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사용하다 보면 가끔 가볍고 날렵해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PC가 쓰고 싶어지기도 하고, 태블릿PC를 쓰다 보면 키보드가 달려서 문서 작업이 훨씬 수월한 노트북으로 생산성 높은 작업을 하고 싶기도 하다. 두 가지를 모두 사면 좋겠지만 금전적인 부담도 있고, 여유가 있어서 둘 다 샀다고 해도 두 가지를 모두 항상 휴대한다는 것은 상당히 번거롭다. 그래서 노트북과 태블릿PC를 하나로 합친 2-in-1 디바이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항상 새로운 시도로 사용자들을 놀라게 하는 레노버가 이번에는 2-in-1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3-in-1을 내놨다. 그것도 상당히 독특한 형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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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림 디자인, 메탈 유니바디

레노버 요가북의 패키지는 화이트 컬러에 오렌지 포인트가 들어가 있는, 아주 전형적인 레노버의 패키지를 보여주고 있다. 요가북이 노트북인 점 때문일까? 패키지를 열면 덮개 부분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노트북을 열 때처럼 한 쪽이 고정된 상태로 열린다. 안쪽에는 요가북 본체 아래 검은색의 크고 작은 박스들이 들어있는데, 내용물을 다 꺼내보면 구성품은 충전 어댑터와 케이블, 간략한 사용 설명서와 펜, 세 개의 리필 펜팁, 트레이 추출핀과 북패드로 이루어져 있다.

▲레노버 요가북의 구성품

요가북의 본체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 유니바디로 제작되었으며, 두께는 1cm가 채 안 되는 9.6mm의 슬림한 형태다. 측면을 보면 왼쪽에는 마이크로USB 단자와 미니HDMI 단자가 있고, 스피커 홀도 보인다. 마이크로USB 단자와 미니HDMI 단자 사이에는 트레이가 하나 보이는데, 추출핀을 이용해 추출해보면 마이크로SD 트레이임을 확인할 수 있다. 테스트에 사용한 기기는 와이파이 전용 모델이기 때문에 트레이에 마이크로SD만 얹을 수 있지만, LTE 모델에는 메모리카드와 함께 유심도 얹을 수 있는 겸용 트레이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편 측면에는 전원 버튼과 스피커 홀, 볼륨 버튼이 있으며, 3.5mm 이어폰 단자도 함께 위치해 있다. 스피커가 양 측면 모두에 있어서 스테레오 사운드를 제공해준다.

전형적이면서도 특이한 노트북 형태

레노버 요가북을 처음 보면 두께가 상당히 얇은 노트북이 연상된다. 위쪽에는 디스플레이가 있고, 아래쪽에는 키보드가 있다.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사이에는 힌지가 있어서 열고 닫을 수 있으며, 각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딱 노트북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요가북의 키보드를 자세히 보면 기존 노트북의 키보드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키보드가 돌출되어있지 않고 평면에 빛으로만 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키마다 물리적인 버튼이 전혀 없다. 키를 누르면 터치음과 함께 진동이 발생하는데, 실제 물리적인 키보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키보드의 터치음은 켜거나 끌 수 있으며, 터치음을 켜둔 경우에는 볼륨 조작에 따라 터치음도 커지거나 작아진다. 햅틱 반응 역시 켜거나 끌 수 있으며, 진동 강도는 ‘강함’과 ‘약함’ 둘 중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키보드의 백라이트도 10단계로 조절이 가능해서 주변 조도에 따라 적절하게 변경할 수 있다. 물리적인 키보드와는 느낌이 다르지만 설정에 따라 무소음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과 같이 정숙을 요하는 곳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으며, 터치패드와 펑션키 등이 있어서 일반 노트북의 키보드와 동일한 입력의 편리함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사라지는 키보드, 크리에이티브 패드

요가북의 키보드는 단순히 그냥 키보드가 아니다. 텍스트 입력이나 단축키 등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에 태블릿PC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을 제공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키보드보다 그래픽 태블릿이 더 필요하다. 이때 요가북의 키보드는 변신할 준비를 한다. 화면 오른쪽 하단의 펜 아이콘을 누르거나 키보드 윗부분의 펜 이미지를 길게 눌러주면 키보드의 키를 구분해주던 백라이트가 사라지는데, 이제 키보드가 있던 영역 전체가 크리에이티브 패드로 변신한 것이다. 이 영역은 함께 제공되는 리얼 펜만을 인식한다.

