장착 전에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커버 분리형이지만 배터리는 일체형

유심은 마이크로 유심을 지원한다

준수한 사양, 다양한 카메라 모드

보급형이나 고급형의 구분 기준이 단말기 출고가라고 앞서 이야기했는데, 20만 원 중반인 H폰은 출고가로 보면 확실히 보급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드웨어 사양도 보급형일까? 그렇지 않다. H폰은 여덟 개의 코어를 가진 퀄컴 스냅드래곤 617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으며, 5.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후면 1300만 화소와 전면 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보급형 스마트폰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3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채택했다.

물론 HD급 해상도나 16GB의 저장공간이 보급형 스마트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양이지만 나머지 사양을 보면 보급형으로 구분하기에는 제법 준수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H폰은 카메라 기능에서도 보급형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듯한 효과를의 타임랩스 기능과 얼굴의 잡티를 제거해주는 뷰티 기능을 갖춘 꾸미기 모드, 그리고 야간에 빛과 장노출을 이용해 글자나 그림 등을 그릴 수 있는 라이트 페인팅 모드 등도 제공한다. 또한 전면 카메라를 사용할 때에는 전용의 메이크업 모드를 제공해 다양한 분위기의 화장을 적용해볼 수도 있다.

라이트 페인팅 기능

메이크업 모드 화면(좌)과 메이크업 모드 미적용(중) 및 클럽 메이크업 적용(우)

뷰티모드 미적용(좌)과 뷰티모드 적용(우)

이 밖에도 파노라마나 HDR, 촬영 후 초점 위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전체초점, 이미지에 촬영 시간과 날씨, 장소 등을 남겨주는 워터마크 등 다양한 카메라 모드를 지원해 좀 더 재미있고 편리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주로 지원하는 전문가 모드도 제공하여 측광, 감도, 셔터스피드, 노출, 포커싱, 화이트밸런스 등을 사용자가 수동으로 조절해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촬영 모드(좌)와 전문가 모드(우)

성능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웨이 H폰은 보급형의 출고가에 탈(脫)보급형의 디자인과 사양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성능 확인을 위해 몇 가지 벤치마크 앱을 실행해보았으며, 비교 대상으로는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 레퍼런스폰인 넥서스5X를 사용했다. 넥서스5X는 스냅드래곤 808 프로세서에 2GB 램, FHD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으며, 약 1년 전 출고가 50만 원 가량에 출시되어 현재 H폰과 동일한 수준으로 출고가가 인하되어 출고가 기준으로 본다면 적절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일 먼저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측정하는 Antutu Benchmark 결과이다.

화웨이 H폰(좌)과 넥서스 5X(우)

최종 결과를 보면 넥서스5X가 앞서는데, CPU 성능에서는 오히려 H폰이 더 앞서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3D 성능에서 H폰이 많이 떨어져 총점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번에는 웹브라우징과 동영상 재생, 문서 작성, 사진 편집 등으로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을 알아보는 PC Mark 테스트 결과이다.

화웨이 H폰(좌)과 넥서스 5X(우)

이번에는 H폰이 넥서스5X를 앞서고 있다. 3D 그래픽 테스트 항목이 없다는 점이 총점에 큰 차이를 만들고 있다. 다음은 프로세서 성능을 측정하는 CPU Prime Benchmark 결과이다.

화웨이 H폰(좌)과 넥서스 5X(우)

이번에도 H폰이 넥서스5X를 약 20%가량 앞서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3D 그래픽 성능을 테스트하는 3D Mark의 Sling Shot 테스트 결과이다.

화웨이 H폰(좌)과 넥서스 5X(우)

화웨이 H폰(좌)과 넥서스 5X(우)

결과를 보면 3D 성능은 훨씬 최신 모델인 H폰이 넥서스5X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이는 각 프로세서에 내장된 GPU가 넥서스5X는 아드레노 418인 것에 비해 H폰의 GPU는 아드레노 405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바로 이전 세대 플래그십에 채택되던 스냅드래곤 808을 얹은 넥서스5X에 버금가는 성능이라는 점에서 H폰의 가성비는 상당히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 성능을 측정해보았다.

Geekbench3의 배터리 테스트 결과는 6시간 46분가량 유지되었으며, 4061점을 획득하였다. 이 점수는 갤럭시S6나 갤럭시노트3와 비슷한 점수로, 보급형 모델 중에서는 꽤나 높은 점수이다.

제원표

만족스런 가성비, 선입견 넘을 수 있을까?

화웨이 H폰은 전반적으로 뛰어난 가성비를 지닌 모델이라고 평할 수 있다. 5.5인치의 커다란 화면에 13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와 셀카에 강한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3000mAh의 대용량 배터리는 보급형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수준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Full HD로 채택했다면 완연한 중급기의 모습을 갖출 수 있지 않았을까? 3D 그래픽 성능도 다소 아쉽지만 이를 해결하려면 프로세서가 바뀌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출고가도 당연히 높아져 지금과 같은 가성비를 보여주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화웨이 H폰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보다 더 낮은 출고가의 스마트폰도 있기 때문이다. H폰의 진짜 장점은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성능과 꼼꼼한 만듦새를 갖췄다는 점이다. 더불어 다양한 카메라 기능은 가성비와 함께 H폰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화웨이 H폰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이러한 선입견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의 국내 출시라는 점에서도 화웨이 H폰은 의미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