키보드 기능을 끄고 크리에이티브 패드를 활성화한 상태에서 페인팅 앱을 실행해서 그림을 그리면 된다. 이때 리얼 펜은 2048 단계의 필압 감지 기능이 있어서 실제 펜을 쓰는 듯한 섬세한 압력 조절과 표현이 가능하다.

▲크리에이티브 패드와 리얼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요가북의 기본 구성품에 포함되어있던 북패드를 이용하면 종이에 직접 그림이나 글씨를 쓰면서 디지털 입력까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북패드에는 용지가 끼워져 있으며, 자석이 내장되어 있어서 크리에이티브 패드 위에 올려주면 움직임 없이 고정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리얼 펜의 펜촉은 실제 펜이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된 스타일러스였는데 어떻게 종이에 쓸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또 다른 구성품에 있다. 구성품을 살펴보면 세 개의 볼펜 펜팁이 함께 제공되는데, 스타일러스 팁을 제거하고 볼펜 팁으로 바꿔주면 된다. 장착되어있는 팁을 제거할 때에는 펜 뚜껑의 끝부분에 있는 구멍을 이용하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펜 뚜껑이 팁 리무버 역할을 한다

▲스타일러스 팁을 제거하고 볼펜 팁으로 교체한 모습

독특한 힌지로 다양한 변신

리얼 펜에 볼펜 팁을 장착하고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릴 때에는 화면을 보면서 그리는 편이 더 편리하지만, 글을 쓸 때에는 완전히 펼쳐놓고 쓰는 것이 더 편하다. 요가북은 이를 위해 180도로 완전히 펼쳐서 사용할 수 있다. 완전히 펼친 크리에이티브 모드로 크리에이티브 패드에 북패드를 올려놓고 필기를 하면 반대편 화면에 그대로 디지털화된 필기 내용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기 후 종이는 손상되어도, 버려도 상관없다. 이미 요가북에 전부 저장되어있기 때문이다.

▲180도로 펼쳐놓을 수 있다

요가북은 180도로 완전히 펼치는 것뿐만 아니라 좀 더 뒤쪽으로 뒤집을 수도 있다. 마치 텐트 모드와 같은 모습으로 세워두는 형태는 와치 모드로, 영상을 감상할 때 아주 유용하다. 이뿐만 아니라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접어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360도로 접게 되면 완전한 태블릿PC의 형태가 되는데, 레노버에서는 이를 브라우즈 모드라고 칭하고 있다.

▲와치 모드

▲태블릿PC 형태의 브라우즈 모드

이렇게 0도부터 360도까지 자유자재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요가북의 독특한 힌지 구조 덕분이다. 요가북의 힌지는 마치 손목시계의 금속 밴드와 흡사한데, 중간에 톱니 형태로 맞물리도록 되어있어서 헐겁지 않으면서도 어떠한 원하는 각도로든 고정할 수 있다.

▲시계밴드 형태의 독특한 요가북의 힌지

큰 화면의 활용, 성능은?

요가북은 윈도우 버전과 안드로이드 버전이 함께 출시되었다. 윈도우의 경우 다중창의 멀티태스킹이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환경이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여러 앱을 동시에 한 화면에 띄워놓고 쓰지는 못한다. 일부 기기에서는 화면분할 기능을 지원해서 최대 두 개의 앱을 동시에 한 화면에 띄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가북은 다중창 모드를 지원해 윈도우 플랫폼처럼 동시에 한 화면에 여러 앱을 띄워놓고 사용할 수 있다. 창의 위치도 사용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으며, 하단 작업 표시줄에서 원하는 앱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도 있다. 이는 요가북만의 북 UI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중창 모드는 모든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다중창 지원 앱도 원하는 경우 전체창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요가북의 북 UI

▲다중창 멀티테스킹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요가북의 주요 기능인 그리기와 필기 등을 위해 페인팅 툴인 ArtRage와 노트 앱인 레노버 노트 세이버를 기본 제공해 추가적인 앱의 설치나 구매 없이도 즉시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제원표

획기적인 아이디어, 적절한 사양의 선택

앞서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레노버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담은 제품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요가북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로, 상당히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하드웨어 사양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좀 더 강력한 프로세서를 갖췄다면 더 전문적인 작업에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두께, 적절한 크기, 적절한 발열량에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정말 적절한 하드웨어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약간 아쉬운 점은 13인치나 14인지급으로 해서 좀 더 큰 모델이 함께 나왔다면 선택의 폭이 더욱 넓지 않았을까 싶지만 휴대성까지 감안한다면 지금이 딱 적당하다는 느낌도 버릴 수 없